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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근의 귀환'... 불법사찰 의혹 받는 감사원장

이동관·박형준·김대식 기용... 종편 선정 반발 물타기 비판도

등록|2010.12.31 16:04 수정|2010.12.31 16:09
31일 단행된 개각은 한마디로 'MB 측근의 귀환'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각 발표와 관련 "세밑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탄 발표"라거나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자 발표에 따른 언론의 반발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그동안 일부 장관급 자리가 상당 기간 비어 있던 점을 고려해 이 대통령이 공석 인사를 연내에 마무리짓고 산뜻한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각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저런 일로 문제가 돼 물러났던 '친 MB인사'들이 대거 복귀해 면면이 산뜻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정치권의 공방과 여론 역풍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보고받은 의혹 있는 이가 감사원장? 4대강 감사는?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31일 오후 서초동 정부법무공단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동기 내정자는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무행정위 간사를 맡아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맺었으며 2008∼2009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한 뒤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 연합뉴스

감사원장 후보자인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내용을 정 후보자가 보고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괴 등으로 많은 자료를 없앴다. 그러나 검찰이 복원에 성공한 자료 중에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9월 말에서 10월 초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에 대한 사찰 내용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문건이 발견됐다.

'민정수석 보고용'으로 문서가 작성됐다는 사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됐다는 정황을 추측케 한다. 당시 민정수석은 정 후보자였다.

이 같은 자료를 확보하고도 검찰은 민정수석과 총리 관련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고, 검찰 수사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으로 있던 정 후보자는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정무수석에게 보고한 문건이 발견됐는데 이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의혹만 남아 있는 것. 이 점에 대해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강도 높게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후보자에 대해선 '인사문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가 공무원 기강을 잡는 감사원장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정 후보자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것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부실하다는 여론의 압박 때문이었다.

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끝내고도 감사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대통령 측근인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감사한 그대로'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1년 안 돼 사퇴할 정치인을 문화부 장관으로... "어떻게 일 하느냐가 중요"

▲ 31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병국 국회 문방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에 대해서는 발표 이전에 이미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012년 총선에 나갈 정치인이 입각하면 10개월짜리 장관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2012년 4월 11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인 그해 1월 12일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내년 1월 중순까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임명장을 받는다면 정 후보자의 장관 재임 기간은 최대 1년 남짓일 것으로 보인다. 1년도 안 돼 바뀔 장관이라면 해당 부처 정책의 지속성도, 관할 부처 장악도 보장하기 힘들어 진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 후보자는 31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장관을 보면 며칠짜리 장관도 있고 몇 개월짜리 장관도 있고 1년, 2년 장관도 있다"면서 "어떠한 마음 자세를 가지고 재임 중에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지난해 일간지의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길을 터주는 내용의 미디어법 통과에 앞장섰던 전력도 문화부가 앞으로 종합편성채널 업자에 대한 공정한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권익위원장에 김영란 앉힌 대신 MB측근 김대식 부위원장에

국민권익위원장의 경우엔 애초 이명박 대통령 측근 중에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외로 이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 김 전 대법관은 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끈질기게 요청한 끝에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된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 권우성

대신 부위원장에 이 대통령 측근을 배치했다. 부위원장에 내정된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며 이상득 의원의 측근이기도 하다.

위원장에 김 전 대법관을 앉혀 국민적인 신망을 얻는 한편으로, 이 대통령 측근인 김 부위원장이 전임 위원장이었던 이재오 특임장관에 이어 '이명박 정부 민원해결사'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이 대통령 측근은 사회특보와 언론특보로 각각 임명될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다. 이들은 다른 특보들과는 달리 상근 특보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7월 6·2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사들이다.

이동관 특보는 대변인과 홍보수석으로 재직 당시 '익명에 숨어 청와대와 국민의 소통을 왜곡시켰다'는 비판을 받으며 '청와대 핵심관계자' 줄여서 '핵관'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여권 일각에서도 이 전 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어 이 전 수석이 언론특보로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경우, 야권은 물론 여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임명될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적극 참여해온 인물이다. 김 교수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에 참여했고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활발하게 뉴라이트 활동을 해온 김 교수의 청와대 합류는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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