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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부부가 함께 포장마차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긍정하라

등록|2011.01.30 14:19 수정|2011.01.30 14:19
#1

올 겨울은 유난히 눈 내리는 횟수가 잦고, 춥습니다. 이 혹독한 추위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게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비롯된 것이니 결국은 내가 올해 겪고 있는 혹한은 결국 나로 비롯된 것입니다.

#2

올 겨울 눈길에 넘어져서 왼쪽 발목이 골절된 분의 병실을 어제(1월 30일) 방문했습니다.

접합 수술을 끝내고 수술을 위해 절개한 곳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쯤에는 다리 전체에 깁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분은 꼼짝할 수 없이 병원 침상에 일주일을 누워있는 동안 마음의 성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체 열심히 달려만 가던 길에 발목골절이라는 브레이크가 작동했고 잠시 멈추어 병원 천장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었던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부인에게 그리 살가운 남편이 아니었던 남편도 부인이 입원한 일주일 동안 부인의 역할에 대해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집사람이 집에 없으니 모든 것이 엉망이에요. 집사람의 역할에 대해 그간 평가절하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이 부부는 부인의 발목골절이라는 불운을 이렇게 행운으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 보다 큰 병은 육체적인 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입니다. 육체적인 병은 병원에서 고칠 수 있지만 마음의 병은 그것을 치료할 마땅한 곳을 찾는 일이 중합니다. 때로는 친구나 이웃, 혹은 종교가 그것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본인 스스로가 그 병의 가장 뛰어난 명의일 수 있습니다. ⓒ 이안수




#3

병원을 나온 우리는 저녁식사를 함께했습니다. 골절된 부인의 남편은 몇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입니다. 그 작가가 말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앵겔스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앵겔스는 마르크스가 죽을 때까지 재정적인 후원자로 살았고, 마르크스가 완성하지 못한 '자본론'의 2, 3권을 마르크스 사후에 완성했습니다. 독일 프로이센의 부자 상인 아빠의 유산을 기반으로 영국 면직업계의 거물이 되었습니다. 영국 멘체스터의 기업 오너로서, 낮에는 자본과 생산수단을 독점한 이른바 자본가계급으로 살고, 밤에는 자본가가 착취하는 노동자계급을 옹호하는 글을 쓰는 모순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1844년 마르크스와 만난 앵겔스는 그 이후의 모든 삶을 마르크스가 저술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자본가로서의 생활과 그 고용인의 삶들이 마르크스 자본론의 토대가 되었고 40여 년 동안 마르크스 집안의 생활비를 책임졌습니다.

제게는 친구가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은행이자가 모자라는 달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그 친구가 급한 상황을 극복하게해줍니다."

부인을 병원에 둔 작가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집사람이 하는 일에 관여치 않았습니다. 묵묵히 제 일을 했어요. 아무리 어려워도 부부가 함께 포장마차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한 사람은 포장마차로 현실을 감당하고 다른 한 사람은 미래를 위한 일을 해야 합니다. 둘 다 포장마차에 매달린다면 평생 포장마차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사는 지혜다 싶습니다.

함께한 다른 일행이 말했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네거티브적인 요소가 지배적이에요. 마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론처럼……. 그 혁명이론이 자본주의의 모든 모순을 폐절시킬 수 없는 또 다른 모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실패가 입증되었듯이……. 논조를 조금만 긍정으로 방향을 전환해볼 수 없을까요? 우리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긍정해야합니다."

올 겨울의 유난한 폭한暴寒은 머지않아 목련꽃 새순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입니다. 볼썽사나운 세상은 밉살스러운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의 주체자가 함께 존재하는 것을 다행으로 수용하는 긍정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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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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