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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얼음꽃, 상고대 피어난 겨울강의 소경

등록|2011.01.03 14:43 수정|2011.01.03 14:43

버드나무버드나무 잔가지가 은빛으로 빛나는 아침 ⓒ 김민수




너무 춥지도 않고 따스하지도 않은 겨울 아침, 안개가 낀 날이거나 아니면 물안개 피어오르기 좋은 날이면 강가의 나목들과 말라버린 풀들과 강에 깃대어 사는 모든 것들은 은빛으로 제 몸을 치장합니다.

겨울강상고대와 얼음과 물안개와 반영이 어우러진 강의 소경 ⓒ 김민수




매서운 강추위는 아니지만 만만하지는 않은 정도의 추위, 살짝 녹기도 하고 얼기도 할 정도의 겨울 아침이면 눈썰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와, 예쁘다!"감탄을 할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삶이 너무 아프거나 경황이 없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자기 삶의 무게나 너무 힘겨우면, 아침나절 잠시 아름답게 빛났다가 사라지는 풍경이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

상고대 결정체그 작은 세계의 속내를 살짝 들여다 본다. ⓒ 김민수




겨울 아침, 강에 기대어 사는 것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은 '상고대'요, '얼음꽃'입니다. 그냥, 얼음꽃이라는 이름만 있으면 더 문학적이었을 텐데요. 그렇게 아주 조금씩  밤새 피어나거든요.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작은 수증기가 공중에 떠오르고, 추운 날씨는 그 수증기를 조금씩 얼리고, 얼기 시작한 결정체는 점점더 자신을 키워갑니다. 그리하여 아침이면 은빛찬란한 꽃을 피웁니다. 멋없는 말로 '상고대'요, 문학적인 말로 '얼음꽃'입니다.

붉은 열매와 상고대차마 떨어지지 않은 열매가 또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 김민수




어디에 피어도 예쁜 얼음꽃이겠지만, 컬러도 흑백같은 겨울풍광에 이렇게 매혹적인 붉은 열매는 황홀하게 다가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들이 밤새 모여 만든 은빛세상, 한꺼번에 달라붙으려했으면 이내 거부당했을 것만 같은 만만치 않은 무게입니다. 그러고보니, 우리의 삶이 성공이거나 실패거나 혹은 어디로 향해 가던지 아주 작은 삶의 부스러기들이 모이고 모여 삶을 만듭니다.

상고대상고대로 인해 다시 피어나는 잡초들 ⓒ 김민수




성공도 실패도 그냥 운이 좋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삶의 단편들이 쌓인 결과일 것입니다.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면 한 해가 되는 것이고, 그 한 해가 쌓이면서 세월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하는 일, 그것이 당장 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하루 이틀 쌓이면서 몇년 뒤에는 그 일로 인한 결과물이 나타날 것입니다.

강아지풀살포시 고개를 숙인 강아지풀 ⓒ 김민수




좋은 씨앗을 뿌리거나 썩은 씨앗을 뿌리거나 지금 당장은 아무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추수때가 되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인생일 것입니다.

당장 눈에 좋은 것만 따라가지 말아야겠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보일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삶의 아주 작은 부분도 살피며 살아야겠습니다.

반영잔잔함과 반영과 상고대의 조화 ⓒ 김민수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봐야겠습니다.
자기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온전한 이해도 가능합니다. 자기인식, 자기반영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상고대베어진 갈대의 밑둥도 아름다울 때가 있다 ⓒ 김민수



살아가다 보면 아픈 일들을 누구나 겪습니다.
바라보는 이들은 쉽게 '잘 극복하면 인생의 약이 될 것'이라고 애써 위로하지만, 아픈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별로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물론, 그렇다고 위로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픈 일을 겪을 때, 나만 그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나보다 더 아픈 일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 비로소 위로를 받습니다.

상고대강가에서 맞이하는 겨울아침의 눈부심 ⓒ 김민수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의 삶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도 어느 일순간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주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 그런 삶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저, 얼음꽃처럼 말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내 삶에 대박 터지라고 기도하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오늘 살아가는 아주 작은 삶의 의미들이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눈에 보이라고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눈에 보였을 때 부끄럽지 않은 것이길 바랍니다.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시작의 주인공은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바로 나요, 여러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2011년 1월 3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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