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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1+1 통 큰 마케팅, 알고 보니...

[미분양 현장을 가다①] 수도권 미분양 15년래 사상 최고... "고분양가 때문"

등록|2011.01.01 14:21 수정|2011.01.01 14:21
2010년 부동산 시장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미분양'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갖가지 부동산 부양책에도 수도권 분양 시장은 얼어붙었고 미분양 주택 숫자는 15년 만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고분양가 탓에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데도, 일부 언론은 '집값 바닥론'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상징하는 두 군데 단지를 찾아 미분양 실태와 고분양가 문제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던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죽전 극동스타클래스를 찾았습니다. [편집자말]

▲ 극동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지은 타운하우스인 죽전 극동스타클래스(1, 2차) 전경. ⓒ 선대식


"이마트는 피자. 롯데마트는 닭. 다음 타자 홈플러스는 아파트를…."

롯데마트의 '통 큰 치킨'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던 지난해 12월 10일 한 트위터 사용자(@youngmh)가 올린 글이다. 당시 이 글은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트위터에는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2010년 부동산 시장에서도 미분양 주택을 팔기 위한 건설사들의 '통 큰' 마케팅이 화제가 됐다. 특히, 극동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지은 타운하우스(공동전원주택)인 죽전 극동스타클래스(1, 2차)를 두고, "미분양 물량 계약자에게 아파트를 한 채 더 주는 것도 모자라 3년 뒤에 아파트를 되사준다"고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통 큰 마케팅'을 소개하기 바빴을 뿐, 그 이면에 숨겨진 고분양가와 미분양 문제를 외면했다. <오마이뉴스>가 12월 28일 현장을 찾았다.

할인하고 아파트 한 채 덤으로 준대도 미분양? 그 이유는...

폭설이 내린 죽전 극동스타클래스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전용면적 200~225㎡(옛 69~78평) 60가구로 이뤄진 이 공동전원주택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듯 눈이 치워진 곳은 많지 않았다. 인근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적어도 40여 세대는 미분양"이라고 말했다.

이 주택의 분양시점이 2006년 10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미분양 주택 단지다. 죽전 극동스타클래스 분양대행사의 방아무개 대표는 "7월~10월 동안 아파트, 외제 승용차, 골프장 회원권을 주는 마케팅을 펼쳤는데, 이 때문에 이뤄진 계약은 없다"고 밝혔다.

왜 국동건설의 '통 큰' 마케팅이 실패했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겉으로는 파격적인 마케팅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뜯어보면, 여전히 고분양가에다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광고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언론은 검증 없이 홍보성 기사를 써 혼란을 가중시켰다.

"극동건설은 이 타운하우스의 분양가를 최고 27%까지 깎아서 내놨다. (중략) 모든 주택이 계약금 1억 원에 즉시 입주할 수 있고 계약자에게는 덤으로 강원 원주시 문막 극동스타클래스 아파트(110㎡형), 외제 승용차, 한성골프장 주중회원권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 <중앙일보> 10월 21일

이 기사만 본다면, 분양가 할인에 아파트를 덤으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여러 신문에 이러한 광고성 기사가 나간 후, 죽전 극동스타클래스 분양사무실에는 전화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는 모두 분양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제공한다는 아파트가 실제로는 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 대표는 "실제로는 약 4억 원 가량인 분양가 할인 범위 내에서 할인 대신 아파트, 승용차, 골프장 회원권을 지급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서는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제공한다는 문막 극동스타클래스 아파트가 저층 미분양 물량이었다는 게 방 대표의 설명이다. 2006년 12월부터 분양을 받은 439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는 분양가의 8~10%를 할인했는데도 아직도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다.

78평 주택 25% 할인해도 13억3500만 원... 분양대행사 "안 비싸다"

▲ 죽전 극동스타클래스 홍보책자에 담긴 모델하우스 내 거실의 모습. ⓒ 극동건설


무엇보다 죽전 극동스타클래스가 미분양인 이유에는 고분양가 문제가 있다.

가장 작은 200㎡형의 최초 분양가는 14억7500만~16억500만 원 수준. 가장 비싼 주택형은 225㎡형으로 분양가는 17억8000만 원에 달한다. 이 주택형의 경우, 25%인 4억4500만 원을 할인한다고 해도 13억3500만 원이 있어야 이 주택에 살 수 있다.

죽전 극동스타클래스와 차로 5분 거리인 포스홈타운 아파트단지 157㎡형의 11월 실거래가가 6억4천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죽전 극동스타클래스의 할인가 역시 주변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방 대표는 "공동전원주택으로 비싼 인테리어와 낮은 용적률에 따른 쾌적한 환경을 감안하면 비싼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성수기가 되면 계약이 잘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3년 뒤에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경우, 분양가에 되사주는 바이 백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것도 그런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더라도 대형 주택형은 잘 팔리지 않는다"며 "죽전 극동스타클래스 분양대행사는 집이 안 팔리는 이유가 고분양가인 것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 15년래 최고 수준... "고분양가가 문제"

고분양가는 단순히 스타클래스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연말 아파트 거래가 늘고 일부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 10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995년 12월(3만4993가구)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2만9334가구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주택 중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주택형은 전체의 70%인 2만635가구에 달했다. 또한 악성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중 중대형 주택형은 수도권 전체 준공 후 미분양(9020가구)의 83%인 7509가구였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건설사들은 중대형 주택형은 더 비싼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형 주택형보다 더 많이 지었다"며 "중대형 주택형 공급 과잉에다가 분양가가 비싸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좋아져도 중대형 주택형에 대한 수요는 전처럼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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