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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내리는 고향에 밤

등록|2010.12.30 18:40 수정|2010.12.30 18:40
      눈 내리는 고향에 밤
          
                            글쓴이 : 김 정 관

   여귀산 기슭에
   거북이 등처럼 붙어 있는 지붕 위를
   긴 추억을 남기며 겨울바람이 지나간다.
   아버지에 대문은 불안스레 몸으로 운다.
   마을 회관 노인정 나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고
   미금이가 사다 준 옥돌매트에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는다.
   눈 내리는 고향에 밤.
   마을은 말없이
   눈 소리 들으며 시를 쓴다.
   침묵으로 맑은 영혼의 소리를 낸다.
   브리태니커 사전에도 없는 단어처럼
   아직도 끝나지 않는 기억만이
   자꾸 바람과 함께 지나간다.
   얻을 것을 지난가을 다 얻었건만,
   또 무엇이 남았는지. 눈이 쌓인다.
   헛된 욕망을 채우려 헛된 꿈을 꾼다.
   살갗을 핥고 지나가는 나의 기억 속에
   겨울도둑 같은 칼바람 속에서
   나도 마을 함께 시를 쓴다.
   침묵으로 고향의 소리를 듣는다.
   집단 사육되는 식육점 돼지처럼
   운다. 우는 소리는 눈 내리는 땅 위를 다시
   내려와 고향집 낡은 처마 덮지 못한다.
   햐안 세상 하나 만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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