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입춘, 얼었던 수도가 녹아 물이 나오네

한 방울의 물에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져....

등록|2011.02.05 13:08 수정|2011.02.05 13:08

▲ 입춘! 강추위로 얼었던 수도가 녹아 물이 콸콸 쏟아지네! ⓒ 최오균



입춘!
오늘은 2월 4일 입춘이다.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아 풀린다는 우수를 바라보는 절기이다. 목포에 계시는 장모님 곁에서 설을 보내고 4일 만에 구례 집으로 돌아왔다.

10여 년 동안 치매를 앓고 계시는 장모님은 아내와 나를 알아보았다 몰라보았다 하신다. 기억의  필름이 끊겼다가 이어졌다가 하는 것이다. 그런 장모님 곁에서 4일 밤을 자고 돌아서는데 영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더 자주 찾아뵈어야 할 것 같다.

구례 집을 들어서며 가장 간절하고 궁금한 건 집에 물이 나오느냐 아니 나오느냐다. 요 며칠 영상의 날씨였으니 제발 좀 물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문을 들어섰다.

그런데……. 거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부엌에서 물이 콸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질 않겠는가!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던 수도 파이프를 녹여보려고 가진 애를 써 보았지만 허사였는데 기온이 올라가 물이 나오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완풍기를 파이프에 대고 틀어보고, 드라이기를 돌려보기도 하고, 장작을 지펴 불을 놓아보기도 했지만 집 밖에 10여 미터 설치된 수도 파이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온이 올라가니 슬그머니 얼음 사슬이 녹아난 것이다.

▲ 얼어붙은 수도파이프를 천으로 덮어 놓았지만 강추위에 얼어붙었다. ⓒ 최오균



▲ 수도꼭지를 천으로 감싸고 박스로 덮어놓았지만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 최오균



"여보, 물이 나와요!"

나도 모르게 환호를 크게 지르며 거실로 뛰어 들어갔다. 아내도 덩달아서 환호를 지르며 따라 들어왔다. 우리는 싱크대에 떨어지는 물과 물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감격에 겨워했다. 물 한 방울에 이렇게 고마움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여보, 화장실 하수구도 뚫렸어요!"

화장실에 들어간 아내가 큰 소리로 나를 부른다.

"어디?"

▲ 얼었던 화장실 하수구도 뚫렸다! ⓒ 최오균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얼어붙었던 하수구 구멍에 녹은 얼음이 둥둥 떠올라 있었다. 기온이 올라가니 얼었던 물이 이렇게 녹아나는 것을……. 새삼 계절의 변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깊게 느낀다.

변기에 물도 잘 내려가고, 세면대에 물을 틀어 세수와 양치도 할 수 있게 되니 마치 천국에 온 기분이 든다. 집안에 물이 나오는 것과 얼어서 막혀 있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서울 생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격이다.

물이 나오니 그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처럼 살아가는 노자의 가르침이 새삼 마음에 사무친다. 자연에 순응을 하고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한 방울의 물도 고맙게 여기며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입춘대길! 입춘일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이다.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농사의 흉풍을 가려보는 농사 점을 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집 텃밭에 심은 보리는 워낙 추워서인지 나오다가 성장이 멈춰 있다.

허지만 입춘 날에 물이 나온다는 것 자체 하나만으로도 금년 운은 대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얼었던 수도가 녹아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얼음을 녹여준 태양과 자연에 감사를 드린다.

(2011. 2. 4 입춘 날)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