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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의 '수도', 안산 설축제 구경하세요!

[현장] 모여라! 이주민들... 안산 '국경 없는 마을'의 2011 설맞이 축제

등록|2011.02.04 16:08 수정|2011.02.04 16:08

소원날리기소원날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 ⓒ 정민지


"자, 소원을 적은 종이를 힘껏 날려 봅시다!"

하나 둘 셋, 하는 구령과 함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편지들이 바람을 타고 두둥실 날아올랐다. 지난 3일 설날을 맞아 안산 원곡동 만남의 광장에 모인 2000여명의 이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족들을 떠올리며 새해의 소망을 빌었다.

이날, 이주민들이 '수도'로 여기는 안산 원곡동은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누구든지 만나서 인사를 건네면 반가워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국 동포들의 모습에서는 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행사장에는 베트남 쌀국수, 중국두부, 몽골 만두 등 다문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부대시설과 투호, 윷놀이 아시아 제기가 마련되었다. 중국 동포인 성준모(51)씨는 "중국 제기를 차고 있으니 고향이 더욱 그립고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올 한해를 맞이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윷놀이 하는 모습 중국동포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 정민지


이주민들이주민들이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추고 있다 ⓒ 정민지


한국에 온 지 10년째라는 장옥파(44)씨는 "이렇게 모두 모이는 자리가 축제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이제는 한국 음식에도 익숙해졌고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이어 "중국에 계신 부모님을 얼른 모셔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명절마다 자원봉사로 행사 진행을 돕고 있었다. 고향 음식인 중국 두부를 사람들에게 만들어 주던 그녀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스리랑카 부스에서 전통음식 피쉬볼을 만들고 있던 닐릭쇼(28)씨도 "추석이나 설날을 함께 보내면서 한국의 문화가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안산외국인글로자지원센터 폐쇄... "정부, 못할 짓 한 것"

필리핀 전통춤'필리핀 Pearl of orient'단체가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 ⓒ 정민지


오후 2시부터는 노래자랑 대회가 시작됐다. 총 17개의 팀이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뽐냈다. 맨 처음 무대에 선 주인공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데니(26)였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내쉬며 연신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구의 소개로 나오게 되었는데, 무대 위에서 많이 떨렸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라고 서툰 한국말로 소감을 말했다.

북경아가씨 노래가 나오자 중국동포들을 비롯해 파키스탄 청년들까지 넘치는 흥을 주체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 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곳에 국적에 의한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방인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없었고, 모두가 신명나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 필리핀 전통춤을 공연한 김미지(40)씨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가정을 이뤘는데 앞으로도 이런 모임에 참여해서 다른 다문화 가족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박천응 목사는 "명절이 다가오면 한국인들은 대부분 고향에 가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단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서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어 주는 공간"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31일 안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폐쇄된 것과 관련해 그는 "한마디로 정부가 못할 짓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최우수 기관중에 하나였는데 그 센터가 사라지고 새롭게 '외국인인력상담소'가 들어섰다, 인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들을 인권의 차원이 아니라 단순한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것"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행정기능이 중복된다는 것도 폐지의 이유였는데 지방자치단체쪽에서 축소를 해야지 상위 기관인 노동부에서 없애기로 결정한 것은 본래의 업무를 포기한 것과 같다"며 "또한 아무런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목사는 "현재는 안산이주민센터로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상담 인력도 부족하고 덩달아 재정적인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하하하 호호호 웃으면 마음이 젊어집니다, 웃으면 얼굴이 예뻐집니다"라는 노래가사를 열창하는 15명 중국 동포들의 합창 무대로 끝이 났는데, 이 무대에는 올 한해가 이주민들이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모두의 염원이 담겨져 있었다.
덧붙이는 글 정민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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