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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굴 구이와 굴죽

"역시 재료가 신선해야 제 맛이 난다니까요"

등록|2011.02.18 09:56 수정|2011.02.18 09:56

▲ 겨울철 별미 굴 구이. ⓒ 임현철


"오늘은 굴 구이 먹을까?"

지인의 구미 당기는 제안입니다. 맛있는 거 먹자는데 튕길 수야 없지요. 바닷가에 살면서도 비릿한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굴 구이는 이럴 때 제격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대학 다닐 때 서울에서 기차 타고 고향에 내려올 때의 향수입니다. 기차가 순천역을 통과하면 여지없이 비릿한 고향의 정겨운 바다 향기가 코를 간질거렸지요. 그러면 '아 내 고향이 가까웠구나!' 했습니다. 

전라선의 종착역인 여수는 전라선 최고의 절경이 있습니다. 그곳은 모래사장과 절벽,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이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만성리 해변입니다.

이는 마치 아이가 엄마의 품속을 파고드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굴 구이집 내부 풍경. ⓒ 임현철


▲ 밑반찬입니다. ⓒ 임현철


▲ 굴 전이 나오더군요. ⓒ 임현철


불판에 오른 굴 한판 후딱 해치우다!

여수 다문화가정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리틀 아시아' 컨설팅 차 내려온 서울 워커힐 호텔의 백석남 팀장 등과 함께 여수시 만성리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든 곳이 '유자가든'입니다. 시원한 만성리 해수욕장 풍경이 역시 아름답더군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터라 조금 한가하대요.

천정에는 굴 까는 장갑이 널려 있고, 창으로는 바다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서울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이다"며 깜짝 놀라대요.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풍경은 쉽게 접할 수 없지 않겠어요.

창가에 자릴 잡았습니다. 굴 까는데 필요한 칼과 장갑 접시 등이 먼저 나오더군요. 이어 굴 한판이 불판에 올랐습니다. 또 오이 피클, 동치미, 김치, 돌산갓김치가 나오데요. 특이한 건 다른 곳은 보통 생굴이 나오는데 여기는 굴 전 나오더군요.

굴이 익는 사이 바다 내음까지 함께 익더군요. 그 모습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더군요. 침만 꼴딱꼴딱 삼키며 굴이 익기를 손꼽아 기다렸지요.

▲ 여수의 굴 구이입니다. ⓒ 임현철


▲ 굴이 익자 뚜껑을 열었습니다. ⓒ 임현철


▲ 굴을 보자 침이 꼴딱 넘어가더군요. ⓒ 임현철


"역시 재료가 신선해야 제 맛이 난다니까요."

드디어 굴 판을 열었습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틈으로 입을 쩌억 벌린 굴을 보았습니다. 그 모양새가 '어서 날 맛있게 잡솨!'하는 것 같더군요. 잽싸게 장갑을 끼고 칼을 들었죠. 그리고 실한 굴을 골라 껍질을 깠습니다.

깐 굴을 초장에 찍었습니다. 초장에 목욕시킨 굴을 집어 입안에 쏙 넣었습니다. 바다 향이 초장과 버무러져 살살 녹더군요. 그 맛이 반했는지 워커힐 호텔의 백석남 팀장도 한 마디 하더군요. 

"굴 맛 죽이네요. 역시 재료가 신선해야 제 맛이 난다니까요."

후식으로 굴이 듬뿍 들어간 굴죽이 나왔습니다. 제철 음식을 따라갈 맛은 없는 것 같습니다.

▲ 굴을 초장에 목욕시켰습니다. ⓒ 임현철


▲ 후식으로 나온 굴죽입니다. ⓒ 임현철


▲ 바다의 우유 굴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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