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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이 김태희와 박신양에게 밀린 이유는?

<프레지던트> 시청률 저조... 당 예비경선 과정, 시청자들에게도 호응 받기 힘들어

등록|2011.01.21 09:37 수정|2011.01.21 09:37

프레지던트장일준으로 열연중인 최수종 ⓒ KBS


KBS 수목 드라마 <프레지던트>가 시청률 7%에 머물면서 본격적인 정치 드라마란 호평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시청률 집계결과를 보면 MBC <마이프린세스>가 18.8%, <싸인>이 15.3%로 <프레지던트>를 시청률에서 두 배 이상 앞서 나가고 있는 형국. 연기파 배우 최수종, 여기에 아내인 하희라와 처음으로 같이 출연한 드라마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프레지던트>가 이렇게까지 시청률 싸움에서 밀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국민들의 한국 정치인들에 대해 혐오가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독선적인 정치 형태에 많은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현실정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또 다시 TV 드라마를 보면서 받고 싶지 않은 것도 분명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프레지던트>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현실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초반 드라마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당내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이란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프레지던트>는 여태껏 나왔던 한국 정치 드라마 중에 가장 실감나면서 현실적인 정치인들의 뒷모습과 당 예비경선을 초중반에 선보이고 있다. 그것도 한국에서 제왕적인 위치에 있는 대통령 후보 당 예비경선이기 때문에 30대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일준의 최수종, 조소희의 하희라, 이치수의 강신일, 기수찬의 김흥수, 고상렬의 변희봉, 김경모의 홍요섭, 김규철의 백찬기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장점이 존재하는 드라마다.

<프레지던트>의 오리지널이 되는 작품은 일본 만화가 카오구치 카이치의 <이글>이다.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의 정치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대통령 경선 과정이다. 일본인 미국인 3세 케네스 야마오카 상원의원의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에 관련된 이야기다.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케네스 야마오카 역이 바로 최수종이 맡은 장일준 역이다. 그리고 케네스 야마오카의 강력한 라이벌이 바로 부통령인 앨버트 노어이다. 이 역할은 <프레지던트>에서 김경모의 홍요섭이 맡고 있다.

문제는 오리지널 만화인 <이글>이 초반에 미국 대통령 후보 당 예비경선과정을 다루고 있단 점이다.

한국에서 당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 과정에 국민들 얼마나 관심 있나?

프레지던트조소희로 열연중인 하희라 ⓒ KBS


미국에서 열리는 당 대통령 후보 결정을 위한 예비경선과정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 양당 정치 체제가 오랫동안 정착되면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 예비경선이 한국보다는 더 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후보 공천의 경우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대통령 후보로 누구든지 나설 수 있는 구조다. 이 후보들이 50개 주 중 23개의 코커스(당원 중 대의원만 투표하는 방식)방식을 채택한 주와 27개의 프라리머리(당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참여가 가능. 일부 주에서는 준 개방형으로 치러짐. 준 개방형은 다른 당원 참여 불가능)를 통해 공화당은 1259명의 과반수 대의원을, 민주당은 1995명의 대의원을 획득한 사람이 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 대통령 예비경선 과정 자체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면서 하나의 정치적인 축제인 동시에 각 당의 후보를 효과적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통령 후보 당 경선대회가 과연 얼마나 국민들에게 큰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건 다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40년 동안 존재했다가 사라진 정당 수도 많지만 대통령 후보의 당 예비경선과정이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프레지던트>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이 30대 이상의 정치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약효가 없을 수밖에 없단 이야기다.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는 당 예비경선과정을 초반에 주로 다루고 있다. 드라마의 가장 큰 축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내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 김경모(홍요섭)를 같은 당 대통령 후보인 장일준(최수종)이 쫓아가는 구조다. 미국과 같이 한국에서도 당 대통령 예비경선 대회가 각 시나 도에서 치열하게 치러지는 구조라면 <프레지던트>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이 충분히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주는 흥분감이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당 예비경선은 당원들의 지지가 1위라고 해도 각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른 변수를 넣으면서 각 시와 도를 도는 예비경선 과정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당원들이 투표하는 예비경선에서 1위였던 후보가 일반인들의 전화 여론조사비율에서 뒤져서 2위로 추락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서 전국을 돌면서 치렀던 당 예비경선 투표가 무의미해지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프레지던트>에서 보여주는 당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과정이 본 게임인 대통령 선거와 달리 한국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레지던트> 초반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장일준(최수종)과 김경모(홍요섭)의 이야기가 크게 시청자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당내 예비경선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 아니란 것.

<프레지던트>는 주조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한국 현실정치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면서 자신들 스스로 좋은 기회를 놓쳤다. 분명 <프레지던트>는 원작 만화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잘 살렸다. 하지만 원작이 미국 대통령 예비경선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차라리 처음부터 각색을 통하여 여야의 대통령 경선과정을 담아내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면 24부작 중에 12부가 방영된 <프레지던트>가 타사의 경쟁 드라마들 시청률을 따라잡기 쉬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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