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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 이지훈, 진정한 연기자로 첫발을 내딛다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해건 역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등록|2011.01.10 09:55 수정|2011.01.10 09:55

근초고왕해건 역의 이지훈 ⓒ KBS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어요. 다름 아닌 KBS 대하사극 <근초고왕>이에요.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던 백제의 역사를 다룬 사극이기에 우선 관심이 갔어요. 백제의 13대 왕인 근초고왕은 백제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한 왕이기도 하죠. 드문드문 남아 있는 실제 역사기록을 봐도 백제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왕이에요. 하지만 역사 기록이 많이 남지 않아서 정확하게 그의 생애를 알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에요.

이런 아쉬움을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 <근초고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작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한국에서 제작된 대하사극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아요. 근초고왕에 대한 역사 기록이 많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분명 아쉬운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여지것 나온 사극들이 재미를 추구하면서 역사적인 사실보다 픽션을 많이 넣어 왜곡함으로 인해 한 인물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경우도 비일비재했죠.

처음 <근초고왕> 제작이 발표되고 캐스팅을 봤을 때 당연 눈길이 가는 인물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감우성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처음 도전하는 대하사극에서 그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 너무나 큰 호기심을 가지고 봤어요. 그는 기초가 탄탄한 배우란 생각이 들 정도로 TV드라마 <근초고왕>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 도전하는 대하사극임에도 안정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죠.

감우성 외에 다른 배우들을 떠올려보면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김지수겠죠. 여기에다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계왕의 한진희, 비류왕의 제1왕후 해비 해소술의 최명길, 근초고왕의 듬직한 부하 파윤의 강성진, 드라마에서 근초고왕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고국원왕의 이종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드라마에 재미들을 살려주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 캐스팅 된 주요 배역 중에 한 명이 바로 가수 이지훈이였어요. 그는 해건이란 역할로 드라마에 캐스팅 되었죠. 이 배역이 결코 비중이 작은 역할이 아니어서 걱정된 것이 사실이에요. 이지훈이 배우로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없었음에도 이렇게 비중 있는 배역에 캐스팅 되면서 드라마에 혹시라도 누를 끼치지 않을까 시청자 입장에서 걱정한 것이죠.

해건은 드라마에서 해녕의 적장자에요. 그는 부여준(계왕-한진희)이 양아들로 삼을 만큼 그에게 신뢰 받던 인물이었죠. 해씨가문은 서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귀족가문으로 온조왕계를 섬기는 동북지역의 진씨(근초고왕의 외척) 가문과 대립관계에 있어요. 따라서 해건이 근초고왕을 암살하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그가 맡은 배역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런 배역에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지훈이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걱정하지 않을 시청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이지훈 진짜 연기자가 되어가고 있다

여선생 VS 여제자 스틸컷 ⓒ 크리스마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해건 역의 이지훈이에요. 그는 정말 교활하다 싶을 정도로 야비한 인물이죠. 암계에 일가견이 있어요. 부여준(계왕)을 왕에 올리기 위해서 자신이 사모하는 부여화(김지수)를 고국원왕의 비로 보낼 정도죠. 여기에다 자신의 고모인 해비 해소술(최명길)을 시켜서 남편이자 근초고왕의 아버지인 비류왕을 독살하도록 해요.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배역이 어떤 인물인지 대충 알 수 있게 해주죠.

이렇게 인물 캐릭터가 악역에 가깝고,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만큼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가 해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역할을 이지훈이 맡았다는 것은 처음엔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유는 그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떠올려보면 답이 나와요.

이지훈은 생각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을 했어요. 필모그래피에 올라 있는 드라마와 영화가 총 13편에 달하죠. 2003년부터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결코 적은 편수는 아니에요. 문제는 나온 드라마와 영화마다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겨주지 못했어요. <몽정기2>, <뉴 하트>, <헬로! 애기씨>, <너는 내 운명> 등에서 맡은 역할이 비중이 작든 크든 그의 존재감은 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단 것이죠.

특히 드라마가 히트를 해도 다른 배우들이 주목 받는 것에 비해서 그의 존재감은 더더욱 약해보였어요.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죠. 연기력이 그만큼 뒤받쳐주지를 않았으며, 혹여 연기를 못해도 캐릭터라도 인상 깊게 만들어 내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를 못했기 때문이에요. 연기력 되는 배우들이 초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심어주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반해, 이지훈은 어떤 역할을 맡던 고만고만한 연기력과 캐릭터만을 만들어 내었어요.

이렇게 아무런 기대감 없던 배우 이지훈을 다시 보는 계기가 바로 <근초고왕>을 통해서였어요. 그가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단 것이죠. 해건이란 역할이 드라마에서 결코 작은 배역이 아니며, 캐릭터 성격 역시 확실하기 때문에, 배우가 자신의 연기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지 않는다면 드라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자신 스스로도 배우로서의 입지를 좁힐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지훈은 해건이란 캐릭터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한명으로서 <근초고왕>을 이끌고 있어요. 출연분량이 많던 작든 간에 이지훈이 나온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단 것이죠. 근초고왕과 대칭점에 있는 인물로서 드라마 초반 백제의 계왕과 함께 중요한 갈등 축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특히 사극 연기임에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게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은 연기자로서 그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지금의 모습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근초고왕해건 역의 이지훈 ⓒ KBS


<근초고왕>에서 보여준 이지훈의 해건은 그동안 그가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 전부를 통틀어서 가장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기억에 남을만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었어요. 배우 이지훈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단 것이죠. 물론 그가 아직 성장해가는 배우이기 때문에 단 한 작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좀 더 다른 배역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현대극이 아닌 대하사극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어낸 부분은 분명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현대극의 경우 나오는 캐릭터가 대하사극 만큼 많지 않아요. 오히려 조금만 노력하면 주연 캐릭터나 조연 캐릭터들이 시청자의 눈에 확실히 각인 될 가능성이 높단 것이죠. 이에 반해 대하사극은 엄청나게 많은 캐릭터들이 나와요. 따라서 연기가 웬만큼 뒷받침 되지 않으면 극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아요. 아무리 비중 높은 배역이라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별 존재감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가 비중 높은 배역을 맡아서 드라마를 망치는 경우도 많은 것이 대하사극이에요. 보통 50분 이상의 편성 시간에 40부작 이상 넘어가는 대하사극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근초고왕>에서 이지훈이 만들어낸 해건이란 캐릭터는 충분히 칭찬 받을 만해요. 특히 그가 기대하지 않았던 연기자였기에 그 놀라움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죠.

이지훈은 <근초고왕>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서 첫발을 내딛었단 생각이 들어요. 그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낼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연기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물론 지금에 만족하고 제자리에 주저앉는다면 오히려 그에게 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죠. 지금보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드라마의 확실한 주연으로서 활동하는 배우 이지훈을 만나게 될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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