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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잡는 진중권, 뭐가 문제야?

<디 워>에 이은 <라스트 갓 파더> 논란... '애국심 마케팅' 지겹다

등록|2011.01.04 11:51 수정|2011.01.04 15:53

▲ 영화 <라스트 갓 파더> ⓒ 영구아트무비


"아, 무슨 일인가 했더니…. <라스트 갓파더> 보고 한마디 해 달라는 팔로워들의 요청에, 이번엔 영화 안 볼 것 같다고 한 마디 했더니…. 그게 기사로 나갔나 보네요. 심빠 여러분, 여기서 자꾸 이러시면 그 영화 확 봐버리는 불상사가…."

아쉽게도(?) 이번엔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와 '심빠'들의 논쟁을 관전할 수 없을 듯하다. <디 워> 개봉 당시 신랄하게 비판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3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라스트 갓 파더>를 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진중권씨는 12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감스럽게도 난 한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거 같네요"란 글을 올렸다. 이 글이 기사화되며 진중권이라는 이름은 다시금 포털 검색어 1위에 등극했다.

어쨌거나 심형래 감독, 요즘 행복하시겠다. 지난 12월 29일 개봉한 그의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2일까지 638개 상영관에서 121만6077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사실 이런 흥행 분위기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애국심 아닙니다. 내 선택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태어나 심형래씨의 전성기 때 어린 시절을 보내며 내 마음속에 채플린보다 훨씬 친숙하고 또 훨씬 웃겼던 코메디언으로 남아있는 저의 레전드에 대한 마음속의 향수 또는 어떤 존경심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12월 28일 다음 아고라에 '유고의꿈'이란 네티즌이 올린 '<라스트 갓 파더> 비판할 거면 제대로 하세요'란 글의 일부다. "채플린의 진부한 영화들에 대해서는 교과서라고 떠받드는 사람들이 도대체 자국의 레전드에 대해서는 거품을 물고 깎아 내리지 못해 안달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는 내용의 이 글은 무려 10만의 조회수를 올렸고, 700여 개가 넘는 댓글과 100여 개의 관련 글이 달렸다.

개봉 전부터 논란에 불을 지피는 영화, 흔치 않다. 충성심 강한 팬들도 여전히 즐비하다. 그 관객들의 힘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로 증명됐다. <디 워> 이후 3년, 문제적 감독 심형래가 귀환했다.

<디워>이후 3년, <라스트 갓파더>는 갑론을박 중

▲ <라스트 갓 파더> 포스터. ⓒ 영구아트무비

열혈 지지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심형래 감독답게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전부터 인터넷을 달궜다. <다음> 아고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 해 영화, 문화 쪽에서 이슈가 된 작품은 <악마를 보았다>, <대물> 정도"였다고 한다. 흥행 여부를 떠나 <라스트 갓 파더>의 완성도에 대한 관객들의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심형래, 내가 사는 시대에 나올 마지막 감독'(콜라)부터 '심형래의 개그는 국외에서도 통한다'(짜갈천사)까지 심 감독에 대한 응원 글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 한 포털 영화란에 올라온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써봅니다'란 제목의 리뷰는 "저는 정말 엄연히 한국인으로써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 입니다"라는 내용으로 '최고 추천'을 받고 있다.

작년 한 해 과도한 폭력 묘사가 두드러진 '19금' 영화가 유독 많았던 극장가에 온가족이 볼만한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라는 의견도 종종 눈에 띈다. 하비 케이틀 등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하고 지속적으로 미국 진출에 도전하는 심 감독의 지지층도 여전히 두텁다.

"애국심 마케팅? 무슨 문제야? 오늘도 학연, 지연, 혈연 찾아 헤매는 것도 모자라, 트위터에서도 '인맥' 만든다고 설치는 것이 남조선 인민들의 수준인데. 차라리 심형래의 애국심 마케팅은 통이라도 크다."(트위터 아이디 @_nu)

반면, <디워> 개봉직전까지 심 감독의 열렬한 응원자였었다고 밝힌 'Hemiconpulore'란 네티즌은 "별로 바뀐 게 없이 돌아온 영구를 보고, 전 박물관 유물 순회 전시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건 흘러간 유물이지 새로운 물건이 아닙니다,"라며 "채플린과 같이 지금 보아도 더는 우습지 않은, 당시의 시대상을 나타내는 역사로서 대우를 받아야지, 뜬금없이 '영구가 돌아와 미주 흥행을 노린다'라고 해도 그저 당혹스러울 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훈훈한 가족영화 그리고 완성도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평이 갈리고 있는 <라스트 갓파더>. MBC <100분 토론>의 토론 주제로까지 진출하며 사회적 현상으로 번졌던 <디 워> 개봉 당시보다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디워> 팬들의 융단 폭격을 받은 바 있는 매체들 또한 심 감독의 인터뷰를 싣고 또 흥행 결과를 주시하는게  전부다.

"기자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라는 심형래 감독은 개봉 이틀 전에야 언론 시사를 열었고 그나마 기자 간담회는 불참했다. 평단이나 전문 매체와 관객과의 불화를 이끌어냈던 <디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그리고 그는 개봉 전 홍보 매체로 방송을 선택했다.

공중파 방송을 점령한 '영구 없다' 

"옛날에, 어린이날 어린이들이 꼽은 우상 중에 1위가 세종대왕, 2위가 이순신 장군, 3위가 심형래, 4위가 에디슨, 5위가 퀴리부인. 살아있는 사람은 저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퀴리부인과 에디슨이 친밀감이 더 갑니다."

지난 달 28일 KBS <1대 100>에 출연한 심형래 감독이 밝힌 일화다. 사실 이러한 옛 에피소드는 심형래 감독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12월 내내 반복한 레퍼토리다. 심형래 감독은 지난 달 6일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을 시작으로, 13일 SBS <밤이면 밤마다>, 14일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 16일 케이블 방송 tvN의 <현장토크쇼 택시>, 22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26일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연이어 출연했다. 주당 1~2회, 4~5일에 한 번 꼴이다. 가히 유례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25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연예대상>에까지 출연해 자신의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요즘 예능, 토크쇼에서 개봉에 맞춘 배우들의 게스트 섭외가 시들해진 점에 비한다면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디 워> 개봉 직전 '무릎팍도사'에 출연, 눈물을 쏟아내며 할리우드 진출의 포부와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던 심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전략은 예능 물량 공세로 보인다. 물론, 심 감독은 기자 시사 직후 여러 매체와 수십 건의 인터뷰를 소화냈다고 한다.

기억해 보자. 그는 <디워>로 843만 관객을 동원한 스타 감독이다. 그에 걸맞게 언제나 관객과 대중과의 소통을 외친다. 그래서 방송에 출연한 심 감독은 여전히 슬랩스틱 코미디를 몸소 시연해 보이며, 지속적으로 "띠리리리리"와 "영구 없다"를 외쳤다. 그의 활약을 모르는 10대 관객들까지 부모, 삼촌 세대에게 호기심을 표현할 만한 융단포격이 아닐 수 없다.

▲ 영화 <디 워> ⓒ 영구아트무비


하지만 그의 레퍼토리는 어느 방송에서 나와서도 엇비슷했다. 다만 직접 홍보할 기회가 주어지는 방송이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거나 예전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영구' 시절의 회고담을 들려주거나 미국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식이다. 향수 마케팅,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물량 공세가 대중들의 관심을 반영한 적정 수준이었을까? 결국 수출보험공사가 제작비의 70%를 보증하는 <라스트 갓파더>의 홍보에 공중파 방송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다.

미국 진출 실패한 <디 워>,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제작비 지원

2008년 3월 11일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주)영구아트와 협약식을 맺고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투자보증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200억 원으로 책정된 제작비 중 수익을 내지 못할 시 70%를 수출보험공사가 보전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IMDB 사이트가 밝힌 <라스트 갓 파더>의 제작비는 1340만 달러.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이 밝히고 있는 '순제작비만' 150억 원으로, <디 워> 300억 원(제작사가 밝힌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500만 명 이상 동원해야 한다.

이쯤에서 복기해보자. 2007년 8월1일 개봉한 <디 워>는 개봉 첫 날 38만을 동원하고 100만 명을 3일 만에 돌파했다. 그 해 한국에서만 843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디 워>의 '총제작비(그래픽 작업 비용 포함)'는 7000만 달러. 미국의 공신력 있는 흥행 전문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그 해 9월 개봉한 북미 지역 개봉 총 수익은 약 1000만 달러였다.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개봉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나라는 중국(430만 달러)이었으며, 괴수물의 종주국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은 84만 달러 수익에 그쳤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린 나라는 단연 한국. 그리하여 전세계 총 수익은 약 6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심 감독이 자신감을 내비쳤던 DVD 부가 판권 수익은 어땠을까. DVD와 홈비디오 수익은 2147만 달러. 극장 수익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는 심 감독의 호언장담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결과였다.

▲ 영화 <라스트 갓 파더> ⓒ 영구아트무비


150억 원을 들였다는 미국 내 마케팅 비용과 극장과의 수익 배분을 고려한다면, <디 워>의 미국 진출은 명백한 실패였다. 결국 한국 관객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국내에서 번 돈을 미국 땅에 쏟아 붓고도 손해를 본 꼴이 됐다. 비록 미국 내 수익은 220만 달러로 미비했지만, 한국을 제외한 해외 각국에서 2300만 달러 이상의 극장 수익을 거둬들인 <괴물>과 비교할 때 <디 워>의 실패는 더욱 명확해진다. 

2008년 3월 수출보험공사는 "심 감독의 <디 워>가 지난해 국내 관객 840만 명을 동원했고,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시장에 와이드 릴리즈 방식의 직배를 통해 수출돼, 2008년 3월 현재 극장 수익 및 DVD 판매로 3500만 달러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디 워> 제작사 '영구아트'는 한 투자사가 제기한 투자금 5억 반환 소송에서 패소할 만큼 투자금 회수조차 용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라스트 갓파더>는 아직 미국 배급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장밋빛 청사진 꿈꾸었을 수출보험공사 측은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심 감독, 언제까지 '땡칠이' 마케팅 할 셈인가

"못하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

심 감독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신지인식 1호로 꼽히며 유행시킨 어록이다. 어찌됐건 그는 분명 한국영화계의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장동건, 오다기리 죠와 <마이 웨이>를 준비 중인 강제규 감독만이 그와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경쟁상대로 꼽힐 것이다.

<영구와 땡칠이>와 <우뢰매> 등 아동 대상 슬랩스틱 코미디와 SF물을 거쳐 <용가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도전은 계속됐고, <디 워>를 통해 드디어 폭넓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심 감독은 지난달 14일 방송된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을 통해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3D 애니메이션인 차기작 <추억의 붕어빵>의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분명 그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또 한국 감독으로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영화 <라스트 갓 파더> ⓒ 영구아트무비


그래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디 워>의 실패를 거울삼아, 작품의 완성도는 기본이요, 미국 내 배급까지 심 감독이 앞으로 심혈을 기울여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혈세인 수출보험공사의 투자금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더욱 그래야 마땅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자신이 금과옥조처럼 떠 받든다는 관객들, 그 중에서 '안티'들의 직언까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다. 언제까지 <영구와 땡칠이> 시절 국내 코흘리개였던 국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자신의 고향인 방송과 예능을 홍보 도구삼아 또 언제까지 '할리우드 진출'을 내세운 애국심 마케팅으로 영화를 포장할 셈인가.

심 감독이 잊지 말아야할 것은, 영화감독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몇 백억 원의 이익을 봤다는 <디 워>의 수치놀음은 G20의 효과가 수십조에 달했다고 홍보하는 MB정부의 '뻥튀기 전략'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부디 <라스트 갓파더>마저 할리우드 흥행의 허상에 매달리다 또 한 번 한국 관객들이 쌈짓돈을 쏟아 붓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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