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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또 구제역 책임전가..."일부 축산인 해외여행 탓"

"농민 염장 지르는 발언 그만해라" ... 야당 일제히 반발

등록|2011.02.21 14:36 수정|2011.02.21 15:08

▲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동료의원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 남소연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번 구제역도 일부 축산인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발생했다"며 또 다시 구제역 발생 책임을 안동 축산 농가에게 전가했다.

21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김 원내대표는 "축산인 여러분께 고언 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에도 수십 명의 축산인이 동남아 관광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건 짚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축산 농가를 비난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축산인 여러분께서도 스스로의 안전과 방역조치에 만전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의 유전자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일치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의 한 농장주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것에 초점을 맞춰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역학조사를 벌이며, 안동 축산농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온 정부의 발표와는 매우 다른 결과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국내 구제역보다 이른 시점에 발생한 베트남 구제역 바이러스 정보와 유전자 비교 분석을 벌였고, 유전자적으로 유사한 다른 바이러스의 존재를 뒤늦게 공개해 사안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구제역 발생 책임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민생을 위한 국회'라는 이번 임시 국회 대표연설에서 또 다시 안동 축산농가에게 구제역의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축산농민에 대한 뻔뻔하고도 파렴치한 기만"

이 같은 책임 전가는, 하루 전인 20일 김 원내대표가 "소는 매일 자기 몸집만큼 먹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빼는 게 적은 사업이다. 분뇨 때문에 하천색이 변한다"며 축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맛이 좋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것과 맞물려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박주선 최고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실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농민들 염장 지르는 발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말 한마디라도 국민을 위로하는 말을 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구제역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 해명과 과학적으로 다른 반증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부 농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역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오늘 연설에서 구제역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구제역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 축산업 육성을 반대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찬양한 장본인이 바로 김무성 원내대표"라며 "망언에 대한 사과없이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구제역 책임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축산농민과 국민에 대한 뻔뻔하고도 파렴치한 기만"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김무성 원내 대표의 발언은 구제역으로 축산농민뿐만 아니라 온 나라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이라며 "게다가 김 원내대표는 자기가 젖소와 성우를 키워봐서 안다고 했는데 정부여당 인사들은 '해 봐서 아는데 병'에 걸렸나? 정부여당엔 '망발구제역'이 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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