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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촛불과 소금이 되고 싶습니다"

소외받는 이웃 도와주는 정문숙씨

등록|2011.01.30 11:25 수정|2011.01.30 11:25

▲ 정문숙씨. ⓒ 김지백



정문숙(74)씨는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한국전쟁 후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경남 거창에서 중학교를 다녔어요. 당시 거창에는 전쟁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죠." 하루는 학교 선생님이 정씨에게 유골함을 옮기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유골함이 뭔지는 몰랐지만 흰 장갑에 흰 옷을 입고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군인들과 함께 일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내 인생의 첫번째 봉사였던 거죠."

그후 정씨는 사지가 없는 군인들의 몸을 닦는 일을 하고, 숨어있는 북한 병사에게 자수를 권하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봉사를 접한 정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일상에서 봉사를 실천했다.

"친구와 함께 양로원에 봉사를 하러간 적이 있어요.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는데 거동도 못하시고 계속 누워 계시더군요. 샤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으셔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드렸어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할아버지의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드렸는데 3일 후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몸을 씻겨드린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씨는 10년 전 남편을 암으로 먼저 보낸 뒤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선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활동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어요.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동네 교통정리를 돕고, 한달에 한번씩 사직운동장 근처를 청소합니다. 또 장선어린이집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NIE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건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 봉사라는 생각은 안해요. 하지만 80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내겐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정씨는 봉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이 희생해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희망을 얻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한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나는 돈이 없어서 기부를 할 수도 없고 나이가 많아 다른 사람에 비해 활동을 많이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누간가를 도와주는 것은 너무 재미있고 보람이 있는 일입니다."

정씨는 나중에 시간이 지나 더 이상 활동을 못할 때가 오면 주위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힘이 닿는 곳까지 세상을 위한 촛불과 소금이 되고 싶은 정씨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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