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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올린다는 KBS, 시청자가 봉으로 보이나

[주장] KBS 수신료 인상 논란 '핵심',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 문제

등록|2011.02.08 17:20 수정|2011.02.08 17:20
한국방송(KBS)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수신료와 관련된 홍보물을 볼 수 있다. 이 홍보물에서 KBS는 공영방송의 정의를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이나 상업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위치에서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다양하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통해 방송문화와 공공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이념적 목표를 두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영방송은 정부나 개인이 아닌 공공이 소유하고, 국민전체가 주체가 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방송" 이라고 적시해 놓고 있다. 이 홍보물을 보면 KBS가 공영방송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KBS는 이 홍보물에서 국영방송과 공영방송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국영방송과 공영방송의 차이에 대해 KBS는 "국영방송은 정부가 세금을 통해서 방송사의 운영과 관리를 전담하는 제도여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하고,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이 직접 부담하는 수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영방송 보다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KBS가 이 원칙을 잘 지키기만 하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KBS가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수신료 인상 문제도 이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KBS가 자체 홍보물에서 밝힌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스스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KBS는 참다운 공영방송을 기대하며 시청자들이 지불한 수신료를 받아가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성과 공영성이 높은 방송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아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국영방송처럼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천안함 사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심층취재 프로그램은 불과 방송 하루 전에 회사 경영진에 의해 갑자기 방송보류 조치를 당했고, 방송내용 일부 수정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간신히 방송이 될 수 있었다.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시청자들을 대신해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라고 시청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수신료를 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KBS 경영진은 정치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는커녕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파헤친 심층취재 프로그램의 방송에 딴지를 걸고 어깃장을 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G20 정상회담 기간에는 지나치리만치 정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실체도 없는 G20 정상회담의 경제적 효과와 국제사회에서 국가위상 제고라는 허상을 내세워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나섰다. 공영방송의 책무인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어디서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쯤 되면 KBS가 정권 홍보방송 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러한 KBS의 정권홍보형태에 대해 KBS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말 KBS 34기 막내기자 25명은 김인규 사장과 KBS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탐사보도팀 해체, 부당징계, 보복인사, 정권 홍보 행태 등을 비판하며, KBS 경영진이 "밖으로는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고 안으로는 비판하는 입을 막아 KBS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KBS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은 KBS 경영진의 정권 눈치 보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KBS 경영진은 이러한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에 대해 징계라는 수단을 이용해 탄압을 가하고 있어, 이들이 비판한 정권 홍보 형태의 방송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KBS 울산방송국 김용진 기자는 KBS의 G20 홍보 행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그리고, KBS 경영진은 지난해 말, 지난 7월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KBS의 방송형태를 바로잡기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벌인 총파업에 참가했던 기자와 아나운서 등 노조원 60여 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통보했다.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듣지 않겠다는 이러한 권위적인 태도는 전혀 공영방송답지 않다.

언론은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자체정화를 위한 내부비판 기능이 살아 있어야 한다. 특히,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경우, 사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업방송과 다르게 시청자 편에서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자체적인 정화를 위한 내부 비판 기능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부구성원들의 토론과 논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열린 구조를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KBS는 지금 전혀 그렇지 못하다. KBS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KBS 수신료 인상 논란의 핵심은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 문제다. 일반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때는 겉으로라도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시늉이라도 할텐데, 지금 KBS 경영진의 모습은 시늉은커녕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징계로 다스리면서 편향적인 방송을 계속하는 등 공정한 방송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봉으로 보는 것과 같다. 새로운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기는커녕 이미 벌어진 이슈조차 기사로 쓰기 힘든 언론사라는 불명예를 벗어버리기 전에는 수신료 인상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양심적인 태도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회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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