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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몇 명까지 사귀는 게 적당할까?

[북리뷰] 소셜 네트워크 과학을 다룬 <행복은 전염된다(connected)>

등록|2010.12.31 15:40 수정|2010.12.31 15:52

▲ 행복은 전염된다 ⓒ 김영사

연말연시.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정이나 직장, 혹은 학업이나 사업 현장에서 저마다 1년을 결산하는 때이다.

이 시기엔 누구나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직장이나 사업관계에서 얻는 금전적인 결산 못지않게 중요한 친지나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인연에 대한 결산(?)이 그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친지나 친구에게 송년인사차 안부를 묻거나 연하장을 보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사회에서 인간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 업무의 과중이나 급여의 적음보다는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비인격적인 처사나 소외(왕따)를 당할 때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직장생활 경험자라면 한번쯤 고개를 끄덕였을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맥'이라는 것도, 사실 어느 나라든 민족이든 존재하는 인간관계 법칙 중에 하나다. 중국에서는 '관시'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사업하는 어떤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현지인과의 인맥을 거론했다. 이 사례만 봐도, 인맥이나 소셜 네트워크는 지역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중요한 사업 수단인 셈이다.

올해는 우리 사회에 스마트폰 열풍과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큰 화두로 등장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기본 전제가 된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인기에 편승해 더욱 그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사람들 사이의 상호 연결이나 상호 작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이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개개인의 역할이나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상호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물들을 모은 책 <행복은 전염된다 (connected)>는 매우 흥미로운 탐구서이다. 이 책은 하버드의대 교수인 니컬러스 크리스태커스와 유명한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가 공동으로 저술했다. 저자들의 현직 경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전 지구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유형과 그 영향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끄는 기본적인 <3단계 영향 규칙>

우리는 간혹 1960년대에 실시된 '스탠리 밀그램'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6단계를 거치면 모두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 이 실험은 지난 2002년에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실험결과가 증명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책 저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내에서 영향력의 전파는 '3단계 영향 규칙'을 따른다고 한다. 친구(1단계), 친구의 친구(2단계),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을 종합해 보면 소셜 네트워크는 평균적으로 6단계를 거치면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고 3단계까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들이 발견한 '3단계 영향 규칙'은 사람의 모든 태도와 감정, 행동에 적용된다. 이를테면 정치적인 견해나 비만 등 체중 증가 문제, '행복'처럼 다양한 감정적 현상의 전파 등이다. 또 학자나 발명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그들의 네트워크를 통할 경우 그의 동료, 동료의 동료, 동료의 동료의 동료에 이르는 3단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자주 듣는 입소문 추천도 역시 3단계까지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직접 연결된 사람(친구)이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 더 높아진다.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10%이고,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약 6%였다. 그리고 4단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이것은 제3단계 인간관계법칙에 대한 첫 번째 증거로 통한다."

반면에 '3단계 영향 규칙'은 '행복'처럼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치지 않는다. 집단 심인성 질환(집단히스테리)이나 뱅크런(금융 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일 때 은행에 맡긴 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예금 인출 현상) 등 금융공황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감정이나 정보의 확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알고 보면 흥미로운 소셜 네트워크 과학

▲ '페이스북' 홈페이지 ⓒ 페이스북


그런데 이러한 '3단계 영향 규칙'에서는 타고난 성품이나 성격 등 유전성이 크게 작용한다. 이 책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친구가 5명인 학생은 친구가 1명 뿐인 학생과 유전자 구성 자체가 매우 달랐다고 한다. 유전자는 사귀는 친구의 수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중심인가 아니면 주변인가 하는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몇 명의 친구까지 사귀는 것이 적당할까? 친구가 많을수록 인간관계가 좋다고 소문은 나겠지만 수많은 친구들을 관리하는 것 자체도 결코 합리적이진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사회적 지능 가설의 주창잔인 '로빈 던바'의 연구결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로빈 던바는 30명 이상의 과학자들의 비평과 함께 발표된 1993년 논문에서 다양한 영장류의 뇌 크기와 집단 크기 사이의 관계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적정한 인간 사회 집단의 크기를 약 150명(던바 수(Dunbar's number))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오늘날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평균적인 사용자가 등록한 친구 수는 약 110명(저술 시점). 한 대학을 표본으로 조사해 보니 가까운 친구의 수는 평균 6.6명이었다. 이 결과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전체 친구 수는 평균적으로 '던바 수'인 150명에 근접하고, 가까운 친구의 수는 핵심 네트워크 크기인 4명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저자들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놀랍게도 닮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집단 지성으로 운영되는 '위키' 등 온라인 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네트워크 사례를 들어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현상을 설명한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모든 후보 진영이 선거운동에 인터넷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특히 오바마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의 힘을 최대한 활용했다. 페이스북 공동창립자인 크리스 휴즈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어 이를 적극 활용한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 사람이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전체 네트워크에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컴퓨터 모형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어떤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직접 연결된 사람이 3~4명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투표 행위가 들불처럼 번져나가 최고 100명에게 투표 참여 연쇄 파급 효과를 나타냈다. 한 사람이 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행위는 평균적으로 3명을 추가로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위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에 앞으로 있을 총선이나 대선에서 투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 활용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향후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우리가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

이 책의 저자들은 네트워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떤 주요 위험 요소를 '인종같은' 개인적인 속성으로 추정하는 타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보다도 구조적 위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상호 연결이 점점 늘어나는 세계에서 유대가 많은 사람들은 연결이 점점 더 좋아지는 반면에 유대가 적은 사람들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 그 결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특정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몰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디지털 격차이다. 네트워크 불평등은 기회 불균등을 초래하고 강화한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범죄를 줄이려면 잠재적 범죄자가 가진 연결의 종류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사회의 불균형 현상, 예를 들면 교육이나 건강, 소득 격차 등을 해소하려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연결 문제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회사나 사회가 근로자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1달러를 쓸 때마다 그 근로자의 동료, 가족, 친구,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건강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가난을 줄이려면 단지 자본 투입이나 기술훈련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다시 연결을 하도록 돕는 것은, 단지 주변부에 있는 불우한 개인들을 돕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전체 구조를 돕는 것이다."

이젠 연결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할 중요성과 그 필요성은 위 본문에서 잘 알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3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우리 주변의 소외된 혹은 네트워크 불평등 위치에 있는 주변인까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또한 사회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소'나 가난과 질병, 사회적 고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100년 전 학자들은 사람을 '타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은 전연 없는, 최소한 비용으로 최대한의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기심으로 살아가는 호모 에코노믹스(Homo Economicus)'로 표현했다. 저자들은 이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호모 딕티우스(Homo Dictyous)' 즉, '네트워크인'을 주창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집단이 가족 단위를 넘어서서 네트워크를 확대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호모 에코노믹스'에서 벗어나 '호모 딕티우스'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행복은 전염된다(connected)>는 분량이 460쪽에 달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전연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내용들이 실험 결과나 통계 등을 이용한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사례들을 실증적으로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하버드 의대 교수와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들의 지적 탐구와 분석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그리고 왜 연결되어 만나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또 개인이 이루는 네트워크가 개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행복은 전염된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소셜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옆에 두고 두고 읽어 참고해볼 만한 책으로 손색 없다.
덧붙이는 글 행복은 전염된다(connected) / 저자 : 니컬러스 크리스태커스& 제임스 파울러 / 역자 : 이충호 / 출판사 : 김영사 / 2010. 11. 16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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