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최고 지지도'는 10% 응답률 때문?
[주장] 응답률 낮은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발표 폐지·축소 돼야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오쉬노부대장 김무수 대령과의 화상통화 도중 현지 장병들에게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고 있다. ⓒ 청와대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의 질주가 거침없다. 4대강 사업을 거침없이 진행하고, 종편도 4개 언론사나 선정했다. 온갖 비판에도 날치기로 새해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 중에는 '형님예산'을 포함해 정권 실세들의 '제 집 챙기기' 사업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이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가? 박정희 정권 시절처럼 유신헌법을 시행할 것이 아니면, 올 4월 보궐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혹시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론조사 결과는 '태평성대'... 믿어야 하나?
이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연초부터 언론사들이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MBC가 12월 27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벌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3.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8.7%에 불과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2월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과연 저 '태평성대 여론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까? 벌써 수많은 곳에서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12월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층들이 한 80% 이상 집 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좀 자유스러운 개방 마인드를 갖고 진보적인 젊은이들이나 40대들은 이미 집 전화가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현재 여론조사는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번호만 추출해서 진행하고 있다.
박대용 춘천MBC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많은 언론에서 여론조사 응답률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응답률이 10%라면 1만 명 중 1000명에게 응답을 받았다는 얘기고, 그 중 잘한다는 응답이 500명이라면 실제로 지지율이 5%라는 얘기가 된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고 밝혔다. 박 기자의 언급처럼 정부나 언론에서 응답률을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문제점은 미국에서도 계속 지적돼 온 사안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의 도리스 그레이브 교수는 <매스미디어와 미국정치>라는 책에서 "매스미디어가 미국 정치에서 미디어는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며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에 영향을 미치고 설문의 성격과 형태, 기사의 배치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저런 위험성을 가진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정책에 대한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대통령조차도 여론조사 결과에 만족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더욱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과 한미FTA 재협상, 대북 강경 기조 유지 등이 그렇다. 사안마다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함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응답률 낮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위험
이런 결과가 반복되다 보면 2년 남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민의를 엄청나게 왜곡할 가능성이 높고, 수많은 국민들이 상당기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이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2012년 선거는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박근혜 의원의 당선은 너무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우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치관심도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자신의 표가 사(死)표가 된다고 하는 심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로 인해 정치혐오 및 무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지난 지방자치선거에서 보았듯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더라도 선거 하루 전만 하더라도 당시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강남 3구의 몰표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개표 상당 기간 동안 한명숙 후보가 앞서고 있었다. 표 차이도 1%p 남짓이었다.
▲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0년 6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만약 언론에서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남발하지 않았더라면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2000년 당시 '정치인 노무현'의 지지율은 여론조사에서 1% 남짓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윤태범 교수의 발언은 의미 심장하게 들린다.
"언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만 입력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수치를 기억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언론에서 여론조사와 발표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 지지율 전화를 받다보면 대부분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번 응답해보면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까지 있어요. 조사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거죠.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뢰수준 및 표본오차가 그 자체로 신뢰성을 나타내 주는 수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론조사 방식 및 발표 방식 및 근본적인 문제 전체를 뜯어 고쳐야합니다."
여론조사와 달랐던 6·2지방선거 결과... 여론조사 발표 제한해야
위의 문제점을 비추어 볼 때 정부 혹은 언론사 의해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폐지하거나 크게 제한되어야 한다. 특히 응답률이 30%를 넘지 않는 여론조사의 경우 발표하지 않고 폐지해야 하고, 발표하더라도 응답률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만약 여론조사를 발표할 수밖에 없으면 집전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휴대폰 여론조사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 같은 논의는 정치권의 이해 관계로 나뉠 성격이 아니다. 여당의 경우 여론조사만 믿고 있다가 지난 6·2 지방자치선거처럼 선거에서 크게 참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의 경우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치인들의 지지율 조사에 대해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여론조사 발표 자체가 선거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필요성을 없애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 토대를 흔들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국민의 여론을 듣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전달 기능을 막는 장치로 변질된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같은 논란에 정부와 정치권, 학계는 진지하게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