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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자동차용품점 사장님"

자동차용품점 꾸려 두 자녀 대학공부 시킨 여사장 정옥자씨

등록|2011.02.13 11:58 수정|2011.02.13 11:58

작업 중작년 여름에 선팅 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젠 이런 작업은 아주 쉬운 일 중 하나다. ⓒ 송상호



안성의 입구 안성 IC 근처에 자리 잡은 가디안 자동차용품점. 여기에 가면 남성들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을 이어가는 열혈 여성이 있다. 바로 4년째 자동차용품점을 홀로 운영하는 정옥자씨(50세)다.

자동차용품점이라니까 자동차용품만 앉아서 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웬만한 자동차용품을 직접 장착해주는 일을 한다. 지프 RV 차량 등의 '하드 탑' 장착이 주 종목이라는 이집. 범퍼도 갈아주고, 라이트도 갈아준다. 자동차 유리 선팅은 물론이고 웬만한 카센터에서 하는 간단한 작업도 해준다.

특히 '하드 탑' 장착은 장난이 아니다. 그 무게가 무거워서 여성 혼자서 들어올리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 작업을 할 때면 주변의 아는 사람을 불러서 함께 '하드 탑'을 올린다. 정옥자씨는 주변의 그런 도움들을 항상 고마워한다.


여성이니까 더 꼼꼼하고 깔끔하다는 손님들

그녀가 이런 일을 개업 할 때부터 할 줄 알았던 게 아니다. 첨엔 무작정 가게를 열고, 기사를 두어 시작했다. 기사가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익힌 실력으로 하게 되었다고. 원래 자신이 눈썰미가 좋은 편이라며 머쓱한 웃음을 웃는다.

주 작업자동차용품점이라고 해서 앉아서 팔기만 하지 않는다. 이 집 주 작업이 이런 지프차 들의 뒤에 하드 탑을 장착하는 것이란다. 이것을 여성 혼자서 해내오고 있었다. ⓒ 송상호



정옥자씨가 상대하는 고객들은 거의 남성이다. 여성이 하니까 제대로 못 할 거라는 남성부터, 여성이 혼자 하니까 안쓰럽다며 도와주려는 남성까지 별의별 손님들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끝내놓고 나면 "여성이 하니까 훨씬 꼼꼼하고 깔끔하게 잘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여성 특유의 친절함으로 인해 그 집에 가면 편안하다는 입소문도 났다. 거기다가 억지를 부리는 손님에게도 맞대응을 하지 않는 부드러운 자세가 단골을 만들어 내었단다. 여자 사장이라고 하니 한 번 보고 싶어서 오는 손님도 있다고. 그만큼 이 계통에선 여자 사장은 드물기 때문이다. 

'어머니 파워'를 발휘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이런 그녀에게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99년도에 남편을 사별하고 두 아들(당시 중1과 중3)을 교육해야하는 위기에 처했던 것. 대한민국 여성 특유의 '어머니 파워'를 발휘하게 되었다. '카오디오' 생산 공장에 취직을 했다. 거기서 8년간 생산라인 직원 150여 명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런 자신감이 토대가 되어 자동차용품점에 손을 대게 된 것. 직장 생활 월급으로는 두 자녀를 대학졸업 못 시키겠다는 위기감에서였다. 그녀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운명까지 달려 있었으니.

점포 내부여기가 정옥자 씨가 4년동안 꾸려온 자동차용품점 내부다. 넓은 공간에 차를 들여 작업을 하곤 한다. ⓒ 송상호



자본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살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 집을 전세로 주고 사글세  집으로 이사를 했다. 돈을 빌려 사업자금을 충당했다. 자동차용품 사업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지금의 점포 자리도 입지조건이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주변에서는 여자가 혼자서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의 눈초리가 많았다.


역경 딛고 두 아들 대학 졸업 시켜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 누구도 그녀의 선택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 큰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닌다. 작은 아들은 군을 제대하고 대학 졸업반이다. 현재 작은아들은  어머니의 기술을 전수받으려고 현재의 자동차용품점에서 어머니와 함께 동역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빚도 청산했다. 얼마 있으면 전세 주었던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런 그녀가 두 자녀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단다. 역경을 어떻게 딛고 일어섰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말이 아닐까.

 "사람이란 위만 쳐다보고 살면 실망한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음을 항상 기억해라. 그래도 우리는 먹고 살 수 있으니 감사하며 살아라."

어머니와 아들어머니 정옥자 씨와 작은 아들 안재생 씨다. 큰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고, 작은 아들은 군에 갔다와서 대학 졸업반이다. 현재 어머니로부터 자동차용품점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1일 정옥자씨가 운영하는 자동차용품점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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