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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사건으로 또 기소...대법, 면소판결로 구제

대법 "이미 확정판결 받은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면 면소판결 내려야"

등록|2011.02.01 18:18 수정|2011.02.01 18:18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오락실업주에게 검찰이 범죄기간만 늘어났을 뿐 동일한 시점과 같은 유형의 범죄 혐의로 또 기소해 항소심은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직접 '면소판결'을 내려 구제해 줬다.

면소판결(免訴判決)이란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 공소가 부적법해 사건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전 월평동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던 K(40)씨는 2009년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 오락실에 사행성오락기 40대를 설치하고, 경품용 칩을 환전해주는 대가로 칩 1개당 4500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3월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K씨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검찰은 K씨가 위 오락실에서 2009년 11월 18일부터 12월 3일까지 사행행위 영업을 했다며 '똑같은 혐의'로 종업원들과 함께 다시 기소했다. 혐의내용은 범행기간만 10일 더 늘어난 것일 뿐 앞서 처벌받은 공소사실과 동일했다.

그러나 1심인 대전지법 형사7단독 신동헌 판사는 지난해 6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동일한 사건으로 이미 유죄 확정판결이 난 것을 확인하고 '면소판결'을 내렸다.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 제13조 제1항과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해 공소제기가 있는 경우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공소사실의 사행행위는 범행일시와 장소가 서로 근접해 있기는 하나,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라며 1심 판결을 뒤집고, K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같이 하급법원의 다른 판단에 대해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하나의 범죄행위로 봐 면소판결을 내린 1심 판단이 옳다"며 K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직접 '면소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과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사실의 범행일시가 상당기간 중복되고, 범행의 주된 내용 역시 환전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이 동일하고, 두 범죄의 죄질과 피해법익도 유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공소사실과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조사된 증거들에 의해 대법원이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돼 형사소송법 제326조에 의해 직접 면소판결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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