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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부르는 강화유리식기 사고... 사각지대 한국

KS개정안, 강화유리도 '내열유리제 식기'로 표기 허용토록 해 논란

등록|2011.01.11 11:49 수정|2011.01.11 11:49
최근 들어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리식기가 스스로 폭발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관계 법령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자료에 따르면 유리용기에 의한 위해 건수가 2002년 11건에서 2006년 118건으로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유리 식기 사고의 특징은 소비자가 제품 사용 시 충격을 주거나 부적절한 취급을 하지 않았는데도 특정 징후도 없이 스스로 폭발하듯이 산산이 부서져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심각한 경우 치명적인 상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고온이나 열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열유리로 만들어진 제품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고 유독 내열강화유리로 표기된 제품이나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제품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다.

강화유리는 판유리나 병유리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일반유리를 급냉시켜 유리 표면의 강도를 높인 유리로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에 강하도록 만들어진 소재다.

하지만, 문제는 강화유리가 일정 수준의 열충격에 견딜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열유리만큼 내열성이 없어 열조리 환경인 가정에서 고온에서의 반복된 작업과 시간이 경과되다 보면 급격한 온도변화나 미세한 흠집에 의해 순간적인 파괴가 일어날 수 있으며, 파괴 시 파편이 멀리 날아가는 비산 현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96년과 1999년 급식용기로 사용하던 강화유리식기가 파손돼 학생의 안구 수정체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강화유리 제품에는 품질표기시 취급시 주의사항에 '심하게 비산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조치했으며, 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일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파이렉스 강화유리가 폭발해서 실명을 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미국 CPSC(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에도 강화유리로 인한 피해 사례가 163건이 접수됐다. 이에 컨슈머 리포트 (Consumer Report)에서 그 위험성에 대한 실험을 실시하여 강화유리는 실제 내열유리만큼 내열성이 없으며, 순간적으로 폭발하거나 폭발할 시 비산할 수 있음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지난 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유리제 가열조리용 기구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유리제 식기제품에 한국산업규격(KS) 기준(L 2424)'의 적용범위 중 기준 범위에 적합한 경우에만 '내열' 표시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같은 해 10월, 일반 강화유리도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하는 내용의 KS개정안을 예고했다. 국내에서는 해외와는 반대로 강화유리를 한국산업규격(KS)의 내열유리제 식기 규격에 오히려 포함 시켜 국민을 안전 사각지대에 몰아 넣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과 미국과 같이 눈이 실명할 수도 있는 큰 대형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열유리제와 구분하여 강화유리제 식기 규격을 별도로 마련 하는 등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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