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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재래시장이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등록|2011.02.06 17:55 수정|2011.02.06 17:55

▲ 화천 재래시장 터줏대감 이옥수 할머니 ⓒ 신광태


연휴 마지막 날인 2월6일. 과거 화천시장이라 불렀던 화천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2002년 정부에서 시장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하면서 5일장과의 구분을 위해 과거부터 내려오던 지역시장을 재래시장이라 명칭이 정했습니다.

과거 재래시장은 슬레이트 지붕과 옆 상가와의 경계는 베니어판을 이용한 칸막이로 구분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화재위험 등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보고 캐노피 시설을 비롯해 바닥 정비사업 등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 시장환경 개선사업으로 환경은 깨끗해 졌지만, 시골 고유의 인심은 사라졌습니다 ⓒ 신광태


지역정보 교류의 장 재래시장

과거 재래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정보교류 창구였습니다. 장을 보러 온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다가 시간이 되면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곳. TV는 상상 밖의 일이었고, 라디오도 귀하던 시절.

그나마 라디오를 듣고 온 아낙은'정부에서 쌀값을 내린대'하며 아는 체를 하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아낙의 말이 곧 뉴스였습니다.

'우리 동네 박씨 할머니 있잖아, 그 할머니네 검둥이가 새끼를 8마리 낳았대' 라는 지역뉴스도 재래시장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때의 재래시장 구조는 상품 진열장 앞 마루는 필수였습니다. (마루는)손님들이 수다를 떨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으니까요. 주인 입장에서도 장시간 눌러 앉아 있던 아낙들이 나갈때 작은 것 하나라도 팔아 주니 좋았습니다. 주인은 또 손님 말만 듣고 있기에 뭐했던지 새로운 정보를 줍니다. '옆 부식집 있잖아요. 글쎄 무우 한개에 60원을 받았대요. 요즘 무우 한 개에 50원 이상 받는 집이 어딨다구' 그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 아낙들은 동네에 가서 소문을 냅니다. '그 집이 비싸게 판대' 라는 소문이라도 나면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기에 요즘과 같은 바가지를 씌우는 점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장환경 개선사업은 시장의 쾌적함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산골마을의 인정을 앗아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아직 남아 있는 점포내 작은 마루는 옛날 정보교류의 장 이었습니다 ⓒ 신광태


이옥수 할머니가 말하는 시장 변천사

48년간 재래시장에서 가래떡과 전병, 튀김, 녹두전, 만두, 동그랑땡을 팔아 오셨다는 이옥수 할머니(73세)를 만나 재래시장의 변천사를 들었습니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잘됐지. 그때는 군인들이 봉급을 통장으로 받을 때가 아니라 현금으로 받을 때니까, 애들이 나오면 지네 중대 친구들을 위해 전병도 사가고 튀김도 많이 사갔어"
"근데 요즘엔 애들이 식성이 바뀌었잖아. 요즘 누가 이런 거 먹나. 피자나 통닭을 먹지"

그럼 요즘 하루에 얼마나 팔아요? 라는 질문에 "어떤 땐 만원어치도 팔고 잘될 때는 3만원도 벌어" 근데 왜 계속 장사를 하세요? "배운 게 도둑질인 걸 어쩌누"

"80년대 병장 애들 한달 봉급이 4800원했을 때는걔들이 전병이나 튀김을 1000원어치만 사도 20명은 먹을 정도였어. 지금 만원어치 보다 많았지"
"이거 팔아서 애들 셋 공부 다 씨기고(시키고) 시집 장가도 보냈는데..."

그럼 요즘에는 누가 많이 찾아요? "서울에서 시집온 군인가족 새댁들 그리고 멀리 다른 지방에서 아들 면회 온 엄마들이 많이 사가"

"근데 올해는 망했어" 라고 웃으시는 할머니 얼굴을 보며, 왜요? 라고 묻자"구제역 때문에 산천어축제 안했잖아. 축제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라 집에 가지고 갈려고 사고, 민박집에서 하루 묵으며 가족끼리 먹을려고 사고, 축제기간 하루에 10만원어치도 넘게 판적 두 있다우"

▲ 전병,가래떡,튀김,녹두전,만두,동그랑땡을 팔아 할머니는 3남매를 키우셨습니다 ⓒ 신광태


젊은이들 식성이 바뀌어야 해요

그럼 할머니 어떻게 하면 장사가 잘 될 거 같아요? "애들 식성이 바뀌어야 해. 햄버거, 피자, 통닭 많이 먹으면 좋은 줄 아는데, 그거 먹긴 편할진 몰라두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아. 바라(봐라), 전병 껍데기(피)는 내가 시골에 가서 녹두 사다 갈아서 만들지, 전병 속은 시장에서 무우 사다가  채짠지(무를 잘게 썰어서 만든 김치) 만들어서 넣으니까 완전 무공해지"
"옛날에는 그런 음식들만 먹으니까 암이나 요즘 말하는 이상한 병도 없었잖아"

옆에 5일장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부러 할머니 말투로 여쭙는 게 할머니가 편안해 하실 것 같아 별로 쓰지 않는'거랑'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 이옥순 할머니는 과거 재래시장을 회상하시며, '"옛날의 백분의일 이라도 벌었으면 좋겠어" 하십니다 ⓒ 신광태


이곳에서는 5일장이 문제

"5일장이 여기 있어선 안돼. 바라(봐라), 5일장은 다 외지에서 장사를 오는 사람들이잖아. 그 사람들 여기서 돈 벌어서 여따(여기다) 쓰나, 다 지네 동네 가지고 가지. 그러니까 지역경제가 잘 안 돌아가는 거야"

헐~ 할머니께서 지역경제도 아십니다. 공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40년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하시면서 배워온 노하우 같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12월 달부터 5일장 안 열잖아. 그러니까 시장(재래시장) 부식가게랑 생선가게, 옷가게가 잘되잖아. 그러면 그 사람(재래시장상인)들이 그 돈을 어디다 쓰겠어. 여기다 쓰지. 그래서 여기는 5일장이 오면 안되는 거야"

재래시장이 없는 곳에서의 5일장은 인근 식당이나 부식집에서 꼭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는 공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재래시장이 있는 곳은 오히려 저해 요인이 된다고 말씀 하십니다.

▲ 구제역 때문에 5일장이 폐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재래시장에서는 5일장이 열리지 않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 입니다 ⓒ 신광태


재래시장 발전방안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방승일 시장조합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화천 재래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58년도에 문을 열었어요. 옛날에는 130점포가 넘었는데, 지금은 100점포 정도가 문을 열어 놓고 있고, 10점포는 문을 닫아 놓고 있어요" 이유가? "지난한해 연평도사건, 천안함사건으로 군인들이 거의 1년간 못나왔잖아요. 그래도 산천어축제 하나만 보고 근근히 버티던 가게들이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축제를 못하니까 문을 닫은거죠"

▲ 군장병 외출외박이 금지 되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신광태


그러면 조합장님 입장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대안이라도 있습니까?

"사실 힘들어요.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는데 누가 마트보다 불편한 재래시장에 오겠어요. 그나마 재래시장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재래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해요. 덤으로 콩나물 한 움큼 더 얹어주는 인정, 그리고 재래시장에 와야만 살수 있는 그런 종목의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또 재래시장 상인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열흘 전에 진열해 놓았던 농산물을 팔 때까지 내 놓는 그런 고집을 부리면 안돼요. 제품의 신선함이 재래시장의 장점으로 만들어야합니다."

▲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화와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 신광태


"그래서 생각한 것이 10여 년 전에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매를 했는데, 상품권을 가지고 온 손님에게 상인들이 할인이란 걸 안 해요. 그도 그럴 것이 장사가 잘 안되니까. 그래서 바람이 있다면, 군부대나 공무원들 봉급에서 의무적으로 약간의 금액만큼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연구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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