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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그릇 대하듯 어려웠던 아들, 이유가 있었구나

[서평] <아들을 공부하라>를 읽고...아들을 다 키우고 난 후에 알게된 아들 교육법

등록|2011.02.03 17:30 수정|2011.02.03 17:31



아들을 공부하라 표지데이비드 토마스.스티븐 제임스 지음/김양미 옮김 ⓒ 송진숙

아들의 사춘기는 스물네다섯살까지 이어진다  
아들녀석 어릴 땐 착하고 천사같다고 했더니 어느날부터 내속을 뒤집기 시작하더니 끝이 없다. 이유도 모른 채 당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물론 당한다는 의미는 갑자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이유가 짐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녀석이 화를 내고 토라지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마치 유리그릇 대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잘못 다루면 깨져버리는 유리그릇같았다. 늘 조심스러웠다. 말 한마디에 마음상할까, 행동도 조심스러웠다,  아들녀석 방문은 철문같았다. 닫히면 언제 열릴지 예측할 수 없었다. 다행히 요즘엔 마음이 많이 풀어져 나도 여유로워졌지만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대학진학과 군대문제가 걸려 있다. 자나깨나 해가뜨나 달이 뜨나 앉으나 서나 아들생각뿐이다. 도대체 아들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어떻게 키워야 건실한 사회구성원으로 내보낼까? 답답했다.

그러던 차에 이책을 접하게 됐다. 첫페이지부터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직장에서 외출시 전철안에서도 형광펜으로 줄을 죽죽 그으면서 읽었다. 한구절한구절 공감이 갔다.

나만 이렇게 아들때문에 속썩이는게 아니었구나. 어쩜 미국에서도 똑같네.
아동발달을 전공한 데이비드 토마스와 개인 상담소를 운영하며 정신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스티븐 제임스의 공동 저작이었다.

좀 미리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하지만 남자의 사춘기는 여자보다 길어서 스물네다섯살까지도 이어진다는 글귀에 희망을 갖고 그나마 남은 시간이라도 좀더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다.

1부 아들의 성장 특징을 공부하라
2부 아들의 기질을 공부하라
3부 아들의 마음을 공부하라

아들을 기르는 것은 과학이 아니고 기술이다

아들을 키우는 것은 과학보다는 기술에 가깝다고 했다. 아들을 키운다는 일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이고 정교한 일이며 아들의 수많은 능력을 발전시키고  성공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는 의미다.

아들의 성장시기 구분을 보면 2-4살사이는 탐험기, 5-8살사이는 애정기, 9-12살사이는 독립기, 13-17살 사이는 방황기, 18-22살사이는 전사기로 구분을 해놓았다. 어쩜 한 줄 한 줄 우리 모자 얘기 같다.

읽으면서 아들의 성장시기를 단계별로 떠올렸다. 어디에 걸림돌이 있었는지. 물론 사후약방문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더 늦지 않은 시기에 화해하고 앞으로 한발짝 내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시기인 탐험기나 독립기인 12살 무렵 까지는 여행도 많이 하고 여러 가족이 어울려 공동 활동을 많이 한 편이라 그 시기는 잘 지낸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빠가 같이 공도 차고 둘이 가까워질 기회가 마련되었어야 했는데 그렇질 못했다.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된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아빠와의 교감이 부족했다.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동네에서 아들보다 한 살 적은 아이와 싸우다 욕을 먹었다고 아들을 느닷없이 큼지막한 막대기로 등짝을 때렸는데 아이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맞은 순간엔 이유를 몰랐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나이어린 동생에게 욕먹은 아들을 보고 자존심이 상한게 아니었나 하는 게 나만의 생각이다.

중요한 건 방황기인 13-17세 사이다. 아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기 시작한 부분이 바로 이 시기다. 내아들이 아닌 시기였다. 중학교를 마치고 졸업식을 하는데 오지 말란다. 선물도 사고 노란색프리지아 꽃다발도 사서 준비를 다해놓았는데....

말만 그렇게 했겠지! 라고 생각하며 졸업식장에 갔는데 본 척도 안하고 사진도 안찍고 화를 내며 집으로 혼자서 가버렸다. 이유도 알 수 없고 화가 나서 나역시 집에 와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다. 간신히 남편이 달래서 저녁을 같이 먹은 기억이 있다.

그땐 이유를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중2때 의정부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본인이 내색을 안해서 까마득하게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슴이 짠하다.

이 책에 의하면 전학이 아들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란다. 전학 온 아이들이 대체로 잘 지내는걸 보면서 그렇게까지 내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한참 지난 작년엔가 지나가는 말처럼 아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중학교때 전학을 안왔어야 했어" 아 그랬었구나! 아들아 미안해!

방황기의 아들에게 필요한 3가지

이 시기의 아들에게 중요한 것이 3가지가 있다고 한다. 기도와 위안을 주는 음식, 친구. 이 시기에는 아들의 행동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너그러운 힘과 이해심을 달라고 자주 기도해야 하고,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자주 기도해야 할 것이고, 달콤한 초콜릿, 그밖의 위안을 줄 수 있는 음식도 필요하다. 

이 시기의 아들은 두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고 한다. 자신을 챙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욕망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마음 말이다. 내가 사랑받고 있는 걸까?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가지 질문으로 사춘기를 보낸다고 했다.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도 불꽃놀이를 방불케 할 만큼 거세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의 과다 분비, 세로토닌의 상승과 하락으로 충동조절을 잘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시기란다. 질서를 갈구하는 동시에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반항하고 허세를 부리는 겉모습과 달리 안전한 규제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므로 부모는 아들이 어떠한 시도와 반항을 하든 일관되고 확고한 태도로 아들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전사기라 구분지어놓은 18-22세 사이엔 신체적 성장은 끝나고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라 한다. 남자다워지기를 갈망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로 아들에게 떠날 자유와 실수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부모의 인정은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므로 아들이 올바른 성장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성년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보통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를 남자는 TV보면서 빨래를 개는 행동, 즉 멀티가 안 된다고 한다. 여자는 되는데 남자는 왜 안될까? 아들은 딸보다 후두엽 발달이 느리기 때문에 감각정보를 받아들이는 양과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란다.

그외에도 아들과 딸의 두뇌차이를 보면 세로토닌이라는 충동조절 물질이 아들의 뇌에는 부족하고 감정과 사고를 제어하는 전두엽의 발달도 느리고, 공격성과 활동성을 부추기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높아서 딸보다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딸과 비교해서 회백질이 적고 혈류가 느려서 아들은 초점을 빨리 바꾸지 못하고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 아무리 불러도 듣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아들이 딸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딸에게 없는 아들만의 장점

딸에게 없는 아들만의 장점으로 상상력이 풍부하다. 아들이 지어내는 상상놀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단순한 재미 외에도 아들의 심신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5살때부터 삼차원의 개념을 이해한다. 이런 뛰어난 공간 감각과 함께 눈으로 본 것을 동작으로 연결시키는 능력도 우수하다.

아들이 컴퓨터게임을 잘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차원의 화면을 삼차원의 개념으로 바꿔 해석할 수 있는 능력때문이란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강하다. 이는 체계화하는 능력이 딸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딸보다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관계에 약한 반면 상황분석력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

겉모습만 성인인 아들로 키우지 않으려면 하고 싶은 일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기분,바람 등)을 누르고 숨기는 법을 배운다. 사실은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부모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들의 마음을 피할 것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감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아들은 규칙도 잘 지키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것이다.

아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 아주 사소한 일을 같이 하자고 해도 귀찮아 한다. 울어야 할 때도 화를 내기 십상이며 잘못을 지적해도 요리조리 피하며 자신을 방어한다. 이럴때 부모는 아들의 단순한 감정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알아채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들에게 엄마는 처음으로 가장 친밀하게 접하는 여자다. 엄마와의 관계는 아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엄마는 아들에게 남성적 자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고 여자를 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아빠는 아들에게 삶의 동반자가 돼 주어야 한다

행동 장애를 겪는 아들 중 85%가 아빠가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요즘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가족간의 교류와 관계가 없어지면서 아빠의 존재감은 희박해졌다. 남자들은 가족과의 관계에 애를 먹는다. 아들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성성이란 개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안다. 자신의 남성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습득하는게 좋은 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아빠는 아들이 2살이든 22살이든 간에 삶의 동반자가 되어 줘야 한다.  탐험기에는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애정기에는 아빠와의 감정적인 교류로 독립기에는 이야기 상대로 방황기에는 창의성과 아빠의 지혜로 전사기에는 제법 의젓한 성인 남자가 된 모습을 인정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친구같은 동반자의 열할로 아빠의 존재감을 주어야 한다.

아들은 성년식을 통해 두 번째 출생을 경험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최첨단 문화 속에서 아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도덕성, 소속감에 대한 문제로 씨름한다. 전에 없이 모든 것이 상대적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부모가 아들의 마음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통과 의례를 거치지 않은 경우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아들은 불만을 품고 흥미를 잃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통과의례와 의식이라는 기념행사를 통해 부모는 아들이 성숙한 남자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감명깊게 와 닿고 절절히 공감가는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아들이 금방 좋아질 순 없겠지만 최소한 아들의 문제점과 부모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가름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스무살이 넘어은 지금이지만 더 나이들기 전에 시도라도 해봐야겠다.

나만 읽고 좋을게 아니라는 생각에 밑줄친 부분을 며칠동안 워드로 치고 편집해서 친구들에게도 많이 뿌려주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부모가 원하는 아들로 키우지 말고 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보고 그것을 도와주어 성숙한 남성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부모와 아들간의 갈등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아들을 공부하라/데이비드 토마스,스티븐 제임스 공저/글담, 2010년 10월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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