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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론은 오판...연평도 포격은 대미 메시지"

[강연·토론회] 정동영·임동원·백학순 "미-중이 한반도 좌우...남북대화 나서야"

등록|2011.01.06 21:08 수정|2011.01.06 21:08
지난 5일 북한이 '남북 간 무조건적 회담 개최'를 요구해 남북간 대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6일, 한반도 정세를 짚어보는 토론회와 강연이 나란히 마련됐다.

민주당 남북평화특위(위원장 정동영)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2011 한반도평화대토론회'와 민주노동당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초청해 마련한 '한반도의 미래, 어디로 가고 있는가?'강연이 그것이다.

이 강연과 토론회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바는 "남북 회담이라는 기회를 잡아 대화에 나서야 한다"였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는 무조건적이고 전면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근거 없는 북한 붕괴론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은 조선 말 열강에 의해 한반도 운명이 좌우돼 식민지로 떨어진 상황과 비슷하다"며 "북한이 대화를 요구한 지금이 기회로, 남북 대화라는 정치적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포격 사태, 대남 아닌 대미 메시지

▲ 백학순 세조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이주연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가 마련한 강연을 진행한 백학순 연구위원은 우선, 천안함 이후 이어진 '강경파 미국'과 '옹호파 중국'간 갈등 기조에 변화가 생겼음을 짚었다.

백 연구위원은 "연평도 포격 이후 '잘못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나게 생겼다'는 인식을 미-중이 갖게 되었다"며 "미국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연평도 이후) 비공식적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은 미국에 농축 우라늄 시설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핵 카드를 썼다, 미국과 다시 대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이후 연평도가 터진 것은 평화 체제로 바꾸지 않으면 전쟁이 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평도 포격 사태'가 기본적으로 대남이 아닌 대미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결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오는 1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을 열어 남북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백 연구위원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치 문제가 분수령을 이룰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결정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남한은 주체격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제 3자로 취급받고 있는 셈이다.

백 연구위원은 "5일 북한이 남북 당국간 무조건적 회담 개최를 촉구했는데 이게 기회"라며 "남북 대화라는 정치적 능력을 회복해서 우리 민족의 이익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동영 "조건 없는 대화... 설날 이전에 평양 방문 희망"

▲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적대를 넘어 다시 평화로' 토론회를 주최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의견도 맥을 같이 했다. 그는 "남북이 우리 운명을 주도하기 위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방북을 하겠다고 요청한 정 위원은 이 자리에서 "설날 이전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남북 평화의 물꼬를 트는데 일역하고자 한다"고 다시 한번 방북을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정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 붕괴론에 토대를 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에 의한 오판"이라며 "북한의 붕괴는 20년 전부터 미국 네오콘이 바라왔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경험을 회상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전 장관은 "정부는 북한 대화 의지의 진정성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는데 그 말을 쓰는 사람의 진정성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이어 임 전 장관은 "중국, 러시아, 북한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설득해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과거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 적대 정책을 취하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 북한이 제 3차 핵실험을 강행해 전쟁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을 둘러싼 구조 변화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도발자인 북한에 대해, '한다면 한다'는 관리 능력을 보인 것으로 판단해 북한의 도발에 군사주의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국제사회에 존재한다"며 "반면 한국 정부는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지만 북한의 능력과 의도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나머지 '연평도 참패' 등 대북 억지력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동시에 피해자의 비합리성이 인정되는 상황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굉장히 불리한 구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동아시아 구조 변화에 대해서 새로 검토하지 않으면 외교, 군사, 경제 모두에서 지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며 "평화협정 논의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정부가 거부하지 않아야만 동아시아 구조 변화에 대해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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