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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평준화 지정권 시·도 이양 위헌 소지"

경기·강원교육청 "교육의 정치예속화" 우려

등록|2011.02.14 20:08 수정|2011.02.14 20:08

▲ 교육과학기술부가 14일 고교평준화 지정권한을 각 시·도로 이양하는 내용의 법령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경기·강원도교육청이 교육의 정치적 예속화를 우려하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 김한영


교육과학기술부가 14일 고교평준화 지정권한을 각 시·도로 이양하는 내용의 법령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최근 평준화 지정 문제로 교과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경기·강원도교육청이 교육의 정치적 예속화를 우려하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과부는 이날 평준화의 최종 지정권한을 현재 교과부 장관에서 각 시·도로 이양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평준화 지정 여부를 각 시·도의회에서 조례로 정하게 된다.

지금까지 평준화 지정은 시·도교육감이 평준화 시행 준비를 거쳐 교과부에 '교육감이 고교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교과부령)의 개정을 신청하면 교과부 장관이 이를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절차로 진행돼 왔다.

시·도 조례로 결정... 주민 2/3 찬성 등 요건·절차 규정

개정안은 또 평준화 지역을 지정할 경우 학생들의 통학편의, 중학교 졸업생과 고교입학 정원의 균형, 해당 지역 학생·학부모 등 지역주민의 3분의 2 이상 찬성 등 3가지 요건을 갖추도록 했으며, 타당성 조사와 공청회, 여론조사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경우 학군설정과 학생 배정방법, 교육격차해소 계획, 기피학교 처리 계획, 교육과정 운영지원 계획 등을 함께 검토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오는 3월 8일까지 개정안의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되는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평준화를 지역 특성과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시·도가 자율적으로 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평준화를 도입을 놓고 교과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경기·강원도교육청은 평준화 지정권한이 시·도교육감이 아닌 시·도 조례로 이양될 경우 평준화 지정 문제가 시·도 의회에서 정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조병래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평준화는 그동안 국회가 아닌 교과부 장관이 교과부령으로 정해왔다"면서 "평준화 지정권한은 이에 맞게 시·도의회가 아니라 교육감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그래야만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상황에 좌우 혼란 우려...교육감에게 이양해야"

이어 "자율형 사립고·특수목적고 등 다양한 고교의 지정·고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고, 이를 심의하기 위한 지정·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면서 "평준화도 같은 맥락에서 교육감 소관 사무로 두고, 평준화 지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경기도교육청이 재신청한 2012년 3개 지역 평준화 도입을 위한 교과부령 개정요청은 개정안에도 부합하고, 현행 법령에 입각해 충실하게 준비했다"면서 "법령개정에 앞서 교과부령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14일 고교평준화 지정권한을 각 시·도로 이양하는 내용의 법령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경기·강원도교육청이 교육의 정치적 예속화를 우려하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경기고교평준화시민연대의 평준화 지정촉구 결의대회 모습. ⓒ 경기고교평준화시민연대


강원도교육청도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지방교육자치 취지와 헌법 및 현행 법률을 모두 존중하기 위해서는 평준화 지정권을 주민직선 교육감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교육청은 그러면서 "평준화를 시·도 조례로 이양할 경우 교육정책이 정치에 예속될 우려가 있고, 평준화 문제가 각 지역의 정치적인 상황에 좌우돼 현장 교사와 학생·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줄 우려가 높다"면서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어긋나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법령개정안은 시·도의회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들어 지역 특성에 맞게 평준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법령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면 입법예고기간에 의견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2012년 광명·안산·의정부 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을 위해 지난 11일 교과부에 교과부령 개정을 다시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3곳 평준화 재신청...교과부, 부정적 견해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령 개정을 재신청한 것은 교과부가 지난 1월 25일 교과부령 개정 신청(2010년 10월)에 대해 준비부족을 이유로 반려하면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추진할 것을 주문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가 준비부족으로 지적했던 ▲ 입학전형방법 및 학군설정 ▲ 학생배정방법 ▲ 평준화 비적용 학교 지정 계획 ▲ 과대·과밀학교 해소 ▲ 기피학교 지원 및 교육격차 해소 대책 등에 대한 보완자료를 지난 11일 교과부에 제출하고, 입학전형 기본계획 공고 법정시한인 오는 3월 31일까지 교과부령을 개정해 주도록 요청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의 부령 개정 반려 사유는 법리와 상식상 교과부령 개정 신청과 무관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서 "(교과부의 지적 사항들은) 도교육청이 평준화 제도 도입을 위해 이미 계획을 세워 상당한 단계까지 추진하고 있는 사항들"이라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도 내년부터 춘천·원주·강릉 등 3개 지역 평준화를 도입하기 위해 오는 20일을 전후해 교과부에 교과부령 개정을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일단 부령개정 재신청이 들어온 만큼 검토는 하겠다"면서도 "이미 교과부에서 검토를 마치고 준비미흡으로 반려된 사안을 다시 신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달 25일 경기·강원도교육청이 내년부터 6개 지역 평준화를 위해 신청한 교과부령 개정을 준비가 미흡하다며 거부해 두 교육청과 시민단체들은 "교과부의 준비부족 주장은 구실에 불과하다"면서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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