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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조원 세금폭탄? 호들갑 떨지 마라  민주당 '무상 시리즈'에 증세란 없다"

[인터뷰]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세금신설 없이 재정구조 개혁하면 돼"

등록|2011.01.20 09:52 수정|2011.01.20 11:56

▲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 남소연


한국사회에 복지담론이 지금처럼 확산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복지논쟁이 확산되면서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증세논쟁도 불붙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복지는 세금이다'라는 제목의 토론까지 열 계획이고 한나라당은 '세금폭탄'이라며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를 준비하고 발표해 온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복지는 증세'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전 의장은 "지식인들이 '말에 책임을 지려면 재원대책이 필요하다'며 증세를 말하는데, 재정 확보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증세 얘기를 하고 싶은데 선거 때문에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기본적으로 세금 올려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나"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받았다. "새로운 세금의 신설이나 세율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재정 구조의 개혁과 배분의 측면을 너무 간과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국가의 재정을 어느 부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는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세금의 신설부터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증세론자'들에 대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쪽의 답변인 셈이다.

민주당의 복지 시리즈에 43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만 봐도 안다"며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총 진료비가 54조 원에서 30조 원 가까이 늘어나 50% 이상 증가한다고 하지만, 입원치료비·외래치료비 보장성을 평균 20% 올리자는 건데 어떻게 50% 이상 진료비가 늘어나느냐는 것이다.

"복지정책 전면 등장 '성과'... 논란 없는 정책, 생명력 없어"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복지 담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부자 감세로 상징되는 부자 중심 사회, 고환율 정책으로 상징되는 대기업 중심 사회가 이 사회의 양극화를 악화 시키고 대다수 중산층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서민 다수가 이런 식의 국정 방향과 사회적 흐름은 해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구하고 있다. 그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 민주당이 내세운 '무상'이라는 표현에 대한 반론도 있다. 
"무상의료는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그런데 강화라는 표현이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고 국민 다수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종적으로는 무상 의료의 사회로 가야 하지만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측면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이것에 대한 방향성과 목적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무상 의료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무상'라는 용어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야당 정책은 생명력이 없음을 3년 동안 반복적으로 지켜봐왔다. 따라서 완전한 무상의료는 아니지만 정책의 지향성을 나타내면서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적어도 돈 때문에 생명을 포기하는 일은 막아주는 것이 인간사회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 최소한 논란 일으키는 것은 성공했다?
"논란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확고한 정책으로 자리잡게 했다고 생각한다. 본래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은 한나라당에서 이미 다 한 얘기인데 우리가 리모델링해서 들고 나오니 한나라당이 방어전을 펼치는 것 아닌가. 4대강 사업 등 개발과 토목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뒤로 밀려있던 중요한 복지 정책들이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는 점에 있어서 일정한 성과가 있다. 만족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를 들고 나왔지만, 현재 복지 이슈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장성 20% 올리는데, 50% 추가재원 필요? 터무니없다"

▲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 남소연

- 한나라당에서는 '복지시리즈'에 43조 원이 필요하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한다.
"건강보험만 갖고 얘기해보자. 입원 치료비 보장성을 현재 62%에서 90%로 28% 올리고, 외래 치료비 보장성은 12%를 올리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54조 원의 진료비가 30조 원 가까이 늘어나 진료비가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8%, 12%의 평균을 따지면 20% 올리는 건데 50%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추산이다. 무상의료, 무상 보육을 해주자는 것이 국민적 파급력을 일으키니까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신종 색깔론을 덧붙여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 지금은 이른바 프레임 전쟁을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복지국가 대 세금폭탄', 승산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결과로 생긴 상처와 부작용들로 국민들 생활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와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욕구가 충만하다. 이 부분이 유리한 점이다. 둘째, 범민주개혁진보진영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고, 그러면 민주개혁진보진영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상황에서 복지 정책만큼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는 지점이 없다. 범민주 진보개혁진영의 집권을 위한 과제에 딱 들어맞는 것이 복지분야인 것이다."

- 재원마련 방안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한 뒤 무상 시리즈를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원 부분은 다 마련해서 내놨다. 우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8조 1000억 원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부과 기반을 확대하는 것을 통해서 4조 2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 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1977년도에 건강보험은 근로소득세라는 봉급생활자의 투명한 유리지갑을 단일 기준으로 해서 도입이 됐고, 1988년도에 지역까지 확대됐는데 현재 지역 보험과 직장 보험의 부과 체계 균형이 깨져 있다. 지역의료보험은 자동차의 배기량까지 세서 부과하는데 직장의료보험은 소득세라는 단일 기준으로만 부과 해오고 있는 것이다. 임대 소득, 배당소득, 이자 소득 등을 종합소득으로 환산해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상당정도의 건강보험이 추가로 걷힌다.

전 국민에 해당하는 게 아니고 직장인의 상위 10%가 조금 더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어떤 직장인이 주식, 건물도 갖고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근로소득은 300만 원인데, 주식·임대 소득을 다 합치면 700만 원이다. 이 700만 원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징수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부양가족의 기준도 보다 엄격하게 개선하겠다. 본인이 건물을 갖고 있더라도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등록되면 본인은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 아들이 그냥 부양가족 수에 따라서 직장 보험에서 조금 더 내는 수준이다. 이런 부분들만 개혁해도 건강보험료가 4조 2000억 원 더 걷힌다. 정부가 건강보험 공공재정의 20%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OECD 평균 지원 규모가 30%다. 우리도 20%를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아울러서 지출 구조도 개혁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제를 포괄 수가제로 전환하고, 주치의 제도와 총액 계약제 도입 등을 통해 지출 구조를 개선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나는 부분은 최소화 하면서 보장성은 강화할 수 있다."

"세금 올려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 돈 때문에 치료 못 받는 일이 없는 정도로 가려면 증세가 필연적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20일 '복지는 세금이다'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연다.
"새로운 목적세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양극화로 국민들이 지쳐 있는데 새로운 활력소로 사회 보장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하면서, 증세나 새로운 세목의 신설부터 들고 나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하는 데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면서 복지패러다임이 정착할 수 있도록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문제는 먼저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 그렇게 가는 것은 엄밀하게 얘기해서 새로운 패러다임도 아니다.

우리의 재정 지출 구조를 보면 GDP대비 복지 관련 예산의 수준이 OECD의 평균치에서 현저히 떨어져 있다. 우리는 예산 대비 복지비 편성 비율이 28%인데 OECD 평균치는 45% 정도다. 현재의 총예산 대비 복지비 예산 편성이 OECD 평균이라면 증세를 얘기하는 게 맞다. 그런데 수준이 OECD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이 복지를 담당할 세금부터 새로 만들고, 세금을 올리자는 건 맞지 않다. 우리가 갖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어떤 목적의식과 가치에 따라 배분해 갈 것이냐부터 정리하는 것이 맞다."

- 사실은 선거 때문에 증세 얘기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 아닌가.
"세금 올려서 복지하자는 프레임으로 갈 것 같았으면 이런 의제를 먼저 던질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세금 올려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성장과 효율, 경쟁 만능 사회였기 때문에 복지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 적었고, 복지에 대한 투자와 자원 배분이 소홀했다는 부분을 스스로가 먼저 반성하고 처음부터 재설계하겠다는 식으로 가야한다. 종래의 자원 배분과 예산 편성, 복지에 대한 인식을 동일하게 가지면서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서 +α 하겠다는 것은 본질적인 시각과 가치관이 다른 것이다. 민주당은 새로운 사회 질서와 구조, 국정 운영 기조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하는 것이다.

▲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 남소연

한나라당의 인식이나 구조로 얘기할 수 있는 시혜적, 선별적 복지에 있어서 복지비는 소모 경비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제도는 다르다. 이를 통해 의료비가 줄어들고, 보육료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학자금 지출이 대폭 완화되면 실질 소득의 증가로 이어진다. 늘어난 가처분 소득은 소비로 이어지고, 내수 경제가 활성화 되면서 투자와 생산으로 이어져 국민, 서민 경제의 볼륨을 키워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세금의 신설이나 세율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재정 구조의 개혁과 배분의 측면을 너무 간과한 것이다. 국가의 재정을 어느 부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는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금의 신설부터 얘기할 필요는 없다.

재정 확보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복지는 증세'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야 한다. 복지는 증세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해결하려는 것은 삼가야 한다."

-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면 민간보험사와의 마찰도 클 텐데.
"공공의료 보험의 보장율을 90%수준까지 높이면 민영의료보험은 상대적으로 역할이 줄어들 것이다. 바람직한 것 아니냐. 어떤 것이 국민에게 유리하냐는 관점에서 그러한 논란은 부수적일 뿐이다. 민간 보험회사가 건강보험 상품만 다루는 것도 아니다. 또, 민영 건강보험사들이 처음엔 정액제 상품을 주로 내놓다가 실손형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이를 다시 정액형으로 돌릴 수도 있다. 의료 지출구조 합리화, 의료 보험 체제의 개혁 측면에서 민영의료 보험법 19개의 법률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그 속에 민영의료보험법도 포함돼 있다."

"복지문제 파급력 때문에, 일부 언론·한나라당 폭격 가하는 것"

- 무상 의료의 경우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1만 1000원을 더 내 90% 보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안도 건강보험료 인상이 뒤따르는 것 아닌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90%까지 높이자는 목표와 방향에서는 일치하지만 로드맵은 다르다. 보험료 인상이 꼭 보장성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에 공공의료에 4조 3000억 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지만 보장성은 4% 밖에 안 올랐다. 지금의 의료 지출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 건강보험료를 많이 올린다 해도 보장성이 강화되기는 어렵다. 지출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건강보험 재정이 올라갔을 때 보장성도 함께 올라간다."

- '민주당이 좌클릭하면 중도를 빼앗긴다'는 김효석 의원의 지적은 어떻게 보나.
"어떤 정책을 좌클릭, 우클릭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규정시키는 것이다. 총론적인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맞는 수준의 담론·정책을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념 논쟁으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념 논쟁은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부질없는 것이다.

국민들을 설득시켜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국민에게 혜택이 얼마나 돌아가느냐의 규모 측정이 중요하다. 무상의료 정책은 국민 절대 다수가 별도의 민영보험을 드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정책일 뿐이다. 아주 극소수의 부자를 제외하고는 중산층도 대부분이 의료에 대한 고민과 고통을 받고 있다. 보육 문제도 중산층 가정, 30~40대 젊은 부부들이 갖는 양육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까의 문제일 뿐이지 좌향좌의 정책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 복지 시리즈를 추진해 가는 데 제일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복지국가, 복지에 대해서는 크게 거부감이 없지만 이걸 구체화 시키는 작업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이 복지 논리와 정책을 튼튼히 하는 것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세금 폭탄·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결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국민들이 요구하는 신선한 사회적 패러다임에 얼마나 따라갈 수 있냐는 발상의 전환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 지점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폭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부분들이 국민적 요구와 밀접하게 닿아있어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과도하게 폭격을 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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