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대혼란'속의 한국 꼬집다
[서평] 구제역 사태를 맞아 들여다보게 되는 앤드류 니키포록의 <대혼란>
▲ 스와핑, 섹스 등의 자극적인 단어로 장식되어 있는 표지.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모든것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 알마
작금의 사태는 어리석은 인간이 자인한 면이 깊다. 이를 깨닫게 된 것은 "구제역은 무서운 역병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부터이다.
구제역은 오늘날 이렇게 '무서운 역병'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미 수백 년 동안 소, 양, 돼지를 따라다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질병이다. 병의 진원지는 중동이나 소를 신성시해서 엄청난 소들이 모여 사는 인도라는 추측이 있다. 잘 쉬게 하면 낫던 병이 어찌 이리 큰 병이 되었을까. 이는 전적으로 집약화로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 축산방식 때문이다.
밀집된 곳에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고기'나 '알'을 키우는 방식에 몸도 마음도 약해진 동물들은 면역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질병을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항생제와 백신이 투여된다. 이는 전적으로 인간의 '고기를 향한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고기를 먹고 있고 이 수요를 위해 엄청난 양의 소와 돼지들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식욕을 채우기 위한 축산농가의 욕심, 과하게 많은 짐승들을 한정된 공간에 놓고 기르다보니 병은 '필연적'이 되어버렸다. 같은 구제역이라도 과거와는 느낌이 확연이 틀리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개별농가에서 '자가 치료'가 가능했던 병이 구제역 이었다. 관내의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농가는 "두 마리 기르는 소중에 한 마리에서 증상이 나타났고 이는 며칠 지나자 대수롭지도 않게 나아버렸다"고 몇 년 전의 경험을 술회하기도 했다.
구제역의 불길이 사방을 태우고 있는 가운데 아직 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책도 명확하지 못하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백신마저 신통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군 텃골 돼지농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직접 들여오다가 생기는 사고는 드물겠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여행가방, 차량, 포장음식 등) 들어올 수 있는 것이고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저자 앤드루 니키포록은 조류독감, 광우병, 곰팡이, 탄저균, 콜레라, 모기, 사스 등의 병원체에 대한 원인과 경과를 조목조목 따진다. '세계화'로 대표되는 세계무역으로 인한 병원이동과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세태를 원인으로 꼽는다. 구제역 재앙 세계기록을 세운 우리에겐 구제역에 관한 조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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