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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아시안컵, 이충성 선수로 달래기?

'타다나리 리' 대신 '이충성' 앞세우는 한국 언론

등록|2011.02.01 09:36 수정|2011.02.01 09:36
아시안컵 출전 최강의 팀으로 평가 받으며 세대교체도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왕의 귀환'을 벌써부터 축하하면서 당연히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오리라 생각했던 2011년 아시안컵.

아쉽게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왕의 귀환은 명패를 바꾸어 우즈벡과의 경기에서 앵커가 했던 말대로 '왕자의 귀환'으로 돌아왔다.

아시안컵 3위, 득점왕 1, 2위, 페어플레이상. 이정도면 깔끔하면서 국민에게 값어치 있는 재미까지 준 젠틀한 왕자의 귀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일전의 시청률은 40%에 육박하였고 우즈벡전은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경기라는 말에 박지성 선수는 부상으로 엔트리 명단에도 제외되었지만, 또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예상했으면서도 90분 내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박지성 선수의 은퇴경기인 한일전에서 박지성 선수도 한 골을 넣으면서 우승하길 바랐지만 역시 '축구공은 둥글'었고 드라마 같은 극적 상황에서의 헤피앤딩은 없었다. 하지만 두 선수에게 마지막 선물이라도 하려는 듯 모든 선수들이 최선으로 뛰며 많은 골 선물을 해주었고, 무엇보다 이영표 선수와 박지성 선수의 헹가래 장면에 그보다 더 큰 감동을 느껴 어느 경기보다 편안한 경기였다.

이번 2011 아시안컵 우승은 일본. 일본은 아시안컵 통산 4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역시 실력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우리나라의 적수임을 확실히 했다. 특히 결승골로 호주의 그물망을 시원하게 후빈 발리슛의 주인공, 리 타다나리(이충성). 일본의 우승 후 가장 많이 들린 뉴스는 혼다나 카가와 관련 소식보다는 타다나리 선수의 소식이었다.

예전 슈가 멤버 아유미와 열애 중이라는 기사도 새삼스러웠지만 '재일교포 이충성'이라는 기사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뉴스를 뒤덮었다. 그는 재일교포 3세로 한국 청소년 대표 선수였다는 과거부터 J리그로 가게 된 이야기, 일본에서의 대표팀 발탁 등 대부분의 기사는 일본 대표팀 타다나리 선수보다는 '한국인 이충성' 선수를 앞다퉈 다루었다.

타다나리 선수의 유니폼에 새겨진 "lee". 이 무언의 메시지는 강력했다. 각종 언론 매체는 그가 '타다나리'라는 일본 이름 대신 이충성의 'lee'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며 그의 속에 흐르는 한민족의 피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얼마전 SBS의 한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온 추성훈 선수에게 MC가 '전 세계적으로 팬이 많은데 유독 한국 팬들에게 정이 더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야키야마라는 이름 말고 '추성훈'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팬은 한국팬들뿐이기 때문에, '추성훈'이라는 이름은 (귀화해서) 없어졌지만 여전히 추성훈이라 불러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조국은 자신을 버렸지만 그 조국을 자신은 차마 버릴 수 없는, 애증이라 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그 관계.

나는 이런 뉴스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화가 난다. 그런 사람들을 버린 그 누구에게 화가 나고, 그런 사람들의 성공을 '한국인'의 성공으로 포장하는 언론에 화가 난다.

야키야마는 일본인이고 타다나리도 일본인이다. 민족으로서의 연결을 끊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국적이 그렇고 그들이 사는 곳이 그렇고 그들의 모국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이 한민족이라는 것에는 전혀, 오히려 분명 한민족이라고 말하겠지만 한국인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물론 그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 국가대표로 발탁되지 못하였거나 발탁되었어도 금방 탈락한 것이지만 그래서 자신들의 선택으로 귀화하여 다른 나라로 간 것이지만 아무튼 그들은 한국을 떠났다. 그들은 일본의 국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일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언론은 아직 그들이 한국인인냥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고 그들의 행보에 귀기울이며 그들과 관련한 이슈를 다룬다.

두 가지만 묻자. 추성훈 선수가 야키야마 선수가 될 때 우리나라 언론은 얼마나 많은 보도를 하였는가. 이충성 선수가 타다나리 선수가 될 때 우리나라 언론은 얼마나 아쉬워했는가.

2년 전 언론정보학과 수업을 듣던 중 한 교수님께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것이다. 투명한 보도지침의 존재와 언론의 대중 길들이기 모습에 대해 평소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나는 교수님이기도 했거니와 맹목적으로 매국노라 욕할 수 없었는데 교수님의 설명이 더욱 그러했다. 평소에는 별 신경도 쓰지 않다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기만 하면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이다. 우리나라는 독도가 다케시마가 될 때만 독도를 외친다. 일본이 작은 섬을 쿡쿡 쑤셔야만 독도를 떨어뜨린 다이아몬드처럼 챙기기 바쁘다.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인데 그렇게 항상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독도에 대한 일본의 주장에 일일히 대응해 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해결될까?

적어도 주변 국가에서 걸고 넘어지는 문제, 국가 차원의 문제라면 더더욱 그 선을 확실히 해야하지 않을까.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한 정부적 차원의 노력도 분명히 있겠지만 일본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편입시키려고 들이는 노력과 정성만큼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가수 김장훈씨가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독도 광고는 개인적 차원이기 때문에 넘어간다) 아직도 독도를 '다케시마'라 표기한 지도가 많고 그렇게 알고 있는 일본인이 많고, 서해를 '황해'라 표기한 지도나 서적이 많다. '당연히 우리 땅, 우리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넘기기에는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보인다. 비단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귀화한 선수가 큰 활약을 할 때, 우리의 영토가 위험할 때만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은 너무 염치없다. 소중한 인재가 떠날 때 적어도 언론만은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피가 흐르는 한국 땅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소리치고 행여나 그럴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 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논쟁이 되는 영토 문제에 대해서 적어도 언론만은 더이상 문제시 되지 않도록 그 소속에 대한 확실한 정부의 입장을 부추겨야 한다. 언론은 국민의 눈이고 귀이고 입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세계 속 '한국인'을 자랑스러워하고 '우리 영토'를 확실히 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 언론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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