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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 이라크에 머물면 죽는다

이라크 기독교인들, 테러 공포로 대탈출 감행... 140만 중 50만 정도만 남아

등록|2011.01.03 11:12 수정|2011.01.27 17:21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테러 피해와 공포로 2010년을 마무리했다. 이슬람 신자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슬람 국가로 오해하는 이라크에서 소수집단으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며 2011년 새해를 맞았다.

지난 12월 30일 저녁 한 시간 사이에 수도 바그다드의 여섯 개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폭탄 공격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두 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당했다. 이라크 내무부에 의하면 폭탄은 14군데 기독교 신자의 집 정원 또는 밖에 설치됐다. 그 중 한 집은 이슬람 신자의 집이었는데 정원에 성탄절 트리가 세워져 있어 잘못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은 이번 공격에 대해 이라크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다른 폭탄 공격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기독교인들에게 공포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사건이 있기 일주일 전 기독교인들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예고했고 자신들의 협박이 공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이제는 조국을 떠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이번 공격이 공공장소인 성당이나 교회가 아닌 개인 주택을 겨냥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자신의 집이 공격당한 키유르 키자랍은 씨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를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난 이제 60살이고 지금까지 조국 이라크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이런 험한 사건이 이제는 조국을 떠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이런 공격이 계속되고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우린 여기에서 미래가 없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0세의 누르 이삼은 이라크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우리는 이라크를 영원히 사랑하겠지만 생존을 위해 즉시 이라크를 떠날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들에게 안전한 곳이 과연 어디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그러나 찰딘 성당의 알 카스포트로스 신부는 기독교인들의 탈출에 반대한다.

"위험하더라도 기독교인들에게 이라크를 떠나지 말라고 얘기한다. 다른 나라에서 억압받으며 사는 것보단 이라크에서 죽는 것이 낫다. 우리는 이라크를 깊은 수렁에서 빼내기 위해 희생하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같이 평화롭게 사는 이라크를 만들 책임이 있다" 

시리아 150만 이라크 난민 중 20%가 기독교인

키자랍과 이삼 같은 사람들은 지난 10월에 있었던 악몽 같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남기로 결정한 사람들이지만 개인 주택까지 겨냥한 공격이 이뤄지는 험악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이제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0월 31일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가톨릭 성당에 알 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이 침입해 인질극을 벌였다. 이들은 수감된 알 카에다 대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또한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기독교 신자인 시가 쪽 가족들에게 억류돼 있는 두 명의 이집트 여성들의 상황을 언급하며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은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 인질극으로 인해 현장에서 52명이 사망하고 60명 정도가 부상당했다. 후에 사망자 수는 70명으로 늘었다. 

그보다 앞서 10월 초에는 이라크 북부의 모술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일련의 살인과 협박이 이뤄지면서 10여 명이 살해당했다. 이 때문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 주변 도시, 또는 이웃나라인 시리아로 피신했다. 공격자가 누군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언론과 주민들 모두 이라크 제3의 역사적인 도시 모술을 장악하려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배후에 있다고 확신했다.  

12월 중순 유엔 난민국은 모술에서의 살해 및 위협, 그리고 바그다드 성당 인질극 후 기독교인 난민들이 느리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건 이후 1천 가구의 기독교인들이 바그다드를 떠났으며 한 예로 시리아에 있는 150만 이라크 난민 중 20% 정도가 기독교인들이라고 언급했다. 유엔 난민국은 기독교인들이 알 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들의 살해 위협을 피해 때로 몇 가지 생필품만 챙겨서 황급히 이라크를 탈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이라크 기독교 단체의 임원인 압둘라 알 나프탈리는 유엔이 언급한 수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라크를 탈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엔이 언급한 숫자는 너무 적다. 우리 기록에 따르면 바그다드 성당 인질극 후 이라크를 떠난 기독교인 수가 213%나 증가했다. 유엔이 말하는 것처럼 느리거나 꾸준한 수준이 아니라 탈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라크 기독교, 2천년 전통 가진 종교 중 하나

이라크의 기독교는 최근 수입된 외래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비록 소수 종교지만 이라크에서 2천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찰딘 가톨릭으로 교황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로마 가톨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기독교인들은 1세기에 기독교를 받아들인 아시리아 사람들로 이들은 이라크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인들이다. 그 외에 시리아 가톨릭, 아르메니아 정교회와 가톨릭 신자들이 있다.  

사담 후세인 집권 당시 이라크는 종교국가를 지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집단인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없었고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신자들과 이웃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때로 기독교 신자가 정부의 고위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침공 이후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자주 발생하면서 기독교인들의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후세인 시절 기독교 인구는 140만 정도였다. 정확한 집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현재 남아 있는 기독교인들이 40~50만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기독교인 공격에는 이슬람 신자들과 무장세력들을 규합하기 위해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악용하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9·11 사건을 통해 표출된 근본주의 이슬람 세력들의 서방 기독교 세계에 대한 오래된 적대감 및 경계가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월 1일 이집트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도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다.

새해 첫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한 교회에서는 알 카에다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 21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당했다. 희생자들은 새해 미사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정확히 어느 집단의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론과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이라크 바그다드 성당 인질극을 저지른 무장세력의 소행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소수집단이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대립하는 상황이 전개되기보다는 기독교인들의 이라크 탈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라크 정부가 조국에 남기를 원하는 기독교인들을 보호해줄 능력도 적극적인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후세인 독재를 종식시킨 것을 이라크 전쟁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로 선전하고 있지만 전쟁이라는 무력 수단을 이용해 독재에서 부패 및 무능 정권으로의 변화만 가져왔을 뿐이다. 무늬만 갖춘 이라크 민주정부는 이슬람 국가를 표방하지 않지만 소수 기독교인들의 종교의 자유와 권리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소수집단인 기독교인들은 후세인 독재 하의 이라크보다 민주정권 하의 현재 이라크가 더 위험한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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