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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린이들이 배우는 전통문화와 그 역할

시가켄 고가시 미나구치쵸 사고도 마을의 돈도야키

등록|2011.01.05 09:50 수정|2011.01.05 09:50

▲ 마을 어린이들이 수레에 정월 장식을 모아서 담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침 8 시 전에 집 앞에 정월 장식을 떼어서 내놓습니다. 그러면 어린들이 수레에 그것을 싣고 강가로 가져갑니다 ⓒ 박현국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은 남녀, 노소 등 나이에 따라서 여러 세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각자 사회나 가족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때 가족이나 사회는 건전한 발전과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여기에 대한 정확한 답안이나 설명서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나이나 위치에 따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서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존중받는 일일 것입니다.

이곳 일본 시가켄(滋賀縣) 고가시(甲賀市) 미나구치쵸(水口町) 사고도(酒人) 마을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맞는 역할이나 할 일을 부여하면서 마을 전통을 유지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배워나가는 행사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 마을에서 모은 정월 장식을 싣고 마을 앞 야츠가와 강가로 갑니다. 어린이들은 모두 작은 가방을 등에 매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자신이 먹을 것이 들어있습니다. ⓒ 박현국



양력 1월 5일, 학교는 1월 10일 전후로 겨울방학이 끝납니다. 아직 겨울 방학으로 집에서 놀고 있는 마을 남자 어린이들이 전통적으로 행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그것은 돈도야키라고 합니다. 이 풍습은 지역에 따라서 사기쵸라고 불리기도 하고 다른 말을 쓰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새해 정월을 기쁘고 축복 속에서 맞이하기 위해서 문 앞에 새해 장식이나 마츠가자리, 부적 등을 붙입니다. 이것을 모두 떼어서 불사르는 것을 돈도야키, 혹은 사기쵸라고 합니다. 보통 정월 사흘 이후 이월, 삼월까지 계속되기도 합니다.

미나구치쵸(水口町) 사고도(酒人) 마을에서는 정월 초닷새 아침 각 집에서 정월 장식을 떼어서 집 문 앞에 내어놓습니다.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의 어린이들은 마을 동쪽과 서쪽 두 편으로 나누어서 자기가 속한 쪽의 각 집 문 앞에 내어놓은 정월 장식을 수레에 담아서 마을 남쪽 야츠가와 강가로 가져갑니다.

▲ 강가에 도착한 어린이들은 정월 장식을 한 곳에 모아서 불태웁니다. 이 때 숯을 불속에 집어넣어서 불을 붙입니다. ⓒ 박현국



강가에는 예로부터 돈도야키를 해 오던 넓은 공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마을 동서 양쪽에서 모아온 정월 장식을 모두 한군데 모아서 불을 태웁니다. 주로 볏짚이나 새끼줄, 풀고사리 잎 등으로 만든 정월 장식은 불에 잘 탑니다. 이때 마을 어린이들은 준비해온 숯을 불에 던져 넣어서 불을 붙입니다.

정월 장식이 모두 불에 타고 재만 남으면 재속에서 불이 붙은 숯을 동서 양편에서 따로 꺼내서 불을 모읍니다. 그리고 숯불 위에 준비해 온 석쇠를 놓고 찹쌀떡, 고기 등을 구워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해온 주전자에 물을 부어서 컵라면을 끊여 먹습니다.

준비해온 먹을거리를 모두 먹고 난 다음 이제 어린이들이 모두 한데 어울려 뛰어놉니다. 어린이들은 넘어져 울기도 하고 외따로 떨어져 있는 아이도 있지만 모두 즐거운 시간을 지냅니다. 그리고 12시가 가까워지자 쓰레기를 모두 주워 담고 가지고 온 소지품이나 가방을 모두 수레에 담아서 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 정월 장식이 모두 불에 타면 재속에서 불이 붙은 숯을 꺼내고 숯불을 모아서 석쇠를 올려놓고 찰떡이나 고기를 구워먹습니다. 구운 찰떡은 취향에 따라서 간장에 찍어먹거나 콩가루에 묻혀먹습니다 ⓒ 박현국



돈도야키를 통해서 마을 어린이들은 자신들도 마을에서 필요한 일을 했다는 소속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형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내년에는 무슨 일을 할 것이라는 다짐을 합니다.

불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모두 금기시합니다. 그렇지만 인간 생활에서 필수적인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불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서 불장난을 하다가 사고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보호와 관심 속에서 마음껏 불장난을 할 수 있는 곳이 돈도야키이기도 합니다. 넓은 강가에서 아무리 불장난을 해도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불에 숯불을 붙여 떡이나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불에 대한 혜택을 몸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경쟁 사회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시험을 위한 로버트나 물건을 찍어내는 규격화된 틀로 만들어지지 않고 창조력을 가진 인격체로 자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마음껏 뛰어놀면서 자신의 소속감이나 역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 배려가 사회나 가정에서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 돈도야키가 모두 끝나고 어린이들은 주변을 청소하고 자신이 가져온 짐을 가지고 모두 마을로 돌아갑니다. 그다지 큰소리로 떠들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않지만 모두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자신이 준비해 온 가방을 매고 돌아갑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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