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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덤프트럭 흙먼지로 숨 쉬기가 겁나∼"

[현장] 4대강 사업에 충남 부여 방울토마토 농가들 '울상'

등록|2011.01.14 10:16 수정|2011.01.14 10:41

▲ 도로와 인접한 방울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와 흙먼지. ⓒ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착색이 돼야 하는데 아직도 새파래."

"흙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아~"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리 마을. 금강이 흐르는 황산대교 아래쪽으로 방울토마토 단지가 즐비하다. 전국 최대 방울토마토 집산지답게 수 천여동의 비닐하우스가 이어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농지리모델링사업(금강살리기 강경지구, 3공구)에 하우스 농가와 인근 주민들이 울상이다.

특히 황산대교 부근 금강변에서 흙을 퍼 나르는 덤프트럭 행렬은 이들에게 애물단지다. 농지리모델링을 위해 7km 떨어진 농경지로 흙을 실어 나르는 25톤 덤프트럭은 하루 평균 100여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 대당 평균 20차례씩만 오간다고 해도 어림짐작 하루 평균 2000번을 오가는 셈이다.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건 흙먼지. 덤프트럭이 지나며 날리는 흙먼지에 약 1km에 이르는 도로변을 따라 들어서 있는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도 누렇게 변한다. 비닐하우스를 덮은 흙먼지는 햇볕투과를 막아 토마토의 성장을 막고 착화불량 등으로 결실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것 좀 봐. 이달 말쯤 따기 시작해야 할 토마토가 이 모양이야. 크지도 않고 새파래 가지구… 속이 상해서 원…."

한 낮에도 어둠컴컴한 비닐하우스..."햇볕이 안 들어∼"

▲ 익비닐하우스안 방울토마토. 1월 말 출하시기를 앞두고 있으나 붉은 색을 띠어야 할 토마토가 푸르기만 하다. ⓒ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 대형덤프트럭으로 인한 흙먼지가 비닐하우스에 쌓여 햇볕이 제대로 들지않아 성장이 되지 않은 방울토마토 ⓒ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한 농가의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기온도 뚝 떨어져 썰렁했다. 흙먼지가 쌓여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방울토마토가 제대로 자랄 여건이 아니었다.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해야 할 토마토는 짙은 푸른빛 상태이거나 엷은 노른빛을 띠고 있었다.  

"도로변은 말 할 것도 없고 길에서 200m나 떨어진 곳도 난리예요. 적어도 비닐하우스 200동 이상이 피해를 입었을 거요."

주변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박도현씨는 "나무 꽃눈이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다"며 "조짐이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흙먼지는 비닐하우스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도 덮쳤다. 가회4리 박주형 이장은 "주민들이 창문 한번 열지 못하고 사는데도 기침을 달고 산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얼마 전 동네 노인이 눈이 따끔거려 병원에 가니 먼지 때문에 그런다고 하더라"며 "숨을 쉬기가 겁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회4리에는 67가구에 2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형 덤프트럭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피해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말도 말어. 아침 6시부터 밤 12시가 넘을 때까지 차가 오가니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시끄러워 잠을 못자겠다고 항의하니께 그마나 줄어든 게 밤 10시까지야."

진동에 주택 금가고 소음에 잠 못 이뤄...

▲ 비닐하우스 옆으로 대형덤트트럭이 오가고 있다. ⓒ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박 이장은 도로변에 있는 주택 2동이 오가는 차의 진동 때문에 금이 갔다고 주장했다. 박주형 이장은 "마을 도로변에 있는 조립식으로 만든 집에 6개월 된 애기가 있는데 애 부모가 덤프트럭이 클랙슨(경적)을 울릴 때마다 경기를 하며 운다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오가는 덤프트럭의 소음으로 목청을 높여야 했다.

주민들은 견디다 못해 이장단회의를 열고 집회도 하고 현장사무소도 찾아가 항의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외곽도로를 내달라고 했더니 돈이 많이 들어 못한다고 해요. 비닐하우스 농가에 대해 피해정도에 따라 차등보상해달라고 하니까 말이 없어요. 과속운전 하지 말라, 차량적재함까지 깨끗이 세척해 달라 사정하다시피 했는데도 이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부여군 환경보호과까지 나서 세륜 시설을 추가설치하고 바퀴는 물론 적재함까지 3분 이상 세척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3분은 고사하고 30초만이라도 흙을 털었으면 좋겠어. 저기가면 구제역 방재초소가 있는데 그것도 피해 다녀."

'탕 뛰기'에 주민항의 귓등으로...전국 최대 방울토마토 생산지 '한숨'

▲ 복숭아 나무위에 쌓인 흙먼지 ⓒ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덤프기사들은 운행거리와는 상관없이 운행횟수대로 수당을 받는 일명 '탕뛰기' 근무를 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번이라도 흙을 더 나르기 위해 주민들이나 행정당국의 안전운전 권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있는 것.

해당 공구 건설사(활림건설) 현장소장은 이같은 지적에 "주민들의 지적에 따라 세륜, 세차를 적재함까지 깨끗하게 하고 있다"며 "간혹 도로에 흙을 흘리고 다니는 차가 있어 살수차까지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덤프트럭의 과속운행에 대해서도 "50∼60km로 운행하고 있지만 차가 크다보니 위협적이고 빨리 달리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보상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주민들과 보상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먼지로 인해 수확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판단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여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소장 "살수차까지 가동... 보상문제는 협의 중"

▲ 도로와 200미터 떨어진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 위에 뿌연 흙먼지가 덮여있다. ⓒ 심현정(대전충남녹색연합)



해당 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충남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현장에 세륜 시설을 추가로 만들고 과적과 과속을 하지 않게 운전자교육을 강화하도록 했다"며 "완벽한 조치는 아니지만 몇 개월 안에 공사가 끝나는 만큼 주민들이 좀더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형 이장은 "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도 건설회사는 물론 행정기관까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건설회사는 행정기관에 미루고 행정기관은 주민들이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해당 금강살리기사업 강경지구(제3공구)는 남광토건이 지역 건설사인 활림건설과 각각 50%의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강경지구는 논산시 강경읍 황산동~성동면 우곤리 구간(우안은 부여군 세도면 간대리~반조원리) 20.83km의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것과 더불어 제방보강, 하도정비, 자전거도로공사 등이 계획돼 있다.
덧붙이는 글 양흥모 기자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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