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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새겨야할 심장과의 약속, 들어볼래요?"

정보선의 모노드라마 <어떤 선택>, 40대를 위한 한 예술인의 삶의 이야기

등록|2011.01.10 15:27 수정|2011.01.10 15:27

▲ 정보선의 모노드라마 ‘어떤 선택’ 포스터. ⓒ 이정민


"비싼 옷 한 벌 사 입어 본 적 없고, 그 돈 아껴 동기 옷 한 벌 사고. 비싼 음식 한 번 사 먹어 본 적 없고, 그 돈 모아 선배 맛난 것 대접하고. 냄새 없고 물 안 차는 자기 집 살아 본 적 없고, 그 돈 불려 후배 보증금 보태 주고. (중략) 참 좋은 당신입니다. 이 겨울 가슴을 뜨끈하게 해주는…"(정보선)


2008년 전국적으로 주요한 사건이 됐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촛불집회'의 메인 MC를 보며 한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던 정보선(44)씨가 모노드라마(1인극) '어떤 선택'의 배우로 인천시민을 만난다. 1월 14일 오후 7시 30분과 15일 오후 4시, 7시 30분에 간석오거리에 위치한 아트홀 소풍 무대에 오르는데, 관람료는 1만 5000원이다. 학생이나 단체관람(20명 이상) 시 1만 2000원으로 할인된다. 극단 '꾼'의 대표이자 새시대예술연합 예술단장을 역임한 예술인 정보선씨의 이번 연극은 서울 성미산 극장에서도 1월 22일 오후 4시, 7시 30분에 공연될 예정이다.

20대의 열정을 떠오르게 한 '2008년 촛불'

"2008년 촛불을 보면서 당혹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그저 앳되게만 보였던 학생들과 청년들이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그들은 어떤 당위나 신념이 시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생각과 바람을 거침없이 발랄하게 쏟아냈습니다. 덩달아 가슴이 더워지면서도 그 당당한 모습들 앞에서 주눅이 들고 마는 내가 낯설었습니다"

이번 연극 '어떤 선택'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작품의 배경을 '2008년 촛불집회'로 잡았다. 작가는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이 모여 흥겨운 축제를 즐겼던 당시 촛불집회에서 마냥 순수하면서도, 하지만 당당한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잊고 살았던 70~80년대 삶의 궤적을 투영해본다. 그 시절 더 혹독한 억압과 통제 속에서 그 시대의 또래 동기들이 꿈꾸고자 했던 세상을 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 속에서 작가는 다시 냉정한 현실을 직시한다. 옛 친구들을 만나며 늘어놓는 '비겁'과 '경쟁'이 한 순배 돌고나면 정의감과 열정으로 보낸 이십대와 썩어빠진 정치판 이야기가 다시 그들의 마음속을 뒤집어놓았던 것이다.

"아직 열정도, 바람도 많고 에너지를 쏟아 달려들 일도 많은 나를 비롯한 사십대들이 좀 더 용기를 내 하루하루를 경쾌하게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십대 초반에 만나 긴 시간을 가까이서 지내온 정보선씨의 1인 연극을 위해 '어떤 선택'을 쓴 이유입니다"

여러분이 있어 가는 행복한 이 길

모노드라마 '어떤 선택'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려했다. 주인공 은미의 식당 '설레는 집'을 통해 이웃의 이야기와 훈훈한 사람사랑의 정을 표현한다. 또한 은미에게 시나브로 찾아온 오래된 추억의 기억을 따라 어떤 한 사람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삶의 여행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이번 연극에 임하는 심경을 정보선씨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부턴가 '불혹'이란 연령대를 무척 힘들게 견디고 있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저는 우리 세대가 '끼인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워 온 삶의 다양한 방식과 내용에 대해 철저하리만큼 새기고 살았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변해가는 모습은, 당황 그 자체입니다. 새롭게 배워야할 다양한 삶의 방식과 내용 앞에서 저는 무기력과 상실감에 휩싸이기도 하지요"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나를 향해 가두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나를 위해 열고 나아가야할 길은 어디인지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이번 공연은 그것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새겨야할 심장과의 약속, 그를 위해 오늘도 살고자 합니다. 제가 새로 태어나서 살기 시작한 지 20년이 된 기념과 가슴속에 항상 '꿈'으로만 존재했던 연기를 불혹의 나이를 지나서 실현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마음속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여러분이 있어 저는 행복한 이 길을 오늘도 가려 합니다"     

▲ 예술인 정보선(44)씨 ⓒ 이정민

정보선이 걸어온 길

1995. 전국노동자통일한마당 사회.
2000. 미군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 출범식 총연출.
2002. 남북노동자통일대회 남북공동사회.
2004. 6.15 공동선언 남북공동행사 '우리민족대회' 연출.
2007. 8.15 통일행사 연출, 새시대예술연합 창립공연 총연출.
2008. 한미 FTA 반대 촛불행사 사회, 극단 '꾼' 정기공연 '황금십자가' 연출.
2010. 6.15 공동선언 10주년 평화통일음악제 연출, 전국농민회총연맹 20주년 기념행사 연출.

2001. 유랑극단 '꾼' 대표 역임
2006. 극단 '꾼' 대표, 새시대예술연합 예술단장 역임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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