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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좋은 일만 있어라!

백야도 주민들의 새해 소망

등록|2011.01.01 18:17 수정|2011.01.01 18:17

▲ 오전 7시 37분 드디어 새해가 솟았다. 해야 솟아라! 우리 모두의 가슴 속 어둠을 떨치고! ⓒ 오문수


"이야! 해가 뜬다. 해가 떠!
저 수평선 위에 빨갛게 올라오지 않냐?"

오전 7시가 되어도 깜깜했던 사위가 환해지면서 수평선 바다가 붉게 물들자 백호산 정상에 섰던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해가 검은 구름위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7시 37분. 눈썹 같던 해는 채 10분도 안되어 완전한 공 모양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수시 화정면에는 백야도가 있다. 원래는 섬이어서 배를 타고 5분쯤 오가는 도선이 왕래하던 곳이었으나 2005년 4월 백야대교가 개통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됐다. 백야도에서 생산되는 농수산품은 우럭, 전복, 바지락과 고구마, 옥수수, 단호박이 주산물이다. 마을이 전성기 때는 280여 호가 있었으나 100여 호가 떠나고 현재 남아있는 180여 세대도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백야도의 지명유래는 마을 뒷산의 산봉우리가 연꽃 봉우리처럼 보이고 돌들이 모두 하얀 색을 띠고 있어 흰 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섬을 멀리서 바라보면 호랑이가 새끼를 품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백호섬이라고 불렀으나 고종 33년(1896년 3월 2일) 돌산군 설립당시 백야도로 개칭하였다.

▲ 백야도 등대. 여수-나로도-거문도를 오가는 배의 안전길잡이다. ⓒ 오문수


▲ 1953년부터 1996년까지 백야도 등대에 근무했던 등대지기 안영일씨의 조각품(1986. 5월) ⓒ 오문수


백야도는 여수시 남면과 화정면 관내 도서지역을 연결하는 연안여객선의 교통 중심지로 1928년 12월 10일 백야도 등대를 건립하여 희망의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백야도의 불빛은 20초에 한 번씩 섬광하여 약 38㎞ 떨어진 거리에서도 볼 수 있으며 여수-나로도-거문도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여수지방해양항만청에서는 해상교통 안전을 위한 등대 기능유지에 지장이 없는 일부 부지를 활용해 편의시설과 휴게시설 및 바다 조망공간을 조성하고 등대직원(안영일)이 손수 만든 조각품을 전시하고 있다.

백호산 정상에서 일출 광경을 구경하고 내려온 일행은 등산로입구에서 화정면 백야리 부녀회가 준비한 식혜, 컵라면, 커피, 떡국을 들며 새해 덕담을 나눴다. 10년에 한 번 눈이 올까말까 하는 눈이 내려 일출 구경에 나선 시민들이 줄었지만 올해도 9백 명 정도가 찾았다는 화정면 직원의 설명이다. 시민들에게 새해 소망을 들었다.

▲ 일출을 보러온 시민들에게 백야리 부녀회가 떡국과 식혜를 제공하고 있다 ⓒ 오문수


▲ 일출을 보러온 시민들에게 떡국과 식혜, 커피, 컵라면을 제공하는 백야리 주민들 ⓒ 오문수


관광객들에게 식혜를 퍼주던 강옥숙씨는 "딸(고2)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동네 부녀회장 김명임씨는 아들과 아저씨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떡국을 두 그릇 먹으면 나이도 두 살 먹게 돼 더 이상 안 먹겠다"는 사람과 "나이가 80이 다 됐는데 한 살 더 먹으면 어떻고 두 살 더 먹으면 어떻냐"는 체념파 등 다양한 대화를 하며 웃는 사이로 국민참여당 여수시 지역위원장인 강용주씨가 보여 새해 소망을 들었다.

▲ 국민참여당 여수시 지역위원장 강용주씨 ⓒ 오문수


"올 한해 정치적으로는 중요한 해입니다. 진보정당 통합과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인정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박람회 성공의 기틀을 마련하여 여수의 비전이 세워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백야리 어촌계장이자 이장인 김명환씨의 새해 소망을 들었다. "전쟁 안 나고 나라가 평안했으면 좋겠어요. 다리가 연결되고 나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 와서 쓰레기만 버리고 가요. 제발 가지고 왔던 쓰레기 되가져 갔으면 좋겠어요"

백야도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폐교가 된 화정중학교 정문 앞에는 설치예술가 최병수 화백이 서울에서 내려와 살고 있다. 작품을 조각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로 들어가니 2010년에 그가 발표했다는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 석유에 덮인 지구모습 위로 램프가 있다. 최씨의 설명이다.   

"2003년 이라크에 갔을 때 바그다드에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조형물을 구경하다가 알라딘 램프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어요. 이라크전쟁은 부시라는 마법사가 이라크 석유램프를 빼앗으러 온 겁니다.

돌아와 석유에 덮인 지구를 그렸는데 미학적으로 재미가 없어 그냥 뒀다가 작년에 램프 끝에 주유기를 달아 지구에 흘리는 작품으로 그려 발표에 나선 겁니다. 석유램프는 20세기 석유문명을 상징하는 겁니다."

▲ 설치미술가 최병수 화백이 그린 그림. 지구위에 석유램프가 있고 램프 주둥이는 주유기를 상징해 지구가 석유 때문에 죽어가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 오문수


▲ 자신이 고안한 '상생기' 앞에 선 최병수화백. 오륜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 오문수


최병수씨는 오륜기에서 힌트를 얻은 '상생기(旗)'를 만들어 작품화했다. '상생기'의 5개 하트는 윗줄 왼쪽부터 하늘, 우주, 빛, 동물, 자연을 상징한다.

▲ 2005년 연결된 백야대교. 다리가 연결되어 섬사람들은 편리해졌지만 육지사람들이 와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한다. ⓒ 오문수


▲ 여수는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 4도이다. 밭에서 자라던 배추에 눈이 쌓여 있다. ⓒ 오문수


"오륜기의 원래 의미는 세계인이 상생하는 건데 경쟁으로 변질됐어요. 자연과 인간과의 상생, 남한과 북한과의 상생,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와의 상생, 남녀의 상생 등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새해에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상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찬바람에 입김을 호호 불며 합장하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시길!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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