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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우성씨, '아저씨' 원빈을 보세요

변신 없이 비슷한 배역만 소화... <아테나: 전쟁의 여신>의 부진에 한 몫

등록|2011.01.25 10:30 수정|2011.01.25 10:30

아테나 : 전쟁의 여신정우성 ⓒ 태원엔터테인먼트


SBS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병헌, 김태희, 김소연 등이 출연한 KBS 드라마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이미 화제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아이리스> 못지 않은 출연진까지 버티고 있다. 이정우 역의 정우성, 손혁 역의 차승원, 윤혜인 역의 수애, 한재희 역의 이지아 등 톱스타들과 인기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경쟁에서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타사 경쟁 드라마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결과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시청률 조사에 의하면 지난 주간 시청률에서 <아테나: 전쟁의 여신> 14.3%로 18위에 올랐다. 문제는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KBS의 <드림하이>가 15.6%로 15위에, MBC의 <역전의 여왕>이 14.7%로 16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많은 화제를 모은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작품이 동 시간대 타방송사 드라마에 이렇게까지 밀릴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특히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더 그렇다.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의 첫 시작은 상당히 좋았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을 보면 첫 회에 무려 22.8%를 기록하며 대박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정우성 역시 이병헌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게 될 것이란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방송이 거듭되어 갈수록 <아테나 : 전쟁의 여신> 시청률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청률이 떨어지게 된 것은 극 구성에 문제가 많았던 <아이리스>에도 근접하지 못한 드라마 완성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너무나 허술한 극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의 인과관계를 가지고 '아테나'란 조직에 대해 풀어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테나'란 조직은 세계 에너지 자원을 좌지우지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신에너지 TWR 개발에 대한 것이다. 특히 첩보물이란 외피를 두르고 있는 만큼 '아테나'란 조직을 막아내려는 첩보조직의 활동이 긴박감을 주면서 극적 인과관계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정우성에게 더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정우성 ⓒ 싸이더스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의 시청률 부진은 정우성에게 더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영화에서도 부진을 보여준 그였기에 TV에서의 도전이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정우성은 2005년부터 사실상 슬럼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기대 이하의 흥행성적을 거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개봉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후 심각할 정도의 부진을 겪어왔다.

그가 2004년 이후 출연한 작품들인 <데이지>(2005년), <새드무비>(2005년), <중천>(2006년) 등은 관객동원에 실패했다. 그가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큰 인상을 남겨주지 못한 시발점이 되었다. 그나마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전국 6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170억이 넘는 제작비 때문에 큰 수익을 남기지 못했다. 사실상 본전치기에 가까웠다. 여기에다 이후 나왔던 <호우시절>(2009년)과 중국영화 <검우강호>(2010년)까지 한국에서 흥행 실패했다.

사실상 2004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성공 이후 그나마 영화팬들 기억에 남은 성공 작품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뿐이라고 단언해도 될 정도다. 배우로서 좋은 외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영화에서 실패를 거듭하게 된 것은 분명 어떤 문제가 있어서이다. 그가 주로 영화에서 맡은 역할들이 기존에 보여주었던 친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그의 연기를 보면서 정우성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과 힘을 보여준 것은 곽경택 감독의 2003년 작 <똥개>뿐이었다.

항상 비슷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어버렸다

아테나 : 전쟁의 여신정우성 ⓒ 태원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이 나온 2000년대 영화들을 보면 캐릭터가 엇비슷했다. 무사가 되었던 킬러가 되었던 혹은 멜로드라마의 멋진 남자가 되었던 항상 이전 영화에서 본 듯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었다. 전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단 이야기다. <비트>(1997년), <태양은 없다>(1998년), <유령>(1999년) 등을 통해서 차세대 확실한 충무로 기대주로 성장한 정우성이 2000년대 들어서 이렇게 정체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2000년대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확실히 캐릭터적인 면에서 정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최철수, <데이지>의 박의, <새드무비>의 이진우, <중천>의 이곽, <호우시절>의 박동하, <검우강호>의 지앙 등 그가 2000년대 출연한 작품들은 기존의 그의 이미지에서 야생마적인 모습들을 거의 다 앗아 가버렸다. <비트>, <태양은 없다>, <유령> 등에서 보여준 남자답고 거친 모습들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이다. 특히 <데이지>에서 킬러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여성 관객들이 봤을 때 좋아하는 한 없이 마음 따뜻한 남자의 이미지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2000년대 정우성이 출연한 그 많은 작품 들 중에 그나마 예외적인 캐릭터를 보여준 작품은 <똥개>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외에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항상 나오는 영화마다 비슷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식상해져 버렸다.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는 이런 이미지일 거야 하는 선입견을 심어준 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따뜻한 남자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연기발전이 없는 배우가 되어 버렸단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다양한 배역과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되었다

똥개정우성 ⓒ 쇼이스트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정우성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제 그도 다양한 배역과 역할을 맡아서 변화를 꾀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그가 나온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그가 한 역할에만 국한되어 있는 배우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역시 다른 배역이나 캐릭터를 맡아서 자신의 연기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배우란 것이다. 현재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남자 톱스타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한곳에 가두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비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헌과 원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이병헌은 강인한 남성상과 부드러운 남성상 여기에다 악역까지도 마다하지 않은 배우다. 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항상 비슷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캐릭터 변신을 해왔다.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던 실패하던 그가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 작품을 보면 쉽게 잊지 못하는 배우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그가 출연한 작품들 중에 <번지 점프를 하다>, <공동경비구역 JSA>, <중독>, <누구나 비밀은 있다>, <쓰리 몬스터>, <달콤한 인생>, <그해 여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맡은 배역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중복된 캐릭터들이 거의 없다.

원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2004년 <우리 형>이후 5년만의 스크린 복귀 작인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 도준이란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리고 2010년 최고의 흥행작 중 한편이 된 <아저씨>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약한 인물 캐릭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원빈이란 배우가 연기자로서 아직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자신이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배역을 맡아서 연기로 완성시키면서 관객들에게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경우다.

정우성도 이제 이런 연기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다음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또 다시 비슷한 인물을 맡아서 비슷한 역할을 재생산해낸다면, 이제 그가 배우로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우는 계속해서 자신의 나이에 맞게 성장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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