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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쌍용차, 이번엔 인도에 '먹튀' 당하나?"

[현장] 국회의원회관서 '쌍용자동차 매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열려

등록|2011.01.24 18:16 수정|2011.01.24 18:16

'쌍용자동차 매각, 이대로 좋은가'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매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 김재민


금속노조와 쌍용차 졸속매각 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은 24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쌍용자동차 매각,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를 비롯한 6명의 토론자가 참석해 인도 자동차기업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와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매각과정상 문제점과 향후 대응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쌍용자동차가 지난해 11월 인도 마힌드라와 체결한 인수합병(M&A) 본계약을 졸속매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산업은행에 돌렸다.

또한 지난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5년 만에 경영포기를 선언한 중국 상해기차를 언급하며, 인도 마힌드라와의 이번 인수합병이 제2의 '먹튀·기술유출'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매각하지 않는 게 최선, 매각 늦추는 것이 차선"

정명기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쌍용자동차 정상화를 '해외매각'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정부와 산업은행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교수는 "한국정부는 단순히 노동자 정리해고나 채권단의 자본회수를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조조정은 해고나 채권문제가 아닌 기업가치 증진과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미국정부가 72.5%의 지분을 보유중인 자동차기업 GM(제너럴모터스)을 예로 들어 "신자유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정부가 나서 자동차 산업을 지켜나가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자동차산업에 대한 국가산업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쌍용자동차가 최근 2년간 기록한 판매실적을 언급하며 "회생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매각하지 않는 것이 최선, 가능한 매각을 늦추는 것이 차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쌍용자동차는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내수 3만2459대와 수출 4만9288대를 포함 총 8만1747대를 판매해 2010년 회생목표였던 6만8562대를 19% 초과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수출 포함 총 9202대를 판매해 전월 실적 7770대를 불과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경신한 바 있다.

또한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 매각으로 국책사업에 투자할 가용예산을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부대표는 최근 쌍용자동차의 판매실적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매각을 늦출수록 쌍용자동차의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쌍용자동차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감세 등으로 국가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매각비용으로 현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쌍용자동차지부 기획실장도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의 의혹제기에 공감했다. 이 기획실장은 "쌍용차 매각과 관련해 현금화 할 수 있는 금액이 대략 2천억 규모"라며 "이 돈의 추후 행방에 대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가족들은 지쳤습니다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왼쪽)가 이창근 쌍용자동차지부 기획실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김재민


쌍용자동차 회계조작의혹, 7100억 원 손실은 사실인가?

이날 토론에 참석한 송덕용 회계사는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개시 및 구조조정의 결정적 사유였던 '손상차손'(기업환경 변화로 인해 자산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현금이 장부가액에 비해 현저하게 하락함을 의미) 추정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08년 말 쌍용자동차가 공개한 손상차손 계상금액은 2008년 1월 기준 98억9000만  원에서 5033억5100만 원 증가한 5132억4100만 원이었다. 이중 가장 큰 자산손실이 발생한 항목은 ▲ 건물 ▲ 공구와 기구 ▲ 기계장치 순이었다. 이 같은 손상차손 계상 결과 당시 7100억 원이라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 같은 손상차손 수치가 제대로 추정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송 회계사는 작년 국정감사 녹취록을 언급하며 "쌍용차 관계자가 손상차손을 매각가치 기준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공장건물이나 기계가 빈번히 매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각가치 추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모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회계사는 "매각가치로 손상차손을 측정했다면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했어야 했다"며 "당시 감정평가액을 손상차손 기준으로 인용하지 않은 쌍용자동차 측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송 회계사가 만난 산업은행관계자는 "매각가치를 기준으로 손상차손을 추정했을 리가 없다"고 밝혀 이 같은 의혹을 더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송 회계사는 당시 쌍용자동차측이 근거가 희박한 손상차손을 추정한 이유와 관련해 "당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개시의 핵심 사유는 유동자금부족이었다"며 "이것만으로는 법정관리개시가 어려워 인위적으로 회사 자산을 깎아 법정관리개시의 보조적 도구로 사용했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은 국가산업의 전략적 관점에서 쌍용차 회생시켜야"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혜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최근 인도 언론이 '쌍용자동차 일부 기술개발부문을 제외한 생산량의 상당부분이 인도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도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국가기간 산업으로 국민의 미래와 고용창출의 문제"라며 "빚만 받아내겠다는 채권단의 단기금융적 관점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근 기획실장도 쌍용자동차의 마힌드라 매각안인 '변경회생계획안'을 "산업은행의 채권확보만 보장한 졸속매각안"이라며 이번 매각이 "부품협력사와 노동자의 고통이 고민되지 않은 채 산업은행의 돈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달 14일 정리해고 후 자살한 고 황대원 조합원을 비롯해 "2000여명의 희망퇴직자들이 고통스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8일에는 쌍용자동차 매각 여부가 결정되는 '관계인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날 예정된 관계인집회에서는 쌍용자동차 매각 주체가 채권자 및 법원의 인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회생채무 변제 등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는 3월께 기업회생절차가 끝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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