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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24공구에서 288억원 사라졌다"  대형건설사들, 4대강현장서 혈세 '꿀꺽'

[단독] 경실련-건설노조 입수 '도급내역서' 분석... 건설사들 "사실과 달라"

등록|2011.02.16 21:00 수정|2011.02.17 09:29

▲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 낙동강 24공구 현장에서 계약보다 인력과 장비를 적게 투입하는 방식으로 6개월 간 288억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사업 현장 모습. ⓒ 국토해양부 4대강 추진본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력 등을 당초 계약보다 적게 투입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이들 회사들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주요 4대강 사업장에서 적게는 25억 원에서 많게는 288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대우건설이 사업을 진행 중인 낙동강 24공구의 경우, 당초 계약보다 적게 투입된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28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3공구(대림산업), 한강 4공구(삼성물산), 금강 6공구(GS건설), 금강 7공구(SK건설), 낙동강 32공구(두산건설), 낙동강 33공구(현대산업개발) 등에서도 계약보다 100억 원 이상 적은 금액의 인력과 장비만 투입됐다.

이 같은 사실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건설노조가 입수한 도급내역서(사업 세부내역이 담긴 정부-건설사 간 계약서)와 지난해 1~6월 작업일보(공사현황을 기록한 일지)를 <오마이뉴스>가 비교해 분석한 것에 따른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오마이뉴스>는 15일 국토해양부 소관 168개 4대강 사업장에서 계약 내용(29000여 명의 인력과 13000여 대의 장비)보다 적은 9000여 명의 인력과 5000여 대의 장비만 투입되면서, 대형건설사가 약 2조 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4대강 인부 2만 명-장비 8천 대가 사라졌다).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대우건설·대림산업 등 이익 챙겨

▲ 삼성물산은 4대강 사업 한강 4공구 현장에서 계약보다 인력과 장비를 적게 투입하는 방식으로 6개월 간 145억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사업 현장 모습. ⓒ 국토해양부 4대강 추진본부


우선, 도급내역서와 작업일보를 통한 직접 비교 분석이 가능한 12곳의 대형건설사 수주 사업장 중에서 가장 많은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사라진 곳은 낙동강 24공구다.

지난 2010년 1~6월 작업일보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이곳에서 매일 평균 258명의 노동자가 일했다. 하지만 당초 도급내역서에는 285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건설노동자 1346명이 고용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결국 계약인력의 81%인 1088명 분의 인건비 155억 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장비 임대료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도급내역서에 따르면, 낙동강 24공구에는 연간 임대료 5730만 원인 장비 614대가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2010년 1~6월 계약 장비의 24%인 148대만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466대 분의 장비 임대료는 6개월간 약 133억 원에 달한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2010년 1~6월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합쳐 모두 288억 원이 사라졌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원청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2년의 사업기간 동안 실제 투입인력이 2010년 1~6월 작업일보와 같다면,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는 11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역시 6개월간 한강 4공구에서 계약 대비 인력의 28%, 장비의 49%만 실제 현장에 투입했다.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합하면, 모두 145억 원이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도 한강 3공구에서 152억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GS건설의 금강 6공구는 계약 대비 실제 투입한 인력과 장비 비율이 가장 낮았다. 금강 6공구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매일 887명의 인력과 279대의 장비가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인력(106명)과 장비(65대)는 각각 계약의 12%, 23%만 투입됐다. 6개월간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는 모두 171억 원이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대형 건설사들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배경에 대해 "턴키 입찰로 실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업을 수주한 원청 건설사는 정작 하청업자 입찰은 철저히 가격경쟁방식을 적용해 시장 가격 수준 이하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 선대식



▲ ⓒ 선대식


건설사 "확인해 줄 수 없다"... 국토부 "사실 다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 요청에 대해 극구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실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자료 공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한 건설사일 뿐 대표하는 곳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GS건설도 "시공사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고, 대림산업은 "개별기업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 역시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현장에서 잘 모르는 내용이다, 확인 중에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과 장비 업자들은 기회를 얻은 것"이라며 "그 사람들도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 아니냐, 또한 건설사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국토해양부 4대강 추진본부도 "대형건설사들이 사라진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챙겼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추진본부는 별도의 해명자료에서 "지난해 10월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 12월에는 일평균 1만9000명 이상이 투입됐고, 야간작업을 고려할 경우 일 평균 투입인력은 (계약 내용과 비슷한) 2만8000명 수준"이라며 "장비 역시 야간작업을 고려할 경우, (계약 내용과 비슷한) 일평균 1만2000대가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추진본부 관계자는 "경실련과 건설노조가 분석한 지난해 1~6월 작업일보는 공사 진척 속도가 늦은 때였기 때문에 계약과 차이가 난 것"이라며 "또한 장비의 경우, 계약보다 더 좋은 성능의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입량과 계약 내용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근거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변재영 추진본부 사업지원1팀장은 "상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고 있다, 데이터가 방대하기 때문에 수일 내에 나오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성달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2010년 12월 일평균 2만8000명을 투입됐다고 하는데, 이는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최대치개념"이라며 "결국 사업기간 2년 동안 일평균 투입인력은 2만800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또한 "정부는 4대강 사업에서 수 조 원의 공사비가 제대로 투입되고 낭비되지 않는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의 모든 작업일보를 공개하고, 원청 대기업에 지급된 세금(공사비)이 인건비와 장비임대료로 제대로 지급되었는지에 대한 공동 검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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