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또! 미술관에 가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 있다면?

[영어그림책 10] You can't take a balloon into the ...

등록|2011.01.16 16:44 수정|2011.01.16 16:44
추운 겨울방학, 고즈넉한 미술관에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이들은 미술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끄럽게 떠든다고 혼나고, 쿵쿵거리며 뛴다고 혼나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고 혼나기 일쑤이다. 그런 미술관 나들이를 즐겁게 만드는 책을 소개한다.

재클린 프레이스 휘츠만(Jacqueline Preiss Weitzman)이 쓰고, 로빈 프레이스 글래서(Robin Preiss Glasser)의 그림으로 채워진, <국립미술관에는 풍선을 가져갈 수 없어-You can't take a Balloon Into The National Gallery>이다.

You can't take a balloon into the National Gallery<You can't take a balloon into the National Gallery> ⓒ amazon.com




워싱톤 디씨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큰 아이가 7개월이었기 때문에, 유모차에 태웠다가, 등에도 업었다가 하면서 제법 수월하게 미술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살 터울의 동생까지 보고 난 후에는 미술관 방문은 엄두도 못내고, '공룡'이 있는 자연사 박물관만 몇 번씩 가야했다. 하지만 이 책을 알고 난 뒤에는, 천방지축 날뛰는 만 3살, 만 5살의 두 아들들과 함께 신나고 즐거운 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주인공 여자아이가 남동생과 할머니와 함께 미술관을- 워싱톤디씨에 있는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다.  제목에서 알려주듯 소녀의 풍선은 '반입금지' 물품으로 미술관에 가져갈 수 없다. 소녀는 마음씨 좋은 길거리 사진사 언니에게 풍선을 맡기고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매듭이 풀려 풍선은 날아가고, 책임감 강한 사진사 언니는 풍선을 쫓아서 워싱톤디씨 한바퀴를 돌고 돌아온다.

저자는 풍선을 쫓는 사진사 언니의 좌충우돌과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소녀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 미술관에 전시된 낯선 작품들에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예술은 현실을 모방한 것에서 나왔음을 보여주듯이, 저자는 예술작품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현실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포착하고 있다. 막 놓친 풍선을 향해 손을 쭉 뻗으며 한 쪽 다리로 뛰어오른 사진사언니의 그림 옆에는 국립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로툰다의 분수에 있는 머큐리 조각품을 보고 있는 소녀의 그림이 놓여있다.

이렇듯, 작가는 미술관에 전시된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장황한 설명도 없고, 그림을 보는 신선한 방법을 일러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미술품들은 우리네 일상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재미난 그림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미술관 밖의 사진사 언니는 미술관을 벗어나 스미소니언 캣슬도 지나고, 링컨기념관도 지나가고, 국회도 지나가며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고 마주친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불쾌해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녀를 따라 모두 함께 풍선의 뒤를 쫓는다. 도심을 활보하면서 풍선이 포착한 여러 장면들은 미술관 내의 그림들과 교차 편집되어 우리는 미술관도 둘러보고 동시에 워싱턴디씨의 주요 관광지도 돌아보게 된다. 책의 앞 뒤 서면에는 풍선이 지나간 길을 되짚어 볼 수 있도록 내셔널 몰 주변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이 책을 들고 워싱톤디씨의 국립미술관을 갔을 때, 아이들의 흥분은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책에서 봤던 그림들을 기억해 내며 사진사 언니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까지 꺼낸다. 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찾을 때마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고, 그 사진들을 모아서 우리만의 미술관책을 만들기도 하였다. 물론, 서면의 지도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어디를 가보았는지, 무엇을 했는지 짚어보는 것은 엄마가 묻지 않아도 두 형제가 재잘대기 바빴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린 두번째 미술관 시리즈 책이다. 워싱톤디씨 외에도, 뉴욕의 MET 미술관, 보스톤의 Museum of Fine Arts를 방문하며 풍선의 관광기를 소개한다.

You can't take a ballon into the Metropolitan...<You can't take a ballon into the Metropolitan Museum> ⓒ amazon.com


You can't take a ballon into the Museum of Fine-<You can't take a ballon into the Museum of Fine Arts> ⓒ amazon.com


우리나라에도 낸시(Nancy) 시리즈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진 로빈 글래서(Robin Glasser)는 세밀한 펜그림으로 화면 구석구석을 채우며 여러가지 볼 것을 제공한다. 하지만 채색은 그 화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책 한 권으로 도시관광과 그 도시의 대표 미술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 발상은 매우 탁월하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미술관이 여럿있다. 그러나 미술관의 문턱은 아이들에게는 너무 놓고 지루하다. 미술관의 대표 작품과 미술관 주변의 볼거리를 포함한 그런 책이 나온다면 미술관으로부터, 주변 관광지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무엇보다도 아이들로부터 더없는 사랑을 받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