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아줌마의 눈물? 정부도 이지경인데 재향군인회, 과천청사 30년 청소 용역 독점
[집중취재⑦] 정부 17개 부처 청소노동자 실태조사... 문광부만 '직접 고용'
▲ 정부중앙청사, 정부과천청사, 정부대전청사 등의 청소업무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청사관리소 웹사이트 ⓒ 인터넷 갈무리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정부청사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청사에서 용역업체에 위탁해 고용 불안이 높았고,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서울지역 28개 사립대학과 25개 구청 청소노동자들에 처우를 집중 취재한 데 이어 정부 17개 부처(15부, 2처)가 입주해 있는 각 청사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청사의 청소업무는 용역업체에 위탁되고 있었다.
특히 정부 과천청사는 1982년부터 30년 동안 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가 청소 용역을 독점 위탁받고 있으며, 임금 수준은 다른 청사에 비해 낮았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일하게 용역 위탁을 하지 않고 모든 청소인력을 직접고용하고 있었으며 임금도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정부 15개 부와 2개 처를 대상으로 2월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으며, 담당부서와 용역업체에 전화 전수조사를 실시해 청소노동자 고용형태, 근무인원, 임금, 근무조건, 식대지급 여부, 휴게실 유무 등을 조사했다.
청사 세 곳 모두 용역업체에 청소업무 위탁
정부중앙청사(광화문), 정부과천청사, 정부대전청사 등의 청소업무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청사관리소에서 청소 업무를 일괄 관리하고 있다. 세 곳은 모두 각기 다른 업체에 청소업무를 용역 위탁했다. 다만 대전청사의 경우 입주기관이 병무청·조달청 등 모두 '청'급으로 '부', '처'가 속해 있지 않아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밖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접 고용, 국가보훈처는 기능직 공무원과 용역 위탁을 병행했다. 청사와 독립된 민간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청소노동자 고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관리비를 내면 건물주가 청소 용역을 쓰는 형태였다.
국방부는 재향군인회에 용역 위탁을 하고 있었으나 보안 문제를 이유로 청소노동자 처우를 묻는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방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인원, 임금 수준, 근로 조건 등을 조사기간 내에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17개 정부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는 총 226명으로, 중앙청사 105명, 과천청사 108명, 문화체육관광부 9명, 국가보훈처 4명 등 12개 부처가 입주해 있는 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 집중돼 있었다.
직접 고용한 문화체육관광부 임금 제일 높아
▲ ⓒ 이은영
대부분의 부처가 주 40시간 근무기준 최저임금인 월 86만 원(2010년 기준)을 상회했지만 과천청사 청소노동자들의 기본급은 82만 원(남성 기준)으로 이에 못 미쳤다. 청사관리소 자료에 따르면 각종 수당이 붙어 과천청사 노동자들은 100만 원(남성 기준)을 조금 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4대보험 등 일괄 공제 금액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천청사에서 일하고 있는 재향군인회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에도 문의했지만 남성은 급여 총액이 약 104만 원, 여성은 약 98만 원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 대학과 구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약 10만 원 가량이 4대 보험 등으로 공제되는 것을 감안할 때 과천청사의 임금 실수령액은 90만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임금 수준이 가장 열악했던 대학 청소노동자보다는 높지만 서울 25개 구청 평균(101만 원)보다는 낮다.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청사 특성상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휴일근무수당을 많다고 하지만 이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 시에 발생하는 초과수당이다.
같은 용역 형태임에도 중앙청사의 임금은 과천청사보다 높았다. 남성 노동자의 기본급 100만 원으로 수당을 합쳐 월 급여 117만 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가보훈처(국무총리 직속기구)는 용역 노동자와 기능직 공무원이 혼재돼 있었다. 용역 여성노동자는 기본급 89만 원에 월 급여 99만 원으로 과천청사와 비슷했다. 기능직 공무원에게는 공무원 보수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용역 인원과 임금 격차가 100만 원 이상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인 정부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용역 위탁을 하지 않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타 부처에 비해 임금이 높았다. 용역업체가 알선 수수료와 관리비 형태로 가져가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남성 노동자의 경우 기본급 111만 원에 월 급여 139만 원으로 과천청사와는 30여만 원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관 건물 외에 문화정책관 건물에는 일용직 1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임금은 일급으로 5만5000원(월 20일 근무에 110만 원)이었다.
용역 계약은 3년, 근로계약은 1년?
청소노동자 고용 계약 기간은 대부분 1년으로 돼 있었다. 과천청사의 경우 재향군인회는 청사관리소 측과 3년 단위로 용역 위탁계약을 맺지만 개별 노동자들과는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있었다.
반면에 중앙청사 용역 업체 백상기업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백상기업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노동자 8명 중 3명은 무기계약으로, 5명은 1년 단위 계약이었다. 1년 계약인 이들도 2년 이상 근무하게 될 경우 비정규직보호법에 의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 국가보훈처 역시 1년 단위로 용역 계약을 하고 있어 업체가 변경될 경우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
출·퇴근 시간은 담당구역에 따라 각기 달랐지만 모든 조사 기관에서 주5일, 일일 8시간 근무 조건은 대부분 지키고 있었다. 남녀가 구분된 휴게실이 갖춰져 있고 냉난방 상황도 비교적 양호했다. 대부분 부처에서는 식대를 급여에 포함해 지급했고, 청소노동자들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구내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방법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과도한 취재제한, '청소노동자 인원'도 보안?
▲ 과천정부종합청사내 공정거래위원회,환경부,노동부 건물 모습. ⓒ 권우성
결과적으로, 정부부처의 청소노동자들도 용역업체와의 계약으로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 정도로 낮고 고용 불안이 계속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해 열악한 상황에 있는 대학청소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특히 정부부처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공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접채용을 실시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하고 청사관리소가 담당하는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 국방부는 '보안사안'이라며 알려줄 수 없다고 못 박았고, 국가보훈처는 공문을 보내면 선별해서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앙청사와 국가보훈처는 재차 전화통화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지만 재향군인회가 용역을 맡고 있는 과천청사와 국방부는 끝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가 과천청사를 방문했을 당시 안내소가 있는 건물(안내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입단속까지 시킨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재향군인회 측에 과천청사 청소노동자 실태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 요청했지만 직접 찾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만난 관계자는 "과천청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가 알려지면 경쟁 입찰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일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다만 전화통화로 설명했던 남성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맞는지 사실 여부만 확인했다.
재향군인회 담당자가 정보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지난 2005년 청소노동자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향군인회는 2004년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에 의해 수의계약 특혜 의혹이 지적된 바 있다. 이후 과천청사 청소 용역 업체 선정이 공개경쟁 입찰로 바뀌었으나 다시 재향군인회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수의계약이 경쟁 입찰로 바뀌면서 입찰 금액이 낮아졌고 재향군인회 측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인원을 줄여 차액을 보존하려 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금삭감, 근로계약서 강제작성, 부당전직 등에 항의하며 과천청사의 여성 청소노동자들 80여 명이 5일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처우 문제, 정부부터 기준 세워야
과천청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홍익대학교 사건 이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용역업체의 과도한 중간착취와 원청의 예산절감 방침이 결합해 문제가 지적돼 온 것.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용역 계약을 맺을 때 책정돼 있는 인건비 액수 그대로 지출한다"고 밝혔지만, 청사관리소 측은 반대로 "총액계약을 하기 때문에 인건비 지급은 우리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직접채용 전환 등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직접채용하면 공무원 정원에 따라야 하는데, 전체 공무원 수도 줄이고 있는 추세에서 저 많은 인원을 어떻게 직접채용하냐"며 "임금에 대하 부분은 전적으로 업체 소관이고, 이미 계약기간 중이기 때문에 임금을 따로 올릴 수도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향군인회가 이윤을 남기는 단체가 아니고 복지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처우가 괜찮고 청소원들과 소통하며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진령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국장은 "용역 위탁에서 업체가 어느 정도의 이윤을 취하든 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며 "업체는 적은 인원을 사용할수록, 임금을 적게 줄수록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밖에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국장은 이어 "대부분의 용역 계약이 경쟁입찰(제안서 입찰)을 통한 최저가 낙찰로 이뤄지고 있는데, 비용만 따지게 되다 보니 노동자들의 처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고용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용역을 유지해야 한다면 광주 서구 등에서 시행한 '계약준수제'가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준수제'는 공공기관과 용역업체가 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고용인원, 임금수준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형태를 말한다. 업체가 이런 사안을 지켜야만 계약이 가능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대표격인 정부청사부터 청소노동자 처우에 대한 최저 기준을 정하고 복지 시설을 확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