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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충청 민심 "MB, 덕담 대신 폭탄 안겨"

이명박 대통령 과학벨트 발언 철회 요구 봇물... 제2의 세종시 파문 부르나

등록|2011.02.07 16:55 수정|2011.02.07 17:26

▲ 7일 오전 11시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공약 백지화 발언 규탄대회' ⓒ 심규상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충청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백지화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연기군사수대책위' 한상운 위원장 등 300여 명은 7일 오전 11시 조치원역 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공약 백지화 발언 규탄대회'를 열고 충청권 조성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유한식 연기군수는 이 자리에서 "세종시 원안사수에 이어 과학벨트 문제로 군민들과 선량한 국민들이 차디찬 길거리에 또 나서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다"며 "과학벨트 입지 최적지가 세종시 부근이라는 데는 과학전문가 등 누구나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정파와 계층을 초월해 충청인의 본모습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옛날에는 사회 어지럽히는 사람 때려서 내쫓았다"

▲ 7일 오전 11시 조치원역 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공약 백지화 발언 규탄대회' ⓒ 심규상


이경대 연기군의회 의장도 "대통령이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5번씩이나 약속하고도 이를 어겼다"며 "세종시 수정안과 과학벨트로 충청권을 두 번이나 홀대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뭉치자"고 강조했다.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의원(공주·연기)도 "세종시 원안을 지킨 것이 엊그제인데, 과학벨트로 또 다시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명박표 명품도시를 약속한 곳이 과학벨트가 입주한 세종시 아니냐"며 "'세종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로 이름 붙여 충청인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유환준 충남도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당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하겠다는 <오마이뉴스> 사진 기사를 언급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덕담 대신에 폭탄을 안겨줬다"며 "옛날에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은 몽둥이로 때려서 내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서도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공정사회'이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 이행'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공모선정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대전시 "범시민 궐기대회 열 것"

▲ 7일 오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및 과학벨트 추진협의회 위원 간담회' ⓒ 심규상


이와 관련 일본 삿포로 출장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던 염홍철 대전시장은 6일 대전시 실·국장 등 간부들을 전원 소집해 과학벨트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7일에는 지역시민사회단체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및 과학벨트 추진협의회 위원 간담회'에서는 먼저 지난 2007년 대선후보시절을 포함,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됐다.

이 자리에서 박병석 민주당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은 "과학벨트 입지 선정까지 앞으로 100일이 고비"라며 "1000만 국민서명운동과 과학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대전 유성)은 "공약에도 없고 법률적 근거도 없이 5000억 원짜리 방사광 가속기를 포항에 건설키로 하는 등 과학벨트 포항 몰아주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태 대전시의회 의장도 "대통령의 말 바꾸기는 신뢰의 문제"라며 "지역시민단체 그리고 충청권 시도 의회와 연계해 궐기대회, 서명운동 전개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투쟁해 나가자"고 밝혔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날 간담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과학벨트에 대한 추진경과, 충청권 입지 당위성 및 효과 등을 시민들께 설명하고 향후 대응전략을 함께 논의하며 공조해 나가기 위한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 범시민궐기대회를 비롯 과학기술계와 연계한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입지 당위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 7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및 과학벨트 추진협의회 위원 간담회' ⓒ 심규상


민주당 충남도당 "충청권 조성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공약"

민주당 충남도당도 이날 오전 11시 충남도청 기자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충청권 유치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한나라당의 총선공약이고 지난해 7·28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스스로 약속한 것"이라며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나라당 대전시당위원장과 나경수(대전 서갑)·한기온(대전 서을) 당협위원장 등도 이날 오전 대전시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학벨트 공약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에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제하의 신년 좌담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공약과 관련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하지만)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말로 충청권 조성 백지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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