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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라는 말, 무분별하게 쓰인다

등록|2011.01.14 11:46 수정|2011.01.14 11:46
한국에서 이상하게 쓰이는 영어 단어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예가 "포퓰리즘"과 "콘텐츠"다. 먼저 포퓰리즘이라는 말에 대하여 살펴 보자. 영어로 "populism"이라는 말은 <Answers.com>이라는 웹싸이트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풀이된다.

  1. A political philosophy supporting the rights and power of the people in their struggle against the privileged elite. (그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 층과의 갈등을 함에 있어 서민들의 권리와 힘을 옹호하는 정치 철학)
  2. The movement organized around this philosophy. (이 철학을 구심점으로 구성된 운동)
  3. Populism: The philosophy of the Populist Party. (파퓰리스트 당의 철학)
이 가운데 어느 의미로 보아도 지금 한국 정치판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의미는 없다. 한국의 정치판에서는 포퓰리즘(미국식 영어 발음으로는 "파퓰리슴")이라는 낱말이, "단지 사람들의 인기에 호소할 목적으로 내 거는 구호"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영어의 populism은 이것과 거리가 한참 멀다. 서민들의 권리와 힘을 옹호하는 것은 인기에 영합하는 일은 아니고, 오히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자세이다.

도대체 "인기 영합"이라는 좋은 한국말을 놔두고 영어단어를 곡해하여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포퓰리즘"과 "인기 영합"은 글자 수도 같은데, 왜 서투른 영어 단어로 쓰는 것인가? 이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투른 "식자" 흉내를 내는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이 낱말은 점차 한국에서 "인기 영합"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이 말을 이런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성숙한 정치인의 본보기는 아니다.

왜 그런가? 정치인인 그들도 외국에 나가 서투른 영어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인데, 이 말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면 의사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미를 곡해해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스럽다는 표정과 말을 유발할 것이다.

또한 영어를 배워 국제 사회에 나가 활동할 자라나는 세대는 그들의 뇌리에 박힌 이 의미 때문에 이 말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렇듯 서투른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나 이를 표방하는 다른 사람에게나 좋은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품위를 높인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오히려 그들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또 한국 사회에서 근래에 빈번히 사용되는 영어 낱말에 "콘텐츠"라는 말이 있다. "Contents"라는 말을 "콘텐츠"로 발음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데다가, 우리말로 "내용"이라는 이 말이 수식어 없이 쓰이는 일은 극히 드문 것이다. 말하자면 "그 책의 contents"라든지 "그 영화의 contents"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막연히 "contents"라고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좋은 한국말로 "내용"이라고 하라.

결론적으로 말한다. 영어로 자신을 표현한다든지 문장을 쓰는 일 등에서는 지극히 약한 사람들이, 낱말 하나씩을 영어로 사용함으로써 외국어를 잘 하는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행위는 매우 유치하다. 이것은 지성인의 품위 있는 행위는 아니다. 그러므로 "포퓰리즘"이라든지 "콘텐츠" 등의 말을 서투르게 사용하지 말고 품위 있는 한국어를 사용하라. 국회의원 등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앞장 서서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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