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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혹사 당하며 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노동자의 삶

등록|2011.02.09 10:27 수정|2011.02.09 13:58

출입증 뒷면출입증 ⓒ 변창기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다. 분당 몇 개나 작업해 내는지, 화장실은 몇 분 만에 갔다 오는지."

옆에 일하는 작업자에게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대기업이라 하청이라도 나은 조건이겠거니 하고, 2011년 1월 초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감시와 통제가 그리도 숨 막히도록 진행되고 있는지 미처 몰랐었다.

생소한 작업 도구, 설비, 작업장 분위기. 이 모든 것이 낯설고 내심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었던 게 사실이다. 첫 출근날부터 듣기 시작했던 안전작업이라는 말에 따라 나는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천천히 작업했더니, 서둘러 일하라고 촉구해댔다. 서둘러 했더니 이번엔 불량 좀 내지 말란다. 빨리 작업하면서 안전하게 하고 불량도 내지 말라니 이 무슨 작업자에 대한 요구사항일까?

월, 화, 수, 목, 금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작업하고 퇴근했다. 토, 일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하고 퇴근했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다. 생체리듬 속에서 생활하므로 힘든 작업 하면 일주일 하루 정도는 쉼이 필요한데, 바쁘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내내 쉬는 날 없이 출근을 강요받았다.

작업장의 하루는 어떨까?

오전 7시 20분까지 나오라 했다. 출근하면 곧바로 현장 청소를 했고, 50분까지 청소 작업을 했다. 50분에 모여 간단히 체조하고 현장관리자의 훈시와 작업 지시가 이어진다.

"어제 작업하면서 불안했다거나 위험한 상황 없었나요?"

현장 관리자는 매일 아침, 그리고 점심시간 후 오후 작업 전 모이면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리고 개별 작업자에게 일일이 보면서 다시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중대재해 추방하자"

관리자가 외치면 함께 구호를 외치고 박수 3번 치고 조회는 마무리된다. 그리곤 바로 작업에 투입된다. 안전작업을 위한 행위라지만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왜 하는지.

나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들어가 발견한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생계를 위해 근로계약을 맺고 돈벌이를 위해 취직한 상태인데 계급 체계에 의해 조직화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하청 직책자는 관리자라기보다는 지휘자였고 통솔자였다. 감시와 통제에 의해 작업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일 시작 전에는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막상 작업이 시작되면 엄청 서둘러 댔다. 하도 서둘러 일해서 정신없이 일할 때가 많았다. 작업장은 추운데 작업복 속엔 온통 땀으로 절었다. 더욱 이상한 일은 화장실 가고 싶어도 맘대로 못 간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작업자가 계속해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나도 참아야 했다. 현장 관리자가 손짓으로 화장실 다녀오라는 신호를 하니 그제서야 노동자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화장실로 갔다.

10시 휴식시간도 관리자가 와서 작업을 중단시킬 때까지 일했다. 시간을 보면 10시 1분. 점심때도 오후 작업 때도 그게 몸에 적응이 되었는지 생활화되었는지 작업자는 쉬는 시간이 다가와도 점심 시간이 되어도 노동자는 작업에만 열심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와도 관리자가 작업중단 지시를 내려야 일을 마쳤다. 20시까지 일하면 청소도 해야 하고 옷도 갈아입으려면 최소 15분 정도는 필요한데 작업종료 지시가 떨어지고 시간을 보면 5분 전. 청소 서둘러 마무리 짓고 옷 갈아 입고 나면 20시가 넘는다. 그런 날이 많았다.

현중노조가 생긴지 23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대중공업 정규직은 많이 자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2011년 새해에도 여전히 감시와 통제가 강요되는 속에서 작업 중이었다. 숨 막히는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피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매월 첫째주 월요일 현대중공업 전체는 안전교육을 했다. 설 연휴 후 첫 월요일(2월 7일)에도 어김없이 안전교육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니 청소 마치자 마자 50분쯤 가자고 해서 따라가 보았다. 전체 안전교육 조회였다. 그 공장에서 작업하거나 소속인 원청 사무직까지 모두 모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따로 줄을 서서 모였다.

"안전교육 시간은 1시간인데... 뭘 할 겁니까?"

공장안 넓은 공터에 앉으라 했다. 현대중공업 쪽에서 깔개를 준비했다. 대형 화면이 나오는 장치를 틀어 놓고 원청 부장급 관리자가 나와서 작년에 안전사고가 얼마나 났고, 월 별로 얼마 났으니 "2011년엔 안전사고 없는 공장 만들어 보자"며 결의를 다졌다.

안전 구호도 이어졌다. 전무급 원청 관리자가 나와서 또 한마디 했다. 그렇게 끝나고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20분이었다. 오전 작업이 발빠르게 진행되었다. 나에겐 시간시간이 매우 힘든 고비였다.

"오후 1시에 반별 안전교육이 있습니다."

법정 안전교육 시간이 별도로 있는지 하청업체 자체적으로 안전교육을 시작했다.

"안전교육 시간은 1시간인데 1시간 동안 뭘 할 겁니까? 그러니 30분 정도 이야기하고 30분은 현장에 나가서 청소를 합시다."

완장찬 하청 관리자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시작했다. 안전교육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다. "오늘 저녁 잔업 못할 사람"하고 말하니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손을 든 그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유가 있어 손을 들었을 텐데 바로 무시되었다.

"내려 임마. 넌 분위기 좀 봐가면서 손을 들어라. 너 설 연휴 때 나온다 해놓고 왜 안나왔냐? 넌 이번 한 달 잔업 특근 다 해라 알았제."

농담인지 진담인지 현장 관리자는 노동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젊은 노동자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냥 속으로 기어드는 목소리로 작게 "네" 하고 답할 뿐이었다. 하청업체 완장찬 관리자의 끝발이 대단한 곳이었다. 그의 말이 곧 법이고 규칙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관리하는 근로기준법도 그곳엔 통하는거 같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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