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구제역 때문에 생긴말, 금겹살을 아시나요?

값오른 삼겹살, 그래도 가족의 정은 익어갑니다

등록|2011.02.14 15:48 수정|2011.02.14 17:23

▲ 값오른 삼겹살, 돼지고기 두근에 4만3천원 ⓒ 심명남


구제역 파동이후 삼겹살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구제역에 대한 피해가 단순히 축산농가에만 미칠 줄 알았더니 그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전라도와 제주도를 빼고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 등 가축들이 생매장 되었습니다. 사실 미안하지만 농사나 가축을 키우지 않아 구제역에 대해 별 신경 안쓰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피해는 이미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서민들의 삶에도 스폰지처럼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삼겹살 파티를 통해 알게 되었죠. 삼겹살이 금겹살이다는 사실을.

주말을 맞아 아이들이 외식을 하자고 졸라댑니다. 밖에서 삼겹살을 사달라고 합니다. 서민 음식중 가격대비 가장 든든히 몸보신을 할 수 있는 음식은 지금까지는 그래도 단연 삼겹살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제역이 휩쓸고 간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삼겹살 값이 많이 올랐다는 소문은 익히 알고 있던 터입니다. 시내 삼겹살 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른 고깃값 때문에 장사가 어렵다고 하소연입니다. 너무 고깃값이 치솟아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장사가 어렵다고 합니다. 야채농가 또한 삼겹살 집이 안되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삼겹살 파티를 위해 집에서 차린 메뉴입니다. ⓒ 심명남


우리가족은 마트에서 삼겹살을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기로 했죠. 삼겹살을 좋아해 배불리 먹으려면 족히 두근 이상은 사야 합니다. 두근 반 정도가 딱입니다. 그러니까 식당 기준 7~8인분은 먹어야 식성이 풀립니다. 씨름선수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식당에서 이 정도면 가격이 꽤 나오죠^^

그럼 5인 가족이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려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할까요?

약 오만오천 원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우리집 식구는 저를 비롯해 아내와 중3 올라가는 큰딸, 초등 6학년 둘째 딸, 초등 3학년 막내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참 클 때라서인지 어른 못지않게 잘 먹는 편입니다. 

삼겹살과 그에 따른 채소 등 몇 가지를 샀더니 이만큼 나왔습니다. 깜짝 놀란 것은 돼지고기 가격입니다. 할인행사로 판매되고 있는 돼지고기 값은 100g에 3560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타 마트값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곳에는 100g에 3180원인데 왜 이리 비싸냐고 했더니 그 가격에 맞춰준다고 하더군요. 그 삼겹살은 매장에서 제일 잘 팔린다는 지리산 매실포크 돼지고기였습니다. 할인이 되었지만 두어달 전보다 약 1.5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나마 가격이 저렴하다는 대형할인매장의 가격이 말입니다. ▲ 매실포크 삼겹살 두근(4만3184원) ▲ 상치(2724원) ▲ 송이버섯(3980) ▲ 고추(1800) ▲ 막걸리(1350원) ▲ 게토레이 음료수(1840원)등 입니다. 물론 마늘과 양파 등은 집에 있는 것을 대신했죠.

역시 가격이 오르면 입맛도 좋은 법인가 봅니다. 그래서 없이사는 집 아이들이 항상 배가 더 고픈가 봅니다. 잘 달구어진 불판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매실포크 삼겹살은 그야말로 군침을 돌게 합니다. 아이들은 고기가 너무 맛있다고 난리입니다.

▲ 매실포크 삼겹살이 불판에서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 심명남


▲ 잘익은 삼겹살을 한입에 싸 먹으면 그맛이 환상입니다. ⓒ 심명남


"아빠 골드 포크가 뭔지 알아?"
"멧돼지 아니 황금돼지"
"에이~ 아빠는 그것에 몰라?"
"그럼 뭔데?"
"그것은 바로 황금 삼겹살, 금! 겹! 살!"

2학년 때부터 영어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막내 아들 진혁이의 말이었습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돼지고기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습니다.

"거 참 말되네....맞다, 돼지고기 값이 금값이니 영락없이 황금삼겹살 금겹살이 맞네 그려, 허허허"

식탁에 빙 둘러 앉은 아이들은 금겹살에 푹 빠졌습니다. 몸값 오른 돼지고기 덕에 가족의 정이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두배로 치솟은 고기 탓에 삼겹살 파티도 이제 그 횟수를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늘 변함없이 서민들의 음식으로 자리해 왔던 삼겹살. 어서 구제역 피해가 해소되어 부담없는 가격에 삼겹살을 맘껏 먹을 수 있는 봄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