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GM대우, 쉐보레 전면 도입 배경은?

GM 구성원 90%, '대우' 빼는 데 동의..."대우가 풍기는 망한 회사 이미지 때문"

등록|2011.01.21 17:06 수정|2011.01.21 17:06

▲ 마이크 아카몬 사장이 프리젠테이션으로 쉐보레 도입과 한국지엠으로 회사명 교체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한만송


한국지엠주식회사(GM Korea Company, 한국지엠)로 회사명을 변경하기로 한 GM대우가 올해 새롭게 출시하는 8개 차종에 글로벌 GM의 브랜드인 '쉐보레(Chevrolet)'를 부착해 한국시장을 두드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GM대우는 자체 시장 조사 결과 쉐보레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고, 마이크 아카몬 사장도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쉐보레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판으로 더 많은 제품 부분에서 경쟁하게 됐고, 고객들은 보다 폭넓은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왜 쉐보레에 집착했나?

GM대우는 2009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쉐보레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GM대우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이 자연스럽게 쉐보레 앰블럼을 서비스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일각에서는 쉐보레의 로열티(royalty: 상표권 등의 사용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GM대우는 브랜드 쉐보레를 전면 도입하고 회사명을 한국지엠으로 변경하는 이유로 "'대우'라는 망한 회사의 이미지를 벗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우그룹 부도와 대우자동차의 워크아웃을 거쳐 GM대우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손동영 GM대우 부사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대우라는 이름에 대해서 밖에서 보는 시각이 망한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많다"며 "구성원들한테 조사해보면 90%가 대우 이름을 빼는 게 낫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김태완 부사장도 "회사 내 여러 직급들을 차출해 토론했는데, 왜 '대우' 이름을 가지고 있어야하냐면서 문제 제기가 많았다, 훌륭한 브랜드가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받았다"며 "심지어 소나타(현대) 차량에 쉐보레 브랜드를 부착해 다니는 차량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GM대우는 이날 '알페온'과 '다마스', '라보'는 쉐보레 브랜드와 상관없이 독자 브랜드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 쉐보레 카마로.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국내 스포츠카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 GM대우


쉐보레는 어떤 브랜드?

쉐보레는 미국의 유명한 카레이서였던 '루이스 쉐보레'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루이스는 1911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두고 쉐보레 자동차 회사를 창립했다. 

2010년 GM의 총판매량 가운데 53%가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됐다. 단일 브랜드 판매량도 세계 4위다. 특히 2010년 세계 5대(도요타·쉐보레·폭스바겐·포드·현대) 자동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량인 130여개 나라에서 판매 중인 쉐보레는 지난해 총 425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특히 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서의 판매비중이 33%를 차지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쉐보레가 '자동차 고장'인 미국에서는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라세티 프리미어로 알려진 쉐보레 크루즈(Chevrolet Cruze)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33만 4976대였다. 젠트라 엑스(수출명 아베오)도 쉐보레 브랜드로 32만 2234대가 판매됐다.

한편 한국에서 자동차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발전을 주도했던 옛 대우자동차의 역사는 한국자동차공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신진자동차공업(주)으로부터 시작됐다. 1955년 2월 설립된 '신진공업'은 도요타의 지분을 끌어들여 1965년 11월 '새나라자동차'를 인수, '신진자동차공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적인 자동차산업을 시작했다.

1972년 도요타와의 기술제휴를 끊은 신진그룹은 GM과 합작, 그해 'GM 코리아'를 설립해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쉐보레 1700'과 이듬해 '레코드 1900' 등 인기모델을 내놓으며 한국에 쉐보레 브랜드를 소개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1970년 포드 모델을 조립해 판매했고, 그 기술력으로 1976년 '포니'를 국내시장에 첫 출시했다.

▲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20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쉐보레' 브랜드 전면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고객과 직원, 딜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GM대우


노조 "시보레 도입과 회사명 변경, 공식 논의한 적 없어"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차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인 브랜드 교체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노조는 "단순히 마크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브랜드 교체가 실패했을 경우 우리의 고용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노조와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쉐보레 도입과 회사명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8일, 노조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회사에서 시보레 도입과 회사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노조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 브랜드 교체가 아닌 투자와 마케팅 전략이 병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특히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 후 역수입 문제 등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구성원들이 사명 변경에 공감하느냐, 노조 반응이 어떠하냐"는 기자 질문에, 아카몬 사장은 "노조와 논의했다, 노조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한국지엠 결정을 지지했다, 또한 내수 차량을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을 적극 지지했다"고 답했다.

노조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쉐보레 도입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일방적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일부에서 제기됐던 GM의 '먹튀(=먹고 튀어: 자본 철수)' 우려 등을 고려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