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강에는 해마다 다시 놓는 다리가 있다
[한국의 풍물 12] 자연을 이용한 섶다리
▲ 섶다리2008년 11월 30일의 섶다리.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2리 평창강에 놓인 섶다리 ⓒ 하주성
사람들이 물을 건너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다리이다. 다리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단순히 물을 건너기 위한 방법으로 설치를 한 것만이 아니고,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도 다리가 놓여졌다. 이러한 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게 되면서, 그 다리에 얽힌 제의적 사고도 생겨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단순히 물을 건너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만 하지 않았다. 그 다리(橋)와 다리(脚)가 같은 '다리'라는 음을 갖고 있다고 하여, 다리(물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면 다리(신체의 일부)가 건강해 진다는 제의적 사고를 생각해 낸다. 그러한 것이 연초에 전국의 다리에서 베풀어지는 '다리밟기'라는 민속을 창출하게 된다.
▲ 섶다리섶다리는 소나무 등을 이용해 가설하는 다리이다 ⓒ 하주성
많은 다리는 나름대로의 이용가치가 있다.
전국에 크고 작은 내에 걸리는 수많은 다리. 그 다리의 형태는 다양하다. 석조로 된 다리가 있는가 하면, 목조로 된 다리가 있다. 때로는 배를 이어서 다리를 놓는 '부교'도 사용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다리의 형태들은 모두 각각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많은 다리들은 끊어진 길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 2리에는 특별한 다리가 있다. 그 특별한 다리를 보기 위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찾아든다. 판운 2리는 아름다운 평창강이 흐르고 있고, 주변의 산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마동, 밤뒤, 사천, 모란으로 구분 된 네 곳의 동네가 모여 있는 한적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섶다리'라고 부르는 다리를 놓는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평창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섶'이란 잎나무나 풋나무 등 땔감을 통 털어 이르는 말과, 물고기기 많이 모이거나 김 등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물속에 쌓아두는 나뭇더미를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 섶다리Y 자형의 나무를 이용해 강바닥에 고정시킨다 ⓒ 하주성
▲ 통나무소나무 등 잔 가지가 많은 것을 잘라 서로 연결을 한다 ⓒ 하주성
섶다리는 한시적인 다리
판운리 앞 평창강에 놓이는 섶다리는 소나무 등을 이용해 가설한다. 이 다리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여름 장마가 끝나고 나면 가설을 해 다음해 장마 전까지 사람들이 이용을 하게 된다. 장마철이 되면 평창강에 물이 불어 다리가 떠내려가기 때문이다. 하기에 이 섶다리는 한시적인 다리로 매년 새로운 다리가 놓이게 된다.
알고 보면 섶다리 만큼 자연친화적인 다리도 없다는 생각이다. 일 년 동안 이렇게 평창강에 가설을 해 놓은 다리가, 장마철에 떠내려가게 되면 많은 물고기들이 그 나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주민들은 매년 힘을 들여 이 다리를 놓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이 섶다리 하나를 갖고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니 일석이조라고 할 밖에.
▲ 섶다리잔가지를 통나무 위에 덮고 그 위를 흙으로 덮으면 섶다리가 완성이 된다 ⓒ 하주성
Y자 받침에 올린 통나무
섶다리는 마을 주민들에 의해서 가설이 된다. 먼저 강바닥에 세울 수 있는 Y자 형의 적당히 굵은 나뭇가지들을 자른다. 그것을 강바닥에 갈라진 곳에 세우고, 그 위에 소나무 등을 베어 가로 지른다. 그 가로지른 막대 위에 다시 앞뒤로 통나무를 놓아나간다. 그 다음에는 잔가지를 통나무 위에 얹는다.
끝으로 잔가지 위에 흙을 덮으면 섶다리는 완성이 된다. 섶다리를 건너면 기분이 좋은 것은 그 다리가 약간의 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 넓지 않은 평창강에 놓이는 섶다리. 밑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여유 있게 나무로 된 교각을 싸안고 유영을 하는 물고기 떼들이 있어 좋다. 이러한 섶다리 하나만으로도 지금은 관광자원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자연이 인간들을 살리는 모습이다.
▲ 섶다리섶다리는 맑은 평창강과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과 같은 정경을 만든다. 선조들의 창의적인 면목을 볼 수 있는 다리이다. ⓒ 하주성
섶다리를 보면 참으로 선조들의 깊은 생각을 알 수가 있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대단히 창의적인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는 것을 마다하고, 수없이 놓이고 있는 시멘트다리를 보면서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물을 건너는 다리는 사람의 다리라는데, 그 다리를 시멘트로 발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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