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여주는 진보 정치철학, 함께 공부합시다
[강신주 박사의 '정치철학 특강' 2부] 마르크스·벤야민·기 드보르·랑시에르 테제
▲ <철학 VS 철학>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가 지난 1월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신주의 정치철학 특강에서 '진보적 정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국가는 정당한 것인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와… 한 방에 가는구나."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폭격을 가한 후 한국 대부분의 언론에서 하루만에 정부의 '불법사찰' 이슈가 사라지자 한 누리꾼이 트위터에 남긴 말입니다. 폭격 하루 전인 11월 22일, <서울신문>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오세훈 서울시장 및 원희룡, 공성진, 이혜훈 등의 국회의원들과 <YTN> <MBC>등 언론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각계를 사찰했으며, '방해세력'의 제거까지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물증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주권을 가진 국민을 전방위에 걸쳐 사찰해왔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만한 일입니다. 때문에 당시 여·야 모두가 검찰의 재수사 및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었고, 일각에서는 MB정권의 명운이 달린 '한국형 워터게이트'로 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점쳤던 사건이 '북한발 포격'이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자 별다른 여론을 일으키지 못하고 하루만에 묻혀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풍경들은 독일의 역사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주창했던 '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의 이런 권력은 제한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모든 '비상사태'는 국민들이 결정하는 것일까요?
벤야민은 사람들이 잊고 있을 뿐, 역사적으로 억압이 있었던 모든 시대에는 항상 비상사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노예가 있었던 시절보다 지금이 나아졌다는 생각, 봉건제가 지배하던 시절보다 지금 자본주의의 시대가 나아졌다는 생각, 5년에 한 번씩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한다는 생각 등 과거보다 개선된 삶의 조건들 때문에 개인들이 자신의 삶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정부의 사찰에도, 실존적 위기감을 주는 북한의 전쟁 도발에도 여전히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20여 년 전처럼 대학생이 정부 반대시위 중 붙잡혀 물고문을 당하다가 죽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개인을 억압하는 형식이 세련되어졌다고 해서 역사가 진보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지금 '비상사태'라는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과거보다는 자신의 삶이 나아졌다고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깨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더 자유롭게 행복한 '한국 사회'를 위한 정치철학 특강
벤야민은 그의 저서인 <역사철학테제>에서 "지금이 비상사태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그에 대한 활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때 우리는 구원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구원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2011년 한국 사회의 풍경들은 벤야민의 조언이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한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포함해 마르크스와 기 드보르, 랑시에르의 저작들로 우리시대 진보적 정치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철학적 성찰과 실천을 모색하는 '정치철학 특강 2부' 유료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정치철학 특강 1부' 강좌에 이어, 쉽고 재밌는 철학 강의로 유명한 <철학 VS 철학>의 저자 강신주 박사가 강사로 나섭니다.
'정치철학 특강 2부' 강좌는 8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강과 2강에서는 마르크스의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를 통해 인간적 사회라는 이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3강과 4강에서는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통해 역사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공부합니다. 5강과 6강에서는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를 통해 시각화된 이미지들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해, 7강과 8강에서는 랑시에르의 <정치에 관한 열 가지 테제>를 통해 진보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강신주 박사는 연세대에서 장자철학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출판사 '문사철' 기획위원과 상상마당 운영위원,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철학, 삶을 만나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망각과 자유>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철학 VS 철학>등이 있습니다.
강신주 박사의 '정치철학 특강 2부' 강좌는 2월 9일부터 3월 3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립니다. 수강신청은 선착순 100명에 한해 가능하며 수강료는 16만 원(10만인클럽 회원 14만 원)입니다. 강의 문의는 02)733-5505(내선 214)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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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VS 철학>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가 지난 1월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신주의 정치철학 특강에서 '진보적 정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국가는 정당한 것인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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