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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가를 꿈꾸는 자들의 '필사의 지침서'를 읽다

[R군의 BOOKing]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

등록|2011.01.03 09:03 수정|2011.01.03 09:35

▲ 책표지 ⓒ 황홍선


정성일의 글은 어렵다<<<<어렵지 않다!

솔직하게 본 기자는(?) 정성일의 글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요! 동종업계(?)의 내공 부족한 살리에르의 심정이라고 해두죠(퍽이나!). 어째든, 그의 글은 읽다보면 좀 지치는 감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유익한 글이지만 읽다가 자아도취된 문장에서 숨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 비평계에서 정성일, 그것으로 이미 익스큐즈 된 거 아닙니까?

그렇게 겉으론 싫은 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존경의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R군, 며칠 전 <씨네21>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영화 관련 서적'으로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을 추천하더군요. 그리고 보면 정성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그냥 어려워 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성일에 대해 도전(?)으로 오늘 이 책을 "부킹(BOOK+ing 책읽는 중?)"했습니다!

▲ <씨네21>소개글 보고 바로 서점에 갔는데 이렇게 사이드가 살짝 파손[?]기분 좀 잡쳐 안 살라다가, 이렇게 안사면 영영 안 살 것같아서T.T 책 좀 함부로 하지맙시다!버럭 ⓒ 황홍선


정성일님 죄송합니다.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해서 T.T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은 그가 지금까지 <씨네21>이나 기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2010년 8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은 책입니다. 그리고 <필사의 탐독>이라고 해서 전부 영화 비평문만 있는 게 아니고요, 영화 현장에 대한 취재, 감독과 배우분들의 인터뷰와 대담 등 생각보다 다양한 기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영화에 대한 비평은 짧고 대담이나 취재 글이 훨씬 길 정도니깐요.

▲ 책소개,근데 놀라운 사실! 이 책이 정성일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낸 책이라는 거 믿어지십니까? ⓒ 황홍선


▲ 정성일, 영화평론가를 꿈꾸게 하는 이름이자,또한 좌절하게 만드는 대명사.과연 이 책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 황홍선


그렇게 저는 <필사의 탐독>을 정말 '필사'적으로 읽었습니다. 첫 장부터 사람 기죽게하면서 정성일에 대한 닥치고 찬양을 하게 만들더군요. 홍상수 <생활의 발견>에 대한 그의 비평문은 모든 쇼트를 분석하며 냉정하지만 깊이있는 장면 분석으로 하나하나 써놓는 글빨(?)에, 이래서 다들 정성일, 정성일 하는가 싶더군요. 그야말로 정성일식의 필사의 장면 분석이었습니다.

그런데 <필사의 탐독>에서 소개하는 영화 비평은 이렇게 책으로만 읽어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필사의 탐독>속 영화비평문들 대부분은 쇼트 분석이 많기에 관련 영화를 한 번쯤 다시 보거나 아님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보면서 해설지로 옆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어쩜 이 책을 토대로 관련 영화 DVD코멘터리를 하면 영화학으로서도 꽤 훌륭한 가르침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알고 보면 그 깊이에 놀랍지만, 모르는 영화라면 아예 읽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 몇몇 보지 않은 영화 관련 챕터는 넘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분명, 영화를 알고 보든지 모르고 보든지, 일단 그의 글을 접하면 관련 영화를 안 보고는 못 배기는 힘은 책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 읽자마자 쓰러졌던[?] <생활의 발견>비평문. 홍상수에 대한 정성일의 애정과 꼼꼼함에 놀라웠습니다. ⓒ 황홍선


하지만 그렇다고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이 '이 시대 최고의 영화 비평서'라는데는 '반대한 표'던지겠습니다. 분명히 그가 영화와 관련 지식이 풍부한 것은 인정하나 오히려 그런 지식과 명문에 스스로 갇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독특한 시선은 많지만 가끔 어떤 영화에 대한 분석은 과장된 해석이 아닐까 부담스러울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아예 안 본 영화는 쉽게 손이 안 가는 이유도 이런 듯합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런 '확대해석'이 <필사의 탐독>의 재미이기도 하지만요.

솔직하게 말씀드려 아마데우스를 바라보는 살리에르의 마음처럼 제가 가지지 못한 영화 분석 능력의 질투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저렇게 술술 적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T.T

영화비평가를 꿈꾸는 자들에게 필사의 지침서!

결론적으로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은 적어도 처음 제가 가졌던 영화비평가 '정성일'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글에 때로는 좌절도 했지만, 그의 문장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깨달은 것도 많으니깐요. 특히 그의 글은 어떤 영화적 지식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텍스트가 존재합니다. 작게는 철학에서 크게는 인류학까지, 여러 분야에 어느 정도 기본 레벨은 되어야 그의 글을 이해하고, 저 또한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구나 하며 배운 게 많습니다.

결국 제가 이런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표는 '정성일의 위대함'을 알고 찬양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성일의 위대함' 속에 저 역시 '좋은 영화리뷰어'가 되는 것이 진정한 목적입니다. 책 제목의 <필사의 탐독>처럼 필사적으로 정성일의 필체를 흉내내보고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저역시 영화보기의 안목을 넓히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분명히 '정성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비평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필독의 비평은 그렇게 포기한 많은 이들에게 영화 비평에 대한 희망을 던지기도 하니깐요.

▲ <필사의탐독>과 듀엣으로[?]출판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이제는 이 책을 읽을 용기가 납니다^^ 기다려요! 정성일씨! ⓒ 황홍선

덧붙이는 글 R군의 부킹(BOOKing)이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R군의 책리뷰 기사로서 BOOK(책)과 (읽는 중)ing을 합성해 "부킹"이라는 언어유희로 만든 테마 기사입니다. 책리뷰 초보자(?)로서 정보는 없지만(?) 재미있는 책리뷰로 계속 적어갈 생각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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