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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라보며 겨울 섬진강 둑길을 걷다

[섬진강 소식①]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섬진강 둑길

등록|2011.01.24 20:27 수정|2011.01.25 09:11
지난 주말(22일) 잠깐 풀린 날씨에 우리는 섬진강을 걸었습니다. 비록 혹한이지만 계절에 따라 자연이 그러하듯 겨울 섬진강의 멋과 아름다움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추운 강바람을 맞으며 갔습니다.

겨울 섬진강 소식과 멋을 기대하던 제 마음은 강둑에 당도하자마자 실망을 넘어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섬진강 둑길이 온통 시멘트로 포장되어 삭막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겨울 섬진강을 걸으며 물, 얼음, 새, 나무, 마른풀, 바람 뭐 이런 소식들을 전해주려 했는데, 처음부터 엉뚱하게 시멘트이야기로 시작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듭니다.

▲ 시멘트포장길을 걷는다 ⓒ 민종덕



▲ 시멘트로 포장된 섬진강 둑길 ⓒ 민종덕


▲ 2009년 9월 12일에 걸었던 섬진강둑 모습 ⓒ 민종덕


2009년 9월 12일에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때는 시멘트 포장 길이 아니라 코스모스 핀 흙길이었습니다. 흙으로부터 전해오는 부드러운 감촉, 길 주변에 살아있는 생명체들과의 대화하며 얼마나 행복하게 걸었는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시멘트 길로 다리가 쉬이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길을 짧은 기간에 이렇게 험악하게 시멘트로 포장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명박정권은 4대강만 파헤치고 뒤집어서 시멘트로 둑 쌓고, 댐 만들고, 자전거길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곳 섬진강에도 자전거길을 만든다고 이렇게 시멘트로 덮는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이 사업은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추진된 것이랍니다. 시멘트 포장이 진행되는 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시멘트 포장을 반대하고, 이미 포장된 길을 걷어내고 원상으로 복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섬진강둑길 시멘트 걷어내고 원상 복구하라는 시민단체 현수막 ⓒ 민종덕


그래서 현재 더 이상 포장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포장된 길은 걷어내지 않고 있습니다.

▲ 시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시멘트 포장이 중단되어있다 ⓒ 민종덕


▲ 낡은 경운기가 길 시멘트길 아래로 내려와 있다 ⓒ 민종덕


▲ 2009년 9월 12일 같은 위치에 서 있던 낡은 경운기 ⓒ 민종덕


섬진강 둑길이 자전거길을 낸다는 명분으로 온통 시멘트로 포장된다면 섬진강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반짝이는 모래에 넋을 잃도록 여유롭게 걷던 사람은 어쩌란 말입니까? 또 멀리 보이는 지리산과 산자락에 걸쳐있는 구름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며 걷던 사람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어디 그 뿐입니까? 강과 강 주변에 사는 수많은 새와 짐승 등 갖가지 생명들의 거처는 어쩌란 말입니까?  그들의 안식처를 더 이상 침범하지 말고 원상복구를 하는 것이 아름다운 섬진강을 보호하는 최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멘트가 굳기전에 동물이 지나간 자국(왼쪽 위), 시멘트가 굳기 전에 뱀이 지나간 자국(첫 번째 세로사진), 수달 발자국(왼쪽 아래), 시멘트가 굳기전에 수달이 지나간 발자국(두 번째 세로사진). ⓒ 민종덕


초장에 시멘트 포장으로 말미암아 언짢은 기분을 빨리 지우려고 일부러 마른 풀밭 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이제 강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문척교에 당도했습니다. 섬진강에서는 웅장하게 놓인 높은 다리보다는 낮고 오래된 다리가 정겹습니다.

▲ 문척교 ⓒ 민종덕


강물은 봄을 재촉하는 듯 잔잔한 물결을 끊임없이 치는가 봅니다. 그러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얼고, 얼었던 물이 다시 녹고 이러기를 몇 번이나 해야 봄이 올까요.

▲ 얼음이 덮힌 섬진강 ⓒ 민종덕


성급한 강태공은 이 추위에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봄을 낚고 있는가 봅니다. 봄을 재촉하는 것은 강태공이나 물고기나 또는 당신이나 나나 매 한가지 아닌가요.

▲ 겨울을 낚는 강태공 ⓒ 민종덕


큰 강도 작은 천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루고, 큰 강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겠지요. 큰 강을 건너기 전에 큰 바다로 나아가기 전에 작은 징검다리를 건넙니다.

▲ 징검다리를 건너다 ⓒ 민종덕


겨울하늘도 저렇게 푸르고, 구름 또한 저도록 부드러운지 새삼 알았습니다. 하기사 계절에 상관없이 하늘은 원래의 모습은  변함는 그 모습이겠지요.

▲ 푸른하늘 힌구름을 이고 걷는 섬진강둑길 ⓒ 민종덕


지리산 노고단에 하얀 눈이 덮여있습니다.  저 눈은 산 아래 마을에 이른 꽃이 필 때까지도 녹지 않을 겁니다. 이제 추위를 녹이고 다음 여정을 위해 산이 품고있는 아늑한 마을에 들어야겠습니다. 

▲ 노고단을 바라보며 걷는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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