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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동굴 속의 탱고 (47)

47. 바다와 입

등록|2011.02.13 17:14 수정|2011.02.13 17:14
47. 바다와 입

너의 욕망. ⓒ 일러스트 - 조을영


"저 남자는 저기 왜 간 거래?"

조제는 터져나오는 고함을 겨우 집어삼키며 입을 열었다.그리고 우리 셋은 바짝 긴장한 채로 해변의 얕은 물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흰갈매기는 제법 많은 많은 피를 흘린듯 보였고 열망사냥꾼의 침으로 범벅이 된 입속에서 이젠 포기한 것 처럼 가늘게 실눈만 뜨고 있었다. 놈이 해안 절벽 밑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노란 꽃들의 덤불을 지나자 피의 소나기를 흠뻑 맞은 가엾은 꽃들은 조금 초췌한 모습이 되었다.

열망사냥꾼은 이제 조금 힘이 들었는지 숨소리가 가빠지기 시작했다. 가르릉 거리는 쇳소리가 점점 격앙되더니 어느 순간에는 철길을 지나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귓전을 때릴 때 처럼 파괴적인 괴성이 되어버렸다. 일순간 놈은 발밑의 꽃덤불을 내려다보더니 잠시 주춤했다. 그리곤 짓밟아 뭉개놓은 꽃무덤을 비집고 그 징그러운 팔뚝으로 꽃들을 마구 뜯어내더니 입안으로 우걱우걱 집어 넣었다. 그 틈에 흰갈매기는 놈의 입속으로 거의 반 이상이 들어가서 이젠 그의 두개의 팔뚝만이 놈의 입가에 축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망사냥꾼은 쉼없이 애처로운 꽃들을 뜯어 삼켰다. 당체 잡식성 동물인 것만은 분명한 듯했다.

"아저씨, 어쩌죠? 흰갈매기를 그냥 둘순 없잖아요."

나는 물끄러미 인형웨이터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셔츠 앞섶에 묻은 얼룩을 물끄러미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맞아.하지만 열망사냥꾼의 독이 이미 몸 안에 완전히 퍼졌을지도 모르니 구해놔도 그는 아마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몰라잉."
그러자 조제는 별 시덥잫은 말투로 재빨리 뒷말을 받아챘다.

"그래봐야 죽지도 않는 허상의 집합체 아니겠어? 페르도나 마을 사람들 처럼.."
"아냐, 흰갈매기는 너희들이랑 똑같은 사람이란 말양.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위험해지는 건 똑같아."
"흰갈매기... 여기 사람 아니었어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인형웨이터는 더 이상 말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를 담아 아기인형 처럼 고개를 내젓더니 재빠르게 우리를 잡아끌고는 창공을 향해 발을 탄력있게 밀쳐나갔다. 덩달아 우리도 매달려서는 있는 힘껏 발을 굴렀다. 우리가 밤바다의 끝없이 깊은 어둠을 헤쳐나가는 물고기처럼 푸른 어둠을 날아서 해안 절벽 아래에 닿았을때 열망 사냥꾼은 꽃덤불의 숲에서 쇳소리를 섞어서 코를 골고 있었다.

놈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하건 아랑곳없이 바다는 크고 넓고 평화로웠다. 끝없이 철썩이는 물결만을 지상으로 불러왔고 그럼에 따라 놈의 발은 초여름밤의 습기 속에 담뿍 젖어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곁에 섰을때 인형웨이터는 놈의 옆구리께에 살그머니 손을 댔다. 그리고 조금의 미동도 느껴지지 않자 그는 우리의 손을 잡고 놈의 입 쪽으로 다가갔다.

"이쁜이는 내옆에 붙어서서 흰갈매기를 함께 꺼내자. 초록머린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가져와봥."
인형웨이터의 말에 우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제가 끌고 온 굵은 나무가지는 지렛대처럼 놈의 입언저리에 걸쳐졌다. 어림도 없겠다 여겼지만 때마침 굵은 침방울과 함께 놈의 입이 슬쩍 벌어졌을때 재빨리 이빨 사이에  나뭇가지를 걸쳤다.

"아웅, 나의 소중한 드레스가 엉망이잖앙. 일단 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서 놈의 몸을 밀어내 볼 테니 다들 힘껏 당겨줘어."
인형웨이터는 종이접듯 납작하게 몸을 이리저리 접더니 벌어진 놈의 입속으로 슬쩍 끼워들어갔다. 

"이럴 땐 그 괴상한 몸도 제법 쓸모있군요."
하며 조제가 빈정거리자 인형웨이터는 눈을 살짝 흘기며 있는 힘을 다 짜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조제도 그를 거들어서 놈의 입속으로 인형웨이터를 구겨넣었다.
"이빨에 긁히지 않게 살살 밀어요."

내가 속닥거리자 인형웨이터는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는 흰갈매기를 살며시 밀어내기 시작했다.
"기집애야, 힘을 쓰는 거야, 마는 거야?저녁까지 와인 마시면서 혼자 안주발 세웠으면 힘좀 써봐. 뭐하는 거야!"
조제는 낑낑거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가만 있어봐, 놈이 눈을 떴어. 아..아저씨, 어째요?"
그리고 다음 순간 열망사냥꾼은 그 선명하고 타오르는 선홍빛의 눈을 부릅뜨고는 침으로 범벅이 된 입을 벌려서 그 안에든 길고 징그러운 혀를 내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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