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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무상복지는 제2의 농가부채 탕감 정책"

여당, 민주당 '무상복지' 드라이브에 뒤늦게 맞불

등록|2011.01.21 21:45 수정|2011.01.21 21:45
한나라당이 21일 복지정책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무상복지 드라이브를 비판했다. 18일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후 '첫 작품'을 내놓은 셈이다.

간담회는 민주당의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무상복지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과 함께 '한나라당식 복지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이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에 대학 반값등록금을 더한'3+1' 복지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한나라당의 위기감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복지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높아지는 반면 한나라당은 그동안 별다른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외견상 '공짜복지', '세금폭탄'이라는 논리로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내부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뒤늦게 복지정책 담론에 뛰어든 만큼 민주당과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한나라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심재철 "무상복지는 제2의 농가부채 탕감 정책"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3+1 복지정책이) 민주당 안에서조차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무상복지는 제2의 농가부채 탕감 정책"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또 "좌파정권 10년 동안 복지정책 펼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 이제 와서 무상복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현진권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무상복지는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정부재정을 급격히 악화시킬 정도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작년 2월까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인물.

그는 정부의 무상상품 제공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들기도 했다. 2007년 모든 사람에게 국립공원 혜택을 주기 위한 형평성 차원에서 입장료를 폐지했더니 그 후 관광객이 많아지고 불법행위도 증가해 2008년에는 공원 관리비가 2배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반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성식 의원은 "정부·여당이 복지 증진에 대한 방법을 명료하게 준비해야 야당의 무상시리즈의 무책임함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600만 실업자 중 40%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고 비정규직은 60% 정도가 그렇다"며 "이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야당을 비판할 수 있냐"며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조원 정도면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 기회의 사다리가 붕괴된 측면, 최소한의 그물망에 대해 한나라당이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히 현금지급 식의 복지가 아니라 근로의욕을 유발시키는 복지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산적 복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권영진 의원은 "한나라당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복지 모델을 제시했다면 무상복지 포퓰리즘은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복지 논쟁이 국민 설득 게임이라면서 "무상복지는 5분이면 설득 가능하지만 한나라당의 논리는 50분을 설득해야한다"고 덧붙여 한나라당이 복지정책 담론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함을 강조했다. 

김성식 "복지 사각지대 방치하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야당을 비판할 수 있나"

ICL(든든장학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됐다.

임해규 의원은 ICL 신청 대상을 'B학점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으로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경제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C학점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ICL을 시행하는 다른 어느 나라도 학점을 제한해서 대출을 허용하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경희 의원은 이에 대해 "경제활동 때문에 C학점을 받는 학생이 있긴 하겠지만 30%도 안 될 것이다"라며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ICL을 허용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ICL 제도 설계에 참여했던 하연섭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학점 제한을 B에서 C로 조정하면 5700억원이 더 들어가고 민주당이 말하는 대로 ICL 제도를 운영하면 10조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또 "ICL 원리금 미상환율이 높으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라며 "아직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나라당식 복지 모델'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김금래 의원은 "두 번의 민주당 정권을 거치면서 복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기획은 잘 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지속가능하고 꼭 필요한 복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순 의원도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한나라당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무상시리즈로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 부류들은 빨리 깨어나야 하고 그 대안을 한나라당에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혜리·김재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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