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원포인트 국회... 하루 2명꼴로 죽는 노동자는?"
건설연맹, 이천화재 참사일에 첫 안전기원제 열어
▲ 건설노동자들이 절을 하며 건설노동자의 무탈한 2011년을 빌고 있다. ⓒ 이현정
소한 한파와 여의도 칼바람이 부는 지난 7일. GS건설이 공사를 주관하는 국제금융센터 공사현장 1번 출구 앞에 커다란 돼지머리를 놓은 고사상이 차려졌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도 하루 일당을 포기한 건설노동자 2백여 명이 기원제 현장에 모여 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현장'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보여줬다. 제사 진행을 맡은 백석근 연맹 위원장은 "오늘의 기원제가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고 현장을 개선하는" 시작으로 만들자며 "집에서 나온 그대로의 모습으로 퇴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업주가 건설현장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도록" 싸우겠다고 기원제 취지를 전했다.
▲ 돼지머리 입과 코, 귀에 건설노동자의 기원을 담은 봉투가 가득 꽂혔다. ⓒ 이현정
건설노동자의 산재사망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는 '소·돼지'와 비교되기도 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지금 전국에서 구제역으로 소·돼지가 죽으니까 난리가 나 원 포인트 국회가 제안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건설노동자는 1년에 700명씩 죽어나가는데 국회에서 원 포인트 하자는 얘길 들어봤냐?"며 건설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정치권에 쓴 소리를 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 역시 MB정권이 항상 국격을 얘기하는데, "노동기본권과 안전하게 일할 여건이 잘 보장된 나라가 '격'이 있는 국가"라며 정권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인 정혜경 부위원장도 심각한 안전보건 문제를 푸는 노동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캠페인뿐인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면서 " 여러분이 소원종이에 적은 염원이 바로 민주노총의 안전보건 사업이 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노동자들은 안전기원제를 시작으로 △산재사망 기업주 처벌 강화 △건설현장 작업환경 개선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완전 적용을 위한 구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사진들은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 모습이다.
▲ 한 노동자가 소원을 적은 종이를 새끼줄에 달고 있다. ⓒ 이현정
▲ 이렇게 매달린 소지는 부정을 없애고 소원을 비는 뜻을 담고 불살라진다. ⓒ 이현정
▲ 풍물패의 악기소리로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 시작을 알렸다. ⓒ 이현정
▲ 춥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한파였지만 노동자가 처음 주관하는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에 포항, 울산, 광양 등 거리를 마다않고 건설노동자가 참여했다. ⓒ 이현정
▲ 연대사 하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홍 의원은 환노위 안에서 건설노동자의 작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이현정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하루에 2명씩 죽는 건설노동자를 위해 정치권이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 이현정
▲ 건설연맹 백석근 위원장이 다 읽은 축문을 태우고 있다. 축문에는 열악한 건설노동자의 노동환경을 2011년에 ‘확’ 바꿀 수 있도록 힘을 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었다. ⓒ 이현정
▲ 기원제에 참석한 한 여성노동자가 노동가수 박준 노래에 맞춰 힘있게 팔뚝질을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 이현정
▲ 추위도 건설현장의 모든 불안전 귀신도 떠나보내자며 함성을 지르는 노동자들. ⓒ 이현정
▲ 건설노동자의 소원을 담은 소지를 불태우고. ‘소지’는 부정(不淨)을 없애고 소원을 비는 뜻으로 얇은 종이를 불살라서 공중으로 올리는 일이나 그 종이를 뜻한다. ⓒ 이현정
[시]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렀다 |
조기현 발판도 없는 비계파이프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정해진 시간,정해진 작업물량을 끝내야 한다고 다그치는 그들 앞에서 이러다가는 사고를 내지 우리끼리는 웃으면서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새벽에 집을 나설 때 가족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부평초처럼 이 현장 저 현장을 떠돌아다니면서 우리는 존재도 이름도 없는 일회용 소모품인지도 모른다. 첫 출근하는 현장마다 안전수칙 서약에 사인하고 지급받지 않은 안전용품 품목에 지급받았다고 사인하고 현장의 위험요소에 대해 한 마디도 듣지 않았는데 안전교육 사진만 찍히고 그렇게 현장으로 내몰렸다. 한 순가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현장의위험요소와 안전수칙을 알려주고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취했어도 그렇게 많은 생떼같은 목숨들이 한꺼번에 잿더미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쩌면 우리는 죽음의 세월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떨어지고, 감전되고, 불에 타고, 바로 눈앞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려도 아! 살아 있어도 죽음보다 못한 현실 속에서 가족들을 생각하며 또 일을 한다. 하루의 삶과 하루의 죽음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끝도 없는 이 죽음의 행진은 멈춰야 한다. 하늘같이 믿고 살아가던 가장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은 끝나야 한다. 형식적인 안전조치와 눈가림의 점검이 천박한 자본의 이윤과 맞닿아 있는 한 건설현장에서 죽음의 재앙은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재수 없는 어느 날, 다가왔던 사고가 아니라 그날은, 사고의 그날은 이미 어제이고 오늘이고 내일이었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무엇이 변했는가 하루에도 두 명씩 죽어가는 건설현장 무엇이 변했는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다치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현장 눈가림의 안전조치와 싸우고 천박한 자본의 이윤과 맞닿아 있는 현실과 싸우지 않는 한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죽어가는 이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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