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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미 후 바로 죽는 하루살이 인생, 이곳에서 만났네

인생을 반추하게 한 갑하산 산행

등록|2011.01.25 15:49 수정|2011.01.25 15:49
참 이상한 날이다. 일부러 어떤 생각이나 목적을 가지고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이날 산행은 코스도 그랬고 산행 도중 대화도 그랬다. "감히 인생을 논했으니" 인생을 반추한 산행을 한 셈이다. 

가까운 분들과 매주 대전 둘레 산을 돌아보고 그래도 시간되면 먼 산도 다니자고 만든 동심산우회(cafe.daum.net/mtdongsim)의 前주의 산행코스는 대전 유성구 갑동에 위치한 갑하산이었다.

지난 토요일인 22일 9시40분에 갑동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계속된 추위에 옷을 단단히 여미고 107번 버스를 중구 선화동에서 탔다. 지하철역인 현충원역에 닿으니 모두들 거기에 모여 있다가 버스에 오른다. 대전의 대중교통은 참 편하게 이용하게 돼 있다. 버스와 지하철이 서로 연계돼 있다.  어느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내목적지까지 가는 데 현금으로 1천원(카드는 950원)이면 된다.

▲ 음지와 양지 ⓒ 송인웅


"다음은 갑동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 소리에 따라 갑동에서 내려 '버스'님의 안내로 '갑하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부터 산 입구까지의 길은 온통 얼음이다. 다들 "이런 길에 '꽈당'하면 큰일이다"며 조심조심 걸음을 뗀다. 그러나 산 입구에 다다르자 쌓인 눈이 없을뿐더러 따스한 햇볕이 내리쪼인다. 두툼하게 입었던 옷을 안 벗을 수가 없다.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오르다 보니 산의 양지와 음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누군가 노래에서 "세상은 다 그런 거야"라고 '세상사는 이치'를 전했다. 대부분의 서민 모두가 유난히 춥다고 느끼는 올해 "살다보면 음지도 있고 양지도 있는 거야"하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했다.

따스한 양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음지로 변하며 눈이 쌓여 있다. 겨울산행필수품인 '아이젠'을 찼다. 전날 서울에서 일 마치고 마신 술로 인해 숨을 헐떡이며 선두 뒤를 열심히 쫓았다. 드디어 도착한 갑하산 정상(463m). 그곳에서 국립대전현충원모습을 찍었다.

▲ 갑하산에서 바라본 동학사 입구 ⓒ 송인웅


▲ 갑하산에서 바라본 대전현충원 ⓒ 송인웅


정상에 올랐는데 정상주가 없다. 다들 "내가 아니라도"하는 안일함에 못 챙긴 탓이다. 서운했다. 그러나 이도 잠깐의 서운함이다. 내려가고 부지런히 오른 다른 산정상인 신선봉에 시산제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산을 사랑하는 세무 관련인들이 모여 만든 산악동호회인 대전 디딤돌산악회(cafe.daum.net/ntsstepstone, 회장 박종국)란다.

▲ 신선봉에서 바라 본 동학사 입구 ⓒ 송인웅


▲ 신선봉 시산제 ⓒ 송인웅


▲ 시산제 끝내고 음복하는 모습 ⓒ 송인웅


시산제 지내는 뒤쪽한끝에서 "혹시나"해서 준비해간 김밥 두 줄을 나누어 먹고, 동학사입구 계룡산설경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시산제가 끝나면 음복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정상주다"는 생각에 한결 느긋할 수 있었다. 갈 길을 재촉하는 산우들을 "정상주를 위하여"란 말로 잠재웠다. 시산제가 끝난 후 잘 익은 동동주와 떡, 그리고 김치에 싼 돼지고기를 먹고픈 만큼 먹었다. 대전 디딤돌산악회는 복 받을 게 틀림없다. 더구나 이름부터 신비로운 '신선봉'에서 시산제 지냈으니 "대전 디딤돌산악회 회원님들 신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시 '우산봉'으로 향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오르고 내림이 많고, 때로는 가파르기도 하고, 절벽 바로 옆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코스도 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볼거리를 가졌다. '버스'님이 "이곳 가을단풍은 끝내준다"고 한다.  어쩌다 '하루살이'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하루살이'는 아침에 태어났다가 저녁에 죽는 곤충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을 두고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하는지 모른다. 인터넷에 검색하여 찾아보았다. "하루살이(mayfly)는 대부분의 생활을 알, 애벌레인 유충상태로 1년 이상을 물속에서 지내다 성충이 되어 물 밖으로 나와 교미를 하고 바로 죽는다"고 돼 있다.

"일반적으로 하루살이는 성충이 되어 일주일에서 보름정도를 살기도 하나 대부분의 하루살이는 교미를 한 후 바로 죽는다"며 "성충이 되어 물 밖으로 나오는 이유가 종족번식을 위한 교미 때문이며, 교미 후 곧바로 죽는다"고 한다. "종족번식을 위해 1년 이상을 준비하고는 하루를 산다"는 하루살이의 평생을 알았다.

▲ 생명력1 ⓒ 송인웅


▲ 생명력2 ⓒ 송인웅


▲ 생명력 ⓒ 송인웅


참으로 끈질기고 강한 것이 생명력인가 보다. 이러 저런 인생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생명력이 강한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이름 모르는 나무와 암벽사이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허리가 구부러졌음에도 굳게 자라 기이한 모습을 보이는 소나무는 '끈질긴 생명력' 그 자체였다.

▲ 우산봉 정상에서 우리가 온길을 더듬어 보았다. 맨끝 봉우리가 갑하산정상이다. ⓒ 송인웅


우산봉(573m)에 도착했다. 우리가 산행시작한 곳을 찾으니 저 멀리 봉우리만 보인다. 시인이신 '다시'님이 한마디 하신다. "반나절을 걸어온 시작한 길도 보이지 않는데 67년 걸어온 세월이 어디 보이기나 하겠느냐?"며 "하루살이가 하루를 사는 것도 평생을 산 것이고 인간들이 사는 70-80인생도 평생이다"고 말하신다. 다들 숙연해한다.

▲ 관음봉 정자 ⓒ 송인웅


▲ 구암사 전경 ⓒ 송인웅


오늘 대화가 '삶과 인생'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연스레 '구암사'방향으로 하산길이 정해졌다. '구암사'로 향하는 마지막 봉우리가 관음봉이다. 여기에는 정자가 있다. 유성구구민들의 신년 해돋이 장소다. 매년 이곳에서 해맞이를 한다.

'구암사'에서 이곳까지는 꽤나 가파르지만 "구암사에서 제공하는 떡국을 먹고 일출을 감상한다"고 유성구에 사시는 '다시'님이 알려줬다. 대한불교조계종에 속한 '구암사'는 대전광역시시범납골당을 운영하는 사찰이다. 오늘 산행마지막은 인생의 끝이라는 '구암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쳤다. 쉬어가며 총 5시간여가 걸렸다. 이후, '안성댁 부대찌게'에서 소주한잔하며 '안전산행'을 자축했다.
덧붙이는 글 제이비에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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