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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팬티 입은 쇠기러기 좀 봐...저기 삵도 있네

공릉천 탐조에서 만난 삵·새매·양진이 그리고 기자 아저씨

등록|2011.01.07 13:43 수정|2011.01.07 13:43

▲ 노랑턱멧새 암컷 ⓒ 김어진


2010년이 지나고 어느덧 2011년, 저도 고등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교복입은 형들이 무섭거나 부러웠는데…
스스로 고등학생이 돼 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3일간 감기로 방 안에 틀어박혀 꼼짝없이 고생만 하다가 드디어 몸이 조금 나아진 듯 해 4일 밖으로 나와 새를 보았지요. 햐~ 바깥 공기 상쾌하고 좋네요. 역시 사람은 아프다고 방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밖에도 나와줘야 하는 것 같아요.

엄마차를 타고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이마트 쪽에 있는 공릉천에서 내려 법흥리 유승까지 걸어가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상류라서 이런저런 오리라든가 조그만 새들은 많습니다. 쇠부엉이도 이쪽 지역에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안 보이네요.

▲ 황조롱이 암컷 ⓒ 김어진


황조롱이 암컷이 전봇대에 앉아 있기에 조금씩 접근해서 찍었습니다. 나를 쳐다봤다가 다른 걸 쳐다봤다가, 나를 쳐다봤다가 다른 걸 쳐다봤다가를 반복하는데 나 말고 다른 곳을 볼 때를 노려 한 발짝 한 발짝씩 접근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때가 되면 날아가버리는데 새는 바로 한 칸 앞쪽에 있는 전봇대로 날아가 앉았습니다.

▲ 오리들 ⓒ 김어지


하수종말처리장이 있는 상류. 물이 얕아 오리가 많습니다.

▲ 붉은머리오목눈이 ⓒ 김어진


▲ 황오리 ⓒ 김어진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노랑턱멧새와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움직이며 조잘조잘 떠드는 작은 산새입니다. 뱁새라고 불리기도 하면서 뻐꾸기들이 제일 많이 탁란하는 녀석들이죠. 예민한 황오리 녀석들, 전 신경도 안 쓰고 걷는데 괜히 날아가네요. 얼굴 비싼척 하긴….

▲ 노랑지빠귀로 추정되는 새 ⓒ 김어진



▲ 멧종다리 ⓒ 김어진


태어나서 처음 본 멧종다리. 눈 내린 풀숲가지에 앉아 있는 멧종다리가 너무너무 예뻐보이더군요.

▲ 날아가는 쇠기러기들 ⓒ 김어진


▲ 큰기러기 ⓒ 김어진


날아가는 쇠기러기들. 쇠기러기는 이렇게 배에 검은색 가로줄이 나아있습니다.  보통 검은 팬티를 입었다고 부르죠. 큰기러기는 보시다시피 쇠기러기처럼 검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습니다.

▲ 논밭에 앉아 쉬고 있는 기러기들 ⓒ 김어진


▲ 물가에 앉아 쉬고 있는 오리들 ⓒ 김어진



2010년, 처음 탐조하던 날 이 장소에서 굉장히 많이 앉아 있던 기러기들을 다 날려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엔 별로 없네요.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기러기들이 나를 경계하긴 하지만 평소에 이곳을 새들 신경 안 쓰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새들은 내가 산책하는 사람인 줄 알고 경계를 조금만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멈춰서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녀석들은 날아갈까 말까 갈등을 하다 곧 날아가 버립니다. 이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는 한 장만 찰칵! 찍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걸어갑니다.

▲ 때까치 ⓒ 김어진


걷다가 만난 때까치. 때까치는 덩치가 참새보다 좀 더 클 뿐인데도 뱀이나 개구리 또 쥐도 잡아먹는 맹금류입니다. 그리고 그걸 아카시아 나무 가시 같은 데에 꽂아 먹이 저장을 해 도살자라고 불린다고 한다는 군요.

저도 녀석이 먹이를 저장해둔 게 있나 찾아봤지만 근처에 가시나무가 없어 찾지 못했습니다. 때까치를 실컷 찍고나니 때까치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날아갑니다.

▲ 양진이 수컷 ⓒ 김어진


태어나서 처음 본 양진이. 몸이 붉은 녀석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내가 내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무턱대고 다가갔다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참새들처럼 가까이 다가가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까이 갔는데 그게 아니네요.

▲ 날아가버린 맹금류 ⓒ 김어진


공릉천교라고 하는 긴 다리를 건너는데 보행자 도로가 아니라서 위험합니다. 사실 무모한 짓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넙니다. 건너면서 저기 멀리 맹금류가 나무에 앉아 있기에 빨리 다리를 건너가서 봐야지 하고 좀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던 도중, 맹금류가 있는 쪽에서 검은색 차량이 오더니 이내 맹금류인 새를 날려버립니다.

그래서 날아가는 거라도 찍어둬야지 하고 공릉천교를 건너던 도중 사진을 찍다가 하얀색 차 하나가 내 옆을 지나면서 경적을 빵~~! 하고 크게 경적을 울렸습니다.

아까 맹금류를 날려버린 그 검은색 차량인데 차 안에서 먼저 창문을 내리며 말을 겁니다. SLR클럽 회원으로 자기도 사진 찍으러 왔는데 새 사진은 아니고 상고대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쪽 100m만 더 가면 개리들이 있고 하구쪽으로 가면 새매가 한 마리 있다고 알려줍니다. 사람을 외형으로 판단하면 안되지만 인상도 좋아보이고 목소리도 좋아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를 연달아 말하며 100m 앞에 있다는 개리를 보러 갔습니다.

▲ 기러기들 ⓒ 김어진


▲ 고라니 ⓒ 김어진


100m 앞 쯤 가니 과연 개리 같이 생긴 것들이 있긴 있더군요. 근데 기러기들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 한 마리가 먼저 달려가고 그 다음에 한 마리 더 달려갔습니다. 예민한 기러기들이 갑자기 논 안 쪽으로 들어갑니다.

▲ 기러기들을 놀래킨 자동차 ⓒ 김어진


이 자동차 때문인데 새들이 바위로 생각해 크게 경계하지 않는 자동차가 지나가는데도 도망가는데 맨몸으로 걷는 내가 기러기를 날리지 않고 저 길을 지나갈수 있는 확률이 0.0001%처럼 보입니다.

음,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날리지 않고 지나가지? 둑방 밑으로 길이 있나 찾아보고 몸을 엎드려 지나가는 방법도 생각 해봤지만 방법이 없더군요. 그래서 아까도 써먹었던 방법!   '쳐다보지도 않고 뚜벅 뚜벅 일정하게 걸어가기'를 택했습니다.

▲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들 ⓒ 김어진


뚜벅 뚜벅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어가면서도 녀석들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한두 마리는 날아가더군요. 그래도 3분에 2쯤 지나가자 경계를 풉니다.

▲ 북방검은머리쑥새인지 검은머리쑥새인지 ⓒ 김어진


북방검은머리쑥새 인지 검은머리쑥새인지 새들을 공부할려면 아직도 멀고 멀었습니다.
새들이 갈대에 앉아 지지배배 노래를 부릅니다.

▲ 논밭에 무언가 앉아있다. ⓒ 김어진


기러기들을 지나치고 논둑 쪽에 저 동그란 저건 뭐지 하고? 카메라로 줌해서 찍은 다음 사진에서 또 확대해서 확인한 결과 고양이과 동물로 추정되는데 삵 같기도 합니다.

제발 삵이어라, 삵이어라… 저것이 들고양이가 아닌 삵이길 빌면서 가까이 가서 카메라로 다시 확인한 뒤 "와~ 삵이다!!" 하고 기뻐하면서 다른 사진도 확대해 재차 확인하고는 녀석이 있던 자리를 보니 삵이 없어져 버렸더군요. 그래서 녀석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는데 어떤 검은색 차가 다가와서 또 내게 말을 겁니다.

한 언론사의 기자라는 그 사람은 내게 뭘 찍고 있냐고 물어봤고 나는 조금 고민 하다 삵을 보고 있다고 말을 하니 그는 얼른 차에서 내려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그 아저씨는 내가 삵이 있는 곳을 알려주자 성큼성큼 다가가 논밭에 앉아 있는 삵을 찍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엎드려 찍는데 그 아저씨가 앞에서 엎드려 찍는 바람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뒤에 무릎을 쭈그려 반쯤 앉은 자세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저씨는 혀로 쭈쭈쭈 소리를 내면서 삵이 이쪽을 쳐다보길 유도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조용히 해달라고 하며, 이 때부터 계속 후회했습니다.

'신발끈 묶고 있었다고 할 걸….'

▲ 논밭에 앉아 있는 삵 ⓒ 김어진


삵은 살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에 장항습지에서 삵이 차 앞으로 쌩~하고 지나가서 봤긴 봤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 적이 있고 이번에는 내가 발견한 삵을 제대로 보고 찍는데 이 아저씨가 벌떡 일어납니다. 혼자였더라면 여유롭게 쳐다보면서 삵을 지켜볼 텐데 말입니다. 아저씨가 벌떡 일어난 덕분에 삵이 수로를 이용해 도망갑니다.

▲ 도망가는 삵 ⓒ 김어진


사진에서는 내쪽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 같지 않다고요? 삵같이 고양이과 동물은 일직선으로 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수로를 이용해 몸을 숨기고 일적선으로 움직입니다. 이 내용은 DMZ생태연구소에 계신 한 분께 들은 사실입니다. 아이고… 아저씨야. 태어나서 장항습지에서 봤던 것을 빼면 처음보는 삵인데 다음부터는 누군가에게 내가 보고 있는 걸 절대 알려주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삵이 수로 쪽으로 도망을 쳤는데 왼쪽으로 도망칠지 오른쪽으로 도망칠지 모르니 아저씨는 왼쪽으로 가고 나는 오른쪽으로 삵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다보니 삵이 멈춰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이 상황에 저 삵을 찍으면 저 아저씨가 "아! 저기에 삵이 있구나" 하고 오겠지요?"그래서 한 장 잽싸게 찍었는데 하필 그게 뒷통수네요.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 잽싸게 한 장 더 찍을 걸 그랬어요.

멧비둘기들은 멀리 있었지만 삵을 눈치채고 일치감치 날아가버립니다. 사진 기자 아저씨는 삵은 기다리면 나온다라는 말을 해주시고는 가고 나는 더 걷어가는데 뒤에서 황조롱이가 나왔습니다.

칡부엉이가 있는 쪽에도 한 분이 와 계셔서 칡부엉이를 찾고 계십니다. SLR클럽 그런 사람들은 아니고 초등 교사들 야조회라고 하네요.

▲ 쇠기러기 ⓒ 김어진



▲ 고라니 ⓒ 김어진


칡부엉이가 안 보여서 금눈쇠 올빼미나 보려는데 고라니가 나무 옆에 숨어서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유 깜짝이야 하고 카메라로 얼른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4초쯤 나를 쳐다보고는 도망갑니다. 항상 고라니들은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고 도망갑니다. 도망가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금눈쇠올빼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보면 금눈쇠올빼미가 있긴 있는 모양이더군요.

▲ 삵의 오줌 ⓒ 김어진


금눈쇠 올빼미를 찾다가 도로 위를 걷고 있는 삵을 또 발견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는지 막 급하게 눈 위를 달려가서 삵이 있는 도로 위로 나왔을 때 삵은 이미 이렇게 오줌을 싸고 도망갔습니다. 기다리면 나오겠지 하고 앞에 눈 속에 숨었다가 너무 차가워 전봇대 뒤로 숨어 3시까지 기다려 봤지만 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걷다보니 저기 앞에 또 뭐가 있습니다. 맹금류 같은데 저 녀석한테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무언가에 크게 화들짝 놀란 그 놈이 내 쪽으로 날아옵니다. 오히려 내가 당황해서 제발 잘 찍혀라 하며 셔터를 눌렀는데 마지막 3장 째를 찍을 때 뭔가 잘 찍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새매 암컷 ⓒ 김어진


이 맹금류가 날아가고 나서 사진을 확인하니 우왓! 기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덩실덩실 춤이 절로 나오더군요. 오늘 운이 정말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3m 거리에서 녀석이 너무 가깝게 날아와 170mm로 찍었습니다. 초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서 마구 난사했거든요. 녀석이 날아가다가 바로 앞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살금 살금 접근을 하려는데 녀석이 눈치채고 또 날아가버리네요. 좋은 기회였는데….

유승 쪽으로 다시 걸어가다가 만난 기러기들. 얘네들은 날리지 않고 걸어갈 방법이 없어 어쩔수 없이 쳐다보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몇마리는 날아갔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숫자의 기러기가 계속 땅에 앉아 있더군요. 내가 많이 위험하게 보이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배고파서? 힘이 없어서? 

▲ 까치 ⓒ 김어진


까치가 무언가 열심히 뜯어먹습니다. 뭐 맛있는 건가 봅니다. 저도 오전 10시인가 11시쯤에 와서 오후 4~5시까지 굶고 계속 탐조를 했기 때문에 저 까치처럼 뭔가 먹을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법흥리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 마셨습니다. 걸어서 탐조를 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대중교통인 버스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집안에 오랫동안 틀어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오늘 탐조는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탐조가 진행되길 빕니다.

▲ 해질녘의 한강 ⓒ 김어진

덧붙이는 글 김어진 기자는 고등학생 기자입니다. 2010년 부터의 저의 탐조 기록이 담겨있는 블로그입니다. http://blog.daum.net/sgigig/?t_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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